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도자의 심리‌‌‌‌ ‌[222]

“몰입오류를 벗어나려면 견제도구가 필요하다.
냉정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견제세력이 있어야 한다. 확증오류는?
마음을 넓혀야 한다. 여행도 다니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여기저기 세미나도 참석하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이다.” 

 

▲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 담임

현대인들은 하루동안에도 과거의 선조들이 상상 못할 정도의 수많은 판단과 결정을 내리며 살고 있다. 목회현장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교회에 출근하면 빼곡한 서류철에 들어있는 문서에 결재해야 하고, 주말에도 당회나 교역자회의를 통해 많은 사안들을 결정해야 한다. 많은 설교와 모임주재하는 일, 강의와 신문기고, 한 주간 내내 지속되는 심방과 사역들에 묻혀있으면 한가할 겨를이 없다.

그래도 나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긴다는 입장이다. 단언컨데 나는 워크홀릭은 아니다! 그러나 내 머리속에는 한가하게 여가를 즐기는 시간보다 무언가 과제가 주어졌을 때 더 인생이 흥미롭고, 아드레날린이 팍팍 분비되는 것을 느낀다.

내게는 결정장애가 별로 없다. 즉 무엇이든지 빨리 결정하는 편이다. 음식점이나 커피숍에서도 제일 빨리 주문한다. 지금 교회당을 건축할 때, 건축위원들이 오히려 “조금 천천히 생각하고 결정해 주세요”라고 말할 정도이다. 누구에겐가 주문을 받으면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부지런을 떠는 편이다. 그런데 신속한 결정이 사고도 많다. 약속 시간을 이미 정해놓고도 또 다른 사람과 같은 시간에 약속했다가 뒤에 발견하고 사과와 양해를 구할 때도 종종 있다.

교회 지도자들이 흔히 실수할 수 있는 오류들은 많다. ‘인지 오류’의 경우이다. 본인의 기억력을 바탕으로 정보를 판단한다. 전통적 사고를 가진 리더들 가운데 인지오류의 성향이 높다. 예전 것만 기억하고, 예전의 사고방식으로 판단하고 만다. 이미 세상은 저만큼 변했고, 훨씬 더 급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교회는 여전히 헛발질을 하고 있다.

‘몰입 오류’도 있다. 무엇인가 몰입하게 되면 중간에 아무리 말려도 지속하려는 성향이 있다. 경제관련 용어로 매물비용 오류가 있는데, 기대했던 이윤이나 효과보다 발생하는 비용이 더 크더라도 이미 축적되어 있는 투자에 근거해서 결정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과거 세대의 목회자들은 교회가 성장하면 교육관을 짓고, 버스를 구입하고, 기도원이나 수양관들을 유행처럼 세웠다. 연중 내내 성도들에게 유익한 교육을 시킬 수 있고, 버스를 동원하면 많은 성도들을 수송할 수 있고, 기도원이나 수양관은 휴식공간으로 잘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어떠한가? 교육관도 비고, 버스는 늘 주차장에 세워놓고, 기도원은 관리비만 수천만원 들어가는 ‘돈 먹는 하마’가 되었다. 그래도 후임자들은 뒷말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존치하느라 비용만 들이고 있다.

‘확증 오류’도 많다. 기존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찾으며 자신의 오류를 감추려는 것이다. 쉬운 말로,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근본주의나 보수주의 신학자, 목회자들 가운데는 이런 확증편견, 편향적인 인물들이 많다. 교단 총회에서나 회의 중에 그런 성향들을 많이 만났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자신과 맞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것이다. 성경해석에서 이런 성향은 위험하다. 내 생각과 맞는다는 식으로 성경을 골라 설교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인지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도서관과 친해야 한다. 요근래 도서관은 과거와 전혀 다르게 변했다. 매우 쾌적하며, 스마트하다. 내 전공과 다른 자료들을 보면서 생각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몰입오류를 벗어나려면 견제도구가 필요하다. 냉정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견제세력이 있어야 한다. 확증오류는? 마음을 넓혀야 한다. 여행도 다니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여기저기 세미나도 참석하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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