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준 작가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보물선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신일그룹이라는 회사가 1905년 러일전쟁에 참가했다 침몰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근처 해역에서 발견했는데, 이 배에 150조 원 상당의 금괴가 실려 있다는 소문이 퍼져 관심을 모은 것이다. 신일그룹은 보물선에 실린 금괴를 담보로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를 모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길이 없다.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파도가 출렁이는 서해안에 진짜 보물섬이 있다.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작은 섬 증도를 사람들은 보물섬이라고 부른다. 신안군에 있는 1004개의 섬 중 왜 하필 증도를 보물섬이라 부르는 것일까? 정말 섬 여기저기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증동리 앞에 펼쳐진 130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게르마늄 개펄은 증도 최고의 보물이다. 이 개펄 위로 아름다운 짱둥어다리가 놓여 있고, 드넓은 개펄에서는 짱뚱어와 농게들이 자유롭게 헤엄친다. 짱뚱어는 바다의 메뚜기라고 불리는데, 양쪽 지느러미를 다리처럼 사용하면서 기어 다니다가 갑자기 펄쩍 뛰어올라 저만치 달아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증동리에서 방축리를 지나 해안도로 끝까지 가면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를 볼 수 있다. 1976년 도덕도 앞바다에서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 올리다가 도자기를 발견한 이후 대대적인 유물 발굴 작업이 이루어진 곳이다. 이곳에서 청자, 배의 파편, 엽전, 바둑판 등 14세기 송·원대 유물 2만3천여 점이 발굴되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증도를 보물섬이라고 불렀다.

2007년 12월 증도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에 지정되었다. 슬로시티는 고유한 자연환경과 전통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마을의 새로운 이름으로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치타슬로의 영어식 표현이다. 그만큼 증도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보존하고 있으며, 독특하고 고유한 삶의 풍습을 이어가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슬로시티 운동의 상징은 마을을 등에 지고 기어가는 달팽이다. 증도 곳곳에는 달팽이 그림과 함께 ‘느리게’라는 구호가 붙어 있다. 증도대교를 건너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달팽이 그림을 쫓아가다 보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이 광활한 소금밭이다. 그 유명한 태평염전이다. 증도의 두 번째 보물은 이 소금이다. 140만 평에 달하는 태평염전에서는 매년 1만6천여 톤의 천일염을 생산한다. 이는 우리나라 천일염 생산량의 60퍼센트에 달하는 양이다.

대초리를 지나 우전리로 접어들면 잘 자란 소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여기가 증도의 세 번째 보물인 천년의 숲 산책로다. 증동리 뒷산 상정봉에서 내려다보면 해송 숲의 모양새가 꼭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소나무 길을 따라 맨발로 천천히 걷기만 해도 저절로 삼림욕이 되는 곳이다. 소나무 개채 수가 10만 그루에 이른다고 한다.

문준경이라는 한 여인을 알게 된 것도 증도에서였다. 그녀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한 많은 여인이었다. 개펄과 노두길을 오가며 섬에서 평생을 살다 갈 가련한 인생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위대한 전도자가 되어 신안 일대 섬들에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하는 섬마을의 어머니가 되었다. 사울이 변해 바울이 된 것처럼 그녀가 가는 곳마다 기적이 일어났다. 6·25전쟁 당시 그녀는 스스로 순교자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많은 마을 사람들을 살려냈다.

증도가 간직한 네 번째 보물,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 보물은 문준경 전도사가 지켜내고, 그녀의 후예들이 묵묵히 뒤를 잇고 있는 순결한 신앙공동체다. 증동리 방향으로 갯벌을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문준경 전도사의 묘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녀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복음을 전하며 주민들을 보살피다 전쟁 통에 순교한 이후 증도는 기다림과 그리움을 먹어 가며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천국의 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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