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머리로 아는 신앙, 삶 뒤따르지 못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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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을 오래 유지할수록 ‘말씀 실천’이 교회 안에서만 실현되어도 무방하다고 축소할 수 있는
인식의 근거를 교회 스스로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

막연히 말씀을 더 읽고, 기도를 더 하는 차원을 넘어서 기독교 신앙인의 삶의 기본 원리가
“죽음과 부활”이며, “그리스도를 따라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인 것 체화돼야

 

 


“신앙이 삶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방증”
 김흥현 목사(그안에교회)

→ 설문에서 보여주는 특징
설문에 응답한 이들은 대체로 40대 이상(89.3%), 신앙연수 20년 이상(83.8%), 교인수 100명 이상(71.1%) 교회에 다니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들은 교회생활에 익숙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가진 교회 환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설문 내용의 특징
첫째, 응답자들은 오랜 신앙생활을 통해 신앙기본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보인다.   둘째, 응답자들은 신앙성숙이 말씀실현이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가 지탄받는다고 이해한다.  

셋째, 응답자들은 예배와 기도생활이 단순히 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는 원천이 된다고 이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넷째, 응답자들은 대체로 자기 신앙을 ‘미숙하거나 어중간하다’고 이해한다.  

응답자들 중 대다수(77.5%)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응답은 다음과 같이 대체로 세 가지 점을 시사한다.
우선, 신앙기본개념 이해가 충분하지만 그것이 신앙성숙으로 특별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음으로 그런 현상이 특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식을 견지하고 있어 보인다. 이런 의식에서 응답자들이 질문1에서 ‘미숙하다’와 ‘중간정도다’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의외의 자기이해를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신앙기본개념이 교회 내적으로는 충분히 실천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교회 외적으로는 성숙하게 실천된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미숙하거나 중간정도)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총평 및 제언
이 설문은 응답자들이 신앙기본개념과 교회생활에 충분히 익숙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말씀실현이라는 신앙성숙이 자신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인식차이를 드러내고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이런 현상은 교회가 말씀실현을 위한 장으로서 교회 밖을 지향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주지시키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또한 말씀실현이 교회 안에 국한된 행동만이 아니라 교회 밖의 삶을 말씀으로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찾아내는 해석학적 행동이라는 것을 제대로 일깨우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앙을 오래 유지할수록 ‘말씀 실천’이 교회 안에서만 실현되어도 무방하다고 축소할 수 있는 인식의 근거를 교회 스스로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결국, 이런 설문에 근거해 볼 때, 교회는 말씀(성경)을 ‘자신과 타인’, 그리고 다각적인 ‘사회현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그것을 특히 교회 밖에서 적극 실천할 수 있도록 사고를 자극하는 해석학적 훈련을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자들의 의식이 함양되긴 했지만…”
 장동신 교수(캐나다 연합 신학 대학원)

→ 흥미로운 설문
매우 흥미로운 설문이다. 설문을 그대로 보면 신앙 수준이 상당이 높아 보인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작금의 한국 교회의 수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는 이들의 응답이 77%에 달하는 것은 숙고해 봐야 할 것 같다.

이 결과가 한국 교회 성도들의 높은 신앙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측정 단계에서 이 같은 예상 밖의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만한 요인이 있었는지는 좀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 긍정적 요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긍정적인 요소가 있어 보인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신학과 신앙의 조화라는 측면이라고 하겠다(표 5-8 참조). 이 응답을 볼 때, 적어도 인지적인 수준에서 기독교의 신앙의 핵심 가치를 내세신앙과 기복신앙의 단계에서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성취를 맛보는 삶이라는 단계로,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측면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국과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그룹에서는 내세적인 측면을, 진보적인 측면에서는 현실참여를 강조하여 왔는데, 소셜미디어를 통한 신학적 담론의 장이 많아지면서 평신도 안에도 이 두 가지에 대한 조화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하나님 나라의 “이미와 아직(already but not yet)”이라는 복음적인 신학적 이해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결과라고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이 설문결과는 신자들의 신앙 수준이 함양되었다고 볼 수 있는 분명한 표지가 된다고 보인다.
 

→ 말씀 실현의 문제
그러나 한국 교회가 한 걸음 더 나가야 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표 6, 10 참조). ‘예수님을 믿는 신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신앙고백 차원의 응답(38.8%)과 말씀을 삶에서 살아내야 한다는 피상적 응답(59.5%)이 98.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말씀을 삶에서 살아낸다고 했을 때, 말씀이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는 삶”이 바울 신앙의 핵심이고, “이것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드러나는 것”이 요한 신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중심에는 “죽음(자기 희생)과 부활”의 원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내 유익을 추구하지 않고, 기꺼이 희생하여 이웃을 사랑하고 그것을 통해서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을 드러내겠다는 강한 의지와 결단이 없이는 기독교 신앙의 실천적 차원에서 한 걸음도 나가기 어려운 것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다.

