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68)

“이렇게 더운데 장애인들 몇 분이 계곡을 가잔다.
다행히 휠체어가 들어가는 유원지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6명이 조금씩 돈을 걷어 맛있는 것도
먹기로 하고 계곡을 향해 출발했다.”  

 

▲ 이해영목사
샘물장애인
복지회대표,
샘물교회 담임

푹푹 찐다. 밖에 나가기가 겁이 날 정도로 연일 폭염으로 인해 사람들이 지쳐간다. 한줄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좋겠는데 기다리는 비 예보는 없다. 이렇게 더운데 장애인들 몇 분이 계곡을 가잔다. 다행히 휠체어가 들어가는 유원지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6명이 조금씩 돈을 걷어 맛있는 것도 먹기로 하고 계곡을 향해 출발했다.

차로 40분을 달려 양촌 신기 계곡에 도착했다. 아직은 평일이라 손님이 없었다. 우리는 평상을 임대해 여장을 풀었다. 계곡에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모두들 들뜬 모습이다. 이런 계곡에 마음대로 올 수 없는 장애인들인데 마냥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날씨가 더운데도 계곡에서 다슬기 따며 정겨운 얘기를 나누는 한가로운 모습, 가끔 부드러운 바람이 볼을 스칠 때면 시원함으로 인해 번지는 입가의 미소가 아름다워 보였다.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느 분은 전날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고 했다. 어느 분은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소풍갔던 기분이라고 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밖으로 나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휠체어 타고 계곡에 내려 갈 수는 없지만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이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이렇게 누릴 수 있게 하심에 감사와 함께 찬양을 드렸다.

아름드리나무 밑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찬양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 태양이 작열하는 이 시간에 우리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를 바라보며 우리도 저 나무처럼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고 싶다고 했다. 비바람이 와도 눈이 내려도 그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내어 주는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자연을 통해 자신들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점심은 계곡 가든에서 주문했다. 닭백숙이다. 유원지라서 조금 비싸지만 그래도 모두들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다.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에 모두들 감사하단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커피를 마신 후 다시 계곡 평상으로 와서 찬양을 부르며 지나온 시절 장애 때문에 힘들었던 과거도 회상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과거처럼 휠체어도, 자동차도 귀하던 시절이라면 감히 이런 계곡에 올 수나 있었겠냐며 또다시 감사 찬양을 불렀다. 하나님께서 복 주셔서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었고 덕분에 장애인들도 복지의 혜택을 더 볼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나라를 위해 더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후 4시에 일어서야 한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한 시간만 더 있다 가자고 한다. 나 역시 자연 속에서 더 머물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서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와야 했다.

장애인분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계곡을 떠나며 오늘 여행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애인 분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우리 주님도 무척 기뻐하시리라 믿는다. 힘없고 연약한 사람들을 유쾌하게 하는 이들의 삶을 주님이 기뻐 받으리라 생각하며 오늘도 무더위에 구슬땀 흘리며 나눔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기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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