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리쥔 전기(傳記)에서

▲ 송 승 호
홍성사 편집팀

2013년 타이페이 도서전에서 강렬하게 시선을 끄는 책이 있었다. 덩리쥔(鄧麗君, 1953-95)  전기다. 진분홍색(덩리쥔이 가장 좋아하던 색이라고 한다) 표지가 심상치 않게 다가왔다. <톈미미(甛蜜蜜)>를 비롯하여 서정적인 가사와 감미로운 멜로디의 노래들로 익히 알려진 그녀의 탄생 6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것이다. 오래전 중국어학원에서 기초과정을 배우던 어느 날, 선생님이 <톈미미>를 소개해 주실 때 ‘아, 그 노래’ 하며 다함께 따라 부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기독교 출판에 몸담고 있지 않다면 바로 계약해서 번역서를 출간하는 건데…’ 하는 생각이 맴돌았지만 귀국과 함께 이 책은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말았다.

얼마 전, 이 책의 한국어판이 이미 작년 여름에 ‘등려군’이란 제목으로 나온 것을 뒤늦게 알았다. 에이전시를 하시는 옛 직장 선배님이 계약을 섭외하셨고, 역시 같은 옛 직장 후배가 번역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타이완 전문가인 국내 필자의 저작물로 다른 출판사에서도 덩리쥔에 대한 책이 나왔는데, 표지만 보면 국내 저작물이 원작 이미지와 비슷하다.

저자 장제(姜捷, 1955~)는 덩리쥔과 관계된 200여 명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그녀의 삶과 행적을 되살렸다. ‘맺는말’에 보면 초고를 탈고하고서 완성된 원고가 마무리되기까지 1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엄청난 공력의 자취가 경이롭기만 한데, 출간이 이토록 늦어진 데는 다른 사연도 있었다. 처음 출간을 제안한 출판사에서 “천안문(天安門) 사태에 관련된 덩리쥔의 활동과 그녀의 타이완 군대 위문 공연에 관한 부분을 삭제하고 은밀한 사랑 이야기를 부각하자”고 제안했다. 책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히 거절하고 소신을 지켰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한 가수의 굴곡진 삶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할 줄 알았던 사람의 정신을 담아낸 기록’이다.

계란을 먹는 것조차 사치스러울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요즘 말로 하면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덩리쥔은 엄격한 부모 밑에서 반듯하게 자랐다. 타고난 재능에 엄청난 노력으로 그녀는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한때 그녀의 노래가 금지곡이었던 중국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가수가 되었고, ‘아시아의 덩리쥔’을 넘어 ‘전 세계의 덩리쥔’으로 자리매김되었다. 이른 나이에 유명세를 타며 큰 성공을 이루었지만 그녀는 늘 겸손했고 자기 연마에 철저했다.

어렸을 때 가톨릭에서 영세를 받은 그녀는 세례명과 함께 ‘테레사 덩(Teresa Teng)’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큰 사랑으로 작은 일을 실천하려 한’ 테레사 수녀님처럼 평생 실천해온 그녀의 사랑의 자취는 노래로 거둔 성공 이야기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지병인 천식으로 42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사후 많은 팬들이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그녀가 못다 한 더 큰 사랑의 실천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다.

이 책 원제목은 ‘절향(絶響)’이다. 멈춰버린 노래요 끊어진 재능, ‘대체될 수 없고 무엇에도 비견할 수 없는 그 무엇’이란 의미도 담긴 이 말은 덩리쥔의 노래를 가리키지만, ‘천상(天上)의 목소리’와 함께 일상 속 그녀의 그녀다운 모습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오래오래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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