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생활 열심으로 ‘신앙 좋다’지만
관계는 엉망, 헌신자인가 광신자인가?
신앙의 기본부터 제대로 짚어야

신앙 수준을
십일조나 헌금, 교회사역 참여 등
외적인 수치로 평가 말고
성도들의 속사람에 관심 기울여야

교회 일에는 열심, 하지만 저런 사람이 말하는 복음이라면 싫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과연 그를 통해 복음이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사회로부터 지탄 받는 교회와 신자들의 삶, 무엇이 문제일까?

교인이 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고 하나님 중심의 사람으로 세워가도록 안내하는 <종교 중독인가 신앙 성장인가>(브니엘) 저자 강하룡 목사(예함교회)에게서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강 목사는 책에서 탐심으로 가득한 기도, 자기 확신으로 둔갑한 믿음, 사명과 야망을 혼동하는 비전, 교회생활을 신앙생활의 전부로 여기는 광신적인 모습 등 왜곡된 신앙양태를 조목조목 짚는다.

성경의 가르침과 다른 교회, 목회자, 신자는 ‘유사교회, 유사목회자, 유사신자’라면서 본질로부터 멀어진 교회의 현실을 지적했다.

△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 교회생활에서 가끔 이해하기 힘든 경우를 본다. 교회의 모든 모임에 거의 참석하고 교회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교회사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일꾼이요 ‘신앙 좋다’고 꼽히는 사람인데 괴팍한 성격 때문에 가정에서나 교회에서나 사회적으로 관계가 잘 되지 않고 한 번씩 시험에 들면 목회자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이런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신앙의 기본부터 제대로 짚어보자는 생각이 컸다. 과연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 봉사 많이 하면, 세상에서 인정받고 성공하면 신앙이 좋은 것일까? 교회는 광신자와 헌신자를 구분하고 성숙한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신자들을 제대로 길러야 한다.

책은 오랜 신앙생활에서 오는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광신자와 헌신자의 분별,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과 신앙이 좋은 것의 차이, 자신의 기도가 탐심인지 간구인지, 자신의 믿음이 사람의 신념인지 성경에서 말하는 진짜 믿음인지, 자신의 비전이 인간적 야망인지 하나님이 주신 사명인지 분별하고 싶은 성도에게 성경적 지침을 제공하고자 했다.
 

△ 한국교회는 신자 숫자가 많이 잡아 국민의 1/4에 가깝다는데 정작 사회 속에서 복음의 능력이 드러나기는커녕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책임을 따진다면 목회자에게 51%, 신자에게 49%로 본다. 지도자에게 권한이 있는 만큼 더 많은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 교회는 성도를 성숙한 신앙으로 이끌어야 하며 그것이 목회의 목적이어야 하는데 수단화되기 쉽다.

지금은 이렇게 하면 복 주실 것이라고 믿는, 우상숭배 식이 강하다. 한국 기독교가 너무 기복적, 개인주의적, 교회 집단이기주의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현세의 축복만을 추구한 결과라고 본다. 단체든 개인이든 이익 앞에서 진짜, 가짜가 판가름 난다. 하나님의 공의를 말하면서도 자기 이익,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부딪치는 일에는 성경의 기준으로 분별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이익을 위해 판단하고 선택한다. 사회가 지적하는 것도 교회가 이익집단이 됐다는 것이다.

보통 교회에서 전도 할 때 ‘예수 믿고 복 받으세요’ 하는데 기본 전제가 틀렸다. 예수를 믿는 것 자체가 복인 것은 맞지만 전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현세적, 물질적인 복에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 교회에서 복의 개념을 현세적으로 호도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세상적으로 보면 전도유망한 청년이 예수 믿고 패가망신한 경우다. 희생과 섬김은 현세적 복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원에 대한 감격이요 반응이어야 한다.

기도도 얼마나 변질됐나. 기도는 하나님과의 만남인데 하나님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탐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기도하면 다 들어주신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아는 성숙한 신앙인은 간구한 것이 이뤄지지 않아도 원망보다는 감사한다. 그러나 탐심으로 하는 기도는 그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다른 것을 찾는다.

이처럼 교회에 잘못된 전제로 이뤄지는 것들이 많다.
 

△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걸까?

- 성경적이지 않다면 유사교회, 유사신자, 유사목회자, 즉 사이비다. 교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악순환이다. 목회자들이 신자들의 신앙 수준을 십일조나 헌금, 교회사역 참여 등 외적인 수치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속사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만남을 통해 개개인의 신앙 수준을 점검하고 바르게 견인하는 데 힘써야 한다.

간증도 소위 세상에서 잘나가는 사람이 신앙 좋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사업이 망하거나 상황이 어려워지면 신앙도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본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로마인들이 볼 때는 악질 정치범이요, 유대인들에게는 저주 받은 자였다. 그런 예수가 메시아로 믿어지는 것은 사람의 지식으로, 말로 설득해서는 불가능하고 성령의 능력로 가능하다. 사도 바울이 고전 2:2에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 한 것도 바로 그런 의미다.
 

△ 현세의 복만을 구하는 기복주의, 하나님은 구약시대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것으로부터 돌이킬 것을 경고하시지 않았나?

- 기복주의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전 5:10에 ‘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풍요를 사랑하는 자는 소득으로 만족하지 아니하나니 이것도 헛되도다’라고 했다. 복을 구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지만 세상의 복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의 복을 쫓던 것에서 돌이켜 하나님의 구원을 바라보게 하는 게 복음인데 교회마저도 계속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신자들에게 그런 양상이 짙다면 그것은 그렇게 가르친 목회자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물론, 신자들도 인간 본성에 따라 진리를 찾지 않고 귀에 듣기 좋은 쪽으로 따라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에덴동산에서의 범죄는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한 것이다. 타락은 하나님의 통치를 깨뜨리고 불순종하는 것이고 구원은 하나님의 통치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러나 복음을 믿고 구원 받았다고 하면서도 자기가 주인 되어 살아가려 한다. 그러나 인간은 세상보다 작고 사탄보다 무능하고 무지하다. 어디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나? 내가 주인 되어 살아도 내가 삶을 책임질 수 없으니 늘 불안하고 두려운 거다. 그래서 돈, 든든한 직장, 부자 부모, 부자 배우자, 자식 성공 등 본질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두려움을 해결하려 한다.
 

△ 그렇다면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삶은 어떤 것인가?

- 결국 성경대로 살아가는 거다. 식상한 이야기 같지만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통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은 영적이면서 동시에 기독교 윤리적인 면이 있다. 복 받는 것을 전제로 한 순종이 아니라 성경대로 사는 것 자체가 복이요 우리에게 진리를 주신 것이 은혜다. 성령은 진리의 영이시고 말씀을 깨닫게 하신다. 그렇게 하나님의 통치를 따르는 삶의 경험들이 쌓여 믿음이 성장, 성숙해간다. 문제는 성령께서 바르게 진리를 가르치셔도 외면하고 불순종하는 것이다. 선악과 따먹는 짓을 오늘에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목회자들끼리 모여도, 성도들끼리 모여도 한국교회가 문제라고 하지 ‘내가 문제’라고 하지는 않는다. 상황이 심각한데 범인이 누구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스스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성령의 깨닫게 하심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지만 그것을 따라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희생과 헌신의 삶을 외면한다. 물론 말씀대로 살아가는 일이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고 그것을 삶에서 살아내기 위해 힘써야 한다.

생명력 있는 신앙인은 자기 삶 속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할 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하나님의 존재를 보고 듣고 느끼게 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의 삶에서 자신을 드러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