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재 목사의 평생 목회-매일 저녁 기도회는 ‘나’를 붙잡는 소중한 시간

‘어디든 가는 그곳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곳이니
평생 목회한다’는 심정으로 목회

두 교회 담임자 하면서 어려움 해소하고
예배당 건물도 마무리

딸 둘 모두 신학 전공, 큰 딸은 올해 목사안수 감사

“목회자들 영성 키우는 데 매진해야
한국교회 희망 있다”


 

▲ 이흥재 목사

강원도 동해시 샘실1길에 자리한 동해제일교회는 59년의 역사 속에서 뿌리를 든든히 세워나가고 있는 교회다. 담임하고 있는 이흥재 목사는 이 교회에 온 지 만 34년이 됐다. 벌써 그렇게 세월이 흘렀는가 새삼 확인하는 이흥재 목사의 얼굴에서는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 보였다.
 

●● 낯선 땅에서 목양하기까지

목회자들 대부분 사역지 선택이 그렇듯이 이흥재 목사에게 이곳 동해는 낯선 곳이었다. 전혀 계획에 없던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리라. 그의 고향 경기도 안성에서 선배 교역자인 문한배 목사의 조언으로 서울의 신학교에 가게 된 것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 숙식이 해결될 수 있도록 문 목사가 친구 교역자에게 연결해 준 곳이 성동교회 개척자 이영훈 목사였다.

“공부하고 전도사 사역을 하면서 교회에서 제공해주는 방에서 잠을 자고, 밥은 목사님 댁에서 같이 한솥밥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할 뿐입니다.”

그곳에서 신학교 1학년을 다녔다. 그리고 이 목사의 소개로 신학교 2학년 때 김혜정 사모와 혼인, 결혼생활과 학업, 그리고 교회에서의 전도사 사역을 병행했다.

그렇게 고학하며 신학공부를 마친 이후 충청도의 O교회가 비어 있으니 가라는 총회의 명을 따라 1980년도에 그곳에 갔다. 내려가보니 교역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교회였다.

그러나 이미 부임한 목회지. 이흥재 목사는 기도하며 말씀으로 무장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1981년에 목사안수를 받고, 교회 건축이 절실했던 O교회의 건축을 완공한 것이 1983년이었다.

▲ 동해제일교회

그런데 O교회 건축이 완공되어 입주하고 준공만을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총회는 다시 이곳 동해제일교회로 가라고 명했다. 어렵게 건축한 그 교회에서 오래토록 목회하고 싶었지만 총회의 인도를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1984년에 동해제일교회에 오게 된 것이 그의 인생 대부분을 헌신하게 된 사역지가 됐다. 이 교회도 만만치가 않았다. 역사는 짧았지만 교역자 문제로 안정이 안 돼 있는 교회였다.

이 목사는 늘 기도하며 마음먹은 대로 ‘어디든 가는 그곳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곳이니 평생 목회한다’는 심정으로 임했다. 원래 강원도 묵호에 있었던 동해제일교회는 여러 가지 환경적으로 이전할 필요성이 제기돼 1991년 지근거리인 이곳 신시가지로 옮겨오면서 예배당을 새롭게 건축했다.

전도사 시절인 성동교회에서 건축하는 것을 도왔고, 충청도의 교회와 이곳 동해제일교회서도 건축을 했으니 목회 평생에 가는 곳마다 그는 예배당을 건축한 셈이다.

●● 철야예배, 매일 저녁예배 드리는 이유

그 긴 세월동안 동해제일교회에서의 목회는 어땠을까. 이흥재 목사는 사명감을 갖고 목회를 시작했으며, 시작하게 하신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열심히 신자들을 사랑하며 양육했다. 무엇보다 진실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했다는 것이 그의 현재 생활을 보면서 짐작이 됐다.

▲ 목회 동반자이자 교회의 여러 사역을 함께해 준 김혜정 사모와 함께한 이흥재 목사.

공예배 시간은 주일 오전과 오후, 그리고 수요일에는 저녁, 금요일에는 밤 10시, 새벽기도회는 오전 5시 등 큰 변동 없이 예배가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금요일 철야를 하는 것이 눈에 띄고, 매일 저녁마다 8시에 저녁기도회를 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저녁기도회는 사실 제가 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저를 붙잡기 위해 만들어놨다고 볼 수 있죠. 사모 하나 나와도 저녁기도회는 할 것이라고 교인들에게 선포하고 시작했습니다. 많이 나오느냐고요? 어느 교회나 그렇듯이 나오시는 분들만 꾸준히 나옵니다. 그 시간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주님과 함께 하며 호흡하는 것을 늘려가는 것이지요.”

