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제 목사
선교중앙교회 담임

모 대형 교회의 목회 세습 문제로 교계와 언론이 매우 시끄럽다. 필자는 그 교회와 같은 교단도 아니며 그 문제를 옹호하거나 비판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 이 문제를 다루기보다 한국 교회가 기본 원칙과 통일된 의견을 가지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무슨 일이든지 가장 먼저 성경에서 무어라 말씀하시는지를 물어야 한다. 누가 보아도 세습이 비성경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구약 시대에는 제사장직이 승계가 되었다. ‘목회직 승계’는 진리 문제라기보다 초대교회의 음식문제처럼 쉽게 결론짓거나 정죄하기 어려운 아디아포라(성경에서 명하지도, 금하지도 않은 행동들) 문제로 볼 수 있다. 한국 교회도 감리교나 장로교 통합 등 일부 교단을 제외하고는 아직 세습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교단들은 더욱 그렇다.

요즘처럼 목사나 선교사로 헌신하기를 꺼려하는 상황에서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 그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은 대견한 일이요, 격려하고 칭찬할 일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귀한 헌신이 부끄럽게 여겨지고, 심지어는 죄인처럼 치부되는 이상한 풍조가 되었다.

목회자가 아들에게 목회직을 물려주는 일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그것이 문제되지 않았다. 목사직은 가난하고 힘든 일이고, 아들이 아니면 물려 받을만한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형교회가 자녀들에게 목회직을 승계하면서 ‘세습’이라는 말이 나오고 시민단체들과 언론들이 그것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문제가 한국 교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어떤 이들은 신사참배와 비견되는 죄악처럼 비난하기도 한다. 그로 인하여 어려운 목회를 이어 받은 목회자의 자녀들에게까지 부끄러운 죄인의 족쇄를 채워버린 상황이 되었다.

목사의 아들이니까 그 교회의 목사가 안 된다는 논리는 또 하나의 불법이다. 한편에서는 장로가 정치해서 목사를 쫓아내고 자기 아들을 앉힐 수 있으니 장로나 권사의 아들도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다면 그 교회에서 자란 핵심 일꾼들은 그 교회를 떠나야 하고 그 교회의 전통이나 비전이나 신앙 색깔이 다른 외부인을 목사로 불러야만 한다. 이것은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목사가 자기 자녀에게 목회를 승계하려면 더 엄한 잣대를 대는 것이 지혜롭고 정당할 것이다. 단독 후보로 내세워도 안 될 것이고, 목사 청빙시의 찬성 3분의 2보다 더한 80프로 이상의 찬성을 얻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자질이 부족한 목사를 성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임 목사로 세우는 것은 불신앙적인 일이요, 하나님께 벌 받을 일이다. 교단의 법을 어기고 세상의 비난을 받으며 편법을 써가면서까지 아들에게 목회직을 물려주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한국 교회의 절반 정도는 자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목사들이 빈곤층의 생활을 하면서도 사명으로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 상위 1%도 안 되는 대형교회들의 문제가 한국 교회 전체의 문제인양 공론화되고, 한국 목회자들 전체의 비리인 것처럼 비난받고 있다. 교회가 앞장서서 이런 문제를 너무 이슈화하거나 언론화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해당 교회나 교단 스스로가 해결하도록 기다리고, 외부에서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이라면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시도록, 시간이 지나면서 바로 잡아지도록 기도하며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사방에서 그 교회를 향하여 돌을 던지는 것보다 하나님 나라에 유익이 될 것이다.
기독교 역사에서 교회가 완전했던 시대도 없고, 세상의 박해나 비방을 받지 않았던 시대도 없다. 세상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면 좋겠지만 거기에 너무 매달려 불신자들의 시각에서 주님의 교회, 형제 교회를 함부로 비난하고 돌을 던지는 행위는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교회의 비방거리를 찾고 교회를 헐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마귀와 세상 불신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교회끼리, 목사들끼리 비방하고 싸우는 것이 세습보다 세상에 더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목회직 승계’ 문제를 세상적인 관점에서 다루거나, 지나치게 정죄하며 싸우기보다 교회 연합회 차원에서 좀 더 지혜롭고 성경적인 통일된 의견과 대안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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