도마 사도 통해 고통과 죽음, 부활에 대한 새로운 관점 제시

“신앙이 살아있는 한, 신앙은 늘 상처 입고, 위기에 내던져지고, 가끔은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우리 신앙은 다시 깨어나기 위해 냉담해질 때가 있다. ‘못 자국들’을 볼 수 있는 상처 입은 신앙만이 믿을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다.”

 

▲ <상처 입은 신앙>
토마시 할리크 지음/오민환 옮김/분도

“나는 피 흘린 적도, 상처 자국도, 흉터도 없는, 상처 입지 않은 신, 이 세상에서 내내 춤만 추는 신들과 종교들을 믿지 않는다. 그것들은 오늘날 종교 시장에서 그들의 휘황찬란한 매력만 보여주고 싶어 한다.”
부활하신 예수께 손의 못 자국, 옆구리의 창 자국을 확인하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던 도마의 요구는 불신과 의심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책은 믿음이 관념을 넘어 실제가 되는 지점을 의심쟁이 도마를 통해 제시한다. 그리고 신앙과 불신앙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도마처럼 의심하라고 도전한다.

2014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한 토마시 할리크 교수(프라하 카를 대학 사회학)가 삭개오를 통해 신앙과 불신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에 이어 펴낸 또 하나의 논쟁적 작품이다. 책은 도마의 의심을 모티브로 삼아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과 그로 인한 신앙의 상처에 대해 논한다.

예수에게 상처를 보여 달라고 말할 용기, 예수의 십자가 고통과 죽음, 그 어두운 밤을 지난 부활이 우리의 신앙 여정에 주는 의미에 대해 밝힌다.

도마의 도발은 과연 믿음 없는 행동이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과학주의와 실증주의 시대의 후손인 우리가 수시로 걸리는 의심병과 다르다”면서 “결코 답답한 ‘유물론자’가 아니라 그가 ‘만질’ 수 없는 신비에 열려 있을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았다.

예수와 죽음까지도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도마로서는 ‘부활이 십자가를 헛되게 하는 것은 아닌지’(고전 1:17) 확인하려 했던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예수의 상처를 보고서야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한 도마에 대해 저자는 ‘의심하는 도마 사도’가 다른 누구보다도 더 깊이 부활 사건의 의미를 파악한 것일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도마의 의심과 예수에게 상처를 보여 달라는 용기, 그 처참한 상처를 보고 만지는 것이 바로 참신앙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책은 도마를 따라 고통과 상처, 신의 죽음의 의미 그리고 고통과 죽음을 통과해야만 일어날 수 있는 부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믿는다는 것’이 항상 시급한 문제들의 짐을 벗어던지게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때로 믿는다는 것은 의심의 십자가를 지는 것이고, 또한 이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충실히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앙의 힘은 ‘신념의 확고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심과 불분명함을 견디고 신비의 무게를 버텨내면서 충실함과 희망을 잃지 않는 능력에 있다.”

더 나아가 저자는 ‘상처 없는 신앙’, 즉 흠 없는 듯한 신앙, 고통을 지나지 않은 신앙은 환상이며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예수 자신도 상처 입고 십자가 죽음의 고통스러운 밤을 지난 것을 제시하면서 신앙의 위기 혹은 의심은 신앙이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또한 세상과 인간의 온갖 고통을 ‘그리스도의 상처’라면서 세상의 상처와 고통으로부터 눈 돌릴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함으로써 믿음을 증언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신앙이 살아있는 한, 신앙은 늘 상처 입고, 위기에 내던져지고, 가끔은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우리 신앙은 다시 깨어나기 위해 냉담해질 때가 있다. ‘못 자국들’을 볼 수 있는 상처 입은 신앙만이 믿을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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