오랫동안 부교역자 없이 혼자 목회를 하다 보니 이흥재 목사가 출타하고 비울 때는 김혜정 사모가 많은 부분을 감당해 왔다. 지방의 교회 특성이 사모 역할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그만큼 목회자만큼 노력하며 영권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딸만 둘인 이흥재 목사 부부에게는 사위들이라도 목사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기도 덕분인지 딸 둘이 신학을 공부했고, 그중에 큰 딸은 올해 목사안수를 받았다. 모든 과정을 거치고 목사 고시 3과목을 미루며 16년 간 버티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강원지방에서 일반 대학을 둘 다 보내기는 벅찼습니다. 큰 딸은 피아노 전공을 원했지만 뒷받침하기 어려워 만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은 딸은 교육대학 가고 싶다고 했지만 신학을 권유했지요. 그러면서 딸들이지만 주님의 일을 하게 해달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일반화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반이 잡힌 교회 목회자들이 자녀를 유학 보내는 일이 있을 때였지만 이흥재 목사는 지역의 형편을 보자면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것에 걸맞게 처신했고, 가족들 역시도 따라주었다.

이흥재 목사는 동해제일교회 신자들이 목회자에게 의존도가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한다.

“목회자와 성도들 사이에 신뢰가 강하기 때문에 목회자에게 일임하는 게 너무 많은 것인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어 간혹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장로님들께 맡기곤 합니다.”

목회자의 변동이 오랫동안 없었던 만큼 신뢰로 돈독한 동해제일교회는 재정이나 신자들 역시도 크게 변동이 없다. 있는 재정 범위 내에서 사용하다 보니 통장 잔액은 거의 없어 불가피한 일이 생기면 특별헌금을 해서 충당할 정도다. 교회 내 사택에서 28년 살고 있는데 도배 하나 안 바꾼 채 살 정도다. 사례비 동결한 지도 오래 됐다. 그러면서도 일을 하자고 목회자가 나서면 신자들은 너도 나도 십시일반으로 해야 한다며 동참하고 따라준다.

내년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당회나 제직회 등 어느 곳에서도 후임자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30년 이상을 동고동락하다 보니 “목사님이 알아서 다 하시겠지” 하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단다. 이흥재 목사는 제가 알아서 모든 것을 하다 보니 은퇴를 앞두고 ‘제 머리도 제가 깎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웃음을 지었다.

 

요즘 은퇴한 목회자들이 은퇴하고 교회 출석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하지만 동해제일교회처럼 아무 대책 없이 살아온 이흥재 목사 역시도 마찬가지. 그래서 신자들에게 종종 말한단다. “은퇴해도 나는 어디 갈 곳이 없습니다.” 이흥재 목사는 맘 좋은 후임 목회자,  신자와 함께 죽을 때까지 살아갈 생각인 것 같다.  

이 목사는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역하다보니 지역의 일을 맡아야 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강원도총연합회 대표회장, 강원 영동 CBS 이사장, 지방회에서는 어른으로서의 역할 등 선출직이 아닌 추대직을 고집하며 일해왔다.

그런 그에게 한국교회 현황에 대해 물었다. “나 같은 시골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이 목사는 할 말을 했다.

“저부터도 옛날의 영성이 많이 약화됐습니다. 영성이 약화된 것이 큰 문제입니다. 목회자들의 모임에 가 봐도 영적인 얘기보다는 세속적인 이야기가 빈번합니다. 성경 보지 않고 기도에 전념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더 심각합니다. 우리 목회자들이 먼저 바로 서기 위해 영성을 키워가는 데 매진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초창기에는 주일학교 주보를 100매 인쇄할 정도로 많은 부흥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학생부도, 청년회도 점점 더 약화되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럴수록 이흥재 목사는 신자들을 독려하며 열심히 기도하고 찬양하며, 주님의 사람으로 사회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해나갈 수 있도록 오늘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교회 같은 가정, 가정 같은 교회 △예수님을 배우고 본받는 교회 △성령과 은혜가 충만한 교회 △말씀대로 믿고 순종하는 교회 △기도와 구령의 열정이 있는 교회 등 올해 목표를 향해 하반기에도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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