이를 볼 때, 본 설문이 실지로 살아내는 삶에 대한 측정이라기보다는 인지적 희망적 차원에서의 측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

→ 바른 문제 의식
‘오늘 한국 기독교가 지탄이 되는 이유’(표 9 참조)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바른 문제의식이 있는 것은 좋은 출발점 위에 서있다고 보인다. 한국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목회자의 세속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통로로 건설적인 비판이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믿는 사람들이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측면에서는, 막연히 말씀을 더 읽고, 기도를 더 하는 차원을 넘어서 기독교 신앙인의 삶의 기본 원리가 “죽음과 부활”이며, “그리스도를 따라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이기에, “세상적 기준으로 보면 마이너스의 삶”이라는 점이 믿는 사람들 사이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 총평   
응답자의 90% 가량이 40대 이상이고, 20년 이상 신앙 생활을 한 사람의 비율이 83.8%라는 결과가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여, 다시 한 번 한국 교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표 11-13 참조).
본 조사는 제한된 질문에 제한된 예시를 가지고 진행된 설문이기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위에 언급한 몇 가지 측면에서 볼 때, 특히 한국 교회 안에 신학과 삶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신앙적 성숙이 있다는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을 지나는 시점에서 이런 결과는 고무적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동시에 본 설문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 같은 더 깊은 이해가 우리 신앙인의 삶에서 어떻게 현실화 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실천적 대답을 과제로 남겨주고 있다고 보여진다.

 

 

“열심, 충성, 봉사에 익숙 -위신 중시여기는 산물?”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설문을 보면 전체 응답자의 70% 이상이 비교적 건강한 신앙의식을 보이고 있다. 이 점은 한국교회가 아직은 긍정적 현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설문 응답자의 83.8%가 20년 이상 신앙연수를 보이고 있는 것은 초신자의 비율이 낮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전도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또 한국교회가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설문 응답자의 연령대가 60대 이상이 49.9%. 응답자의 80% 이상이 20년 이상의 신앙연조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회의 고령화 현상을 말해주는 것이다. 연령대와 신앙연조의 특징상 전통적인 한국교회의 열심과 충성, 봉사하는 분위기에 익숙하다. 이들은 체면과 위신을 중시하는 정서가 강하여 남에게 좋게 보이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겉으로는 겸손한 제스처를 쓰지만 속으로는 공로의식이나 자기 의가 크게 작용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설문 답변에 이런 요소가 영향을 미치어 심리적으로 좋은 대답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설문 결과만을 놓고 보면 아직은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설문대상에서 청년이나 젊은 층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지만 60대 이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 대한 위기의식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기독교가 지탄의 대상이 된 이유에 대한 설문 결과는 평소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신자들이 말씀대로 살지 못하여’ 54.8%, ‘목회자들이 세속화되었기 때문’ 36.6%라는 수치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목회자들의 세속화 문제도 크게 보면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결국 한국교회의 문제는 말씀과 삶의 괴리(乖離)에서 오는 문제인 것이다.

 

“신자들 스스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
  이성범 목사(장유남산교회 원로)

설문에 답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보면 신자(교회)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것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신앙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이들이 신앙 기본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신자 스스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신앙의 상태가 ‘성숙하다’는 답변은 22.6%인 점이 그것을 방증한다.

영적으로 어두운 세상이니 자기 신앙상태를 잘 모르는 것일 수 있다. 라오디게아교회처럼, 영적으로 얼마나 비참한 처지에 있는 줄 모르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까.  이 시대가 듣지 않으려고 해도 이사야나 예레미야처럼 영적으로 소명을 받은 이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전달하여 깨우쳐야 한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스스로 빛으로, 소금으로 영글어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 하나님의 은총을 입을 수 있도록 겸허하게 준비해야 한다.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본 것이 맞나?”
황한호 목사(돈암그리스도의교회)

신앙 상태(표 1)과 신앙의 기본기(표 2)의 답을 보면 좀 모순인 듯하다. 표 2의 질문에 대한 긍정적 답이 높게 나온 것은 의외다.

신앙의 연수가 오래됐고, 60대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보다는 교회에서 배운 것을 아는 정답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머리로는 아는데, 자신의 실체가 그런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설문 대상의 88.9%가 40대 이상인 것으로 보아 오래된 신자, 즉 변화 없는 오래된 신자들이 설문의 주 대상이 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는 한국 기독교가 감소현상을 보이면서 새로운 신자의 유입이 줄어들어서 새신자들이 설문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6-70대가 상당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아 오래된 신자임을 알 수 있다. 오래된 신자의 특징은 소위 말하는 ‘머리 신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리적으로는 정답을 알고 있지만 구원의 확신이나 삶으로 표현하는 데는 상당힌 약한 부분이 있다.

또한 한국교회가 ‘이신칭의’ 교리에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삶의 문제를 소홀히 가르친 결과‘말씀의 실천’이 약한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한국교회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하나씩 풀어가야 할 부분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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