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오는 9월1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한국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 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1898년 9월 1일자 황성신문(皇城新聞)에는 “북촌에 사는 수 삼분이 여학교를 설치해 보려는 놀라운 통문이 있기로 놀랍고 신기하야 이를 기재하노라” 하며, 여권통문 전문을 실었다.

이름도 없이 자신을 ‘이 소사’ ‘김 소사’라고만 밝힌 이 운동의 주인공들은 누구였을까? 이들은 모금운동을 통해 학교를 세워 계몽운동을 했고, 한국교회 여선교회의 모체가 되는 찬양회로 발전시켰다.

“여성통문”의 내용은 이러하다. 현대 한국어로 바꾼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

“대저 물이 극하면 반드시 변하고 법이 극하면 반드시 고침은 고금의 상리(常理)라. …이제 전일 해태하든 구습은 영영 버리고 각각 개명한 신식을 쫒아 행할새 사사이 취서되어 일신우 일신함은 영영 소아라도 저마다 아는 바이거늘 어찌하여 우리 여인들은 일양 귀먹고 눈 어두운 병신 모양으로 구규만 지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로다. 혹자 신체와 수족과 이목이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모양 사나히의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심규에 처하여 그 절제만 받으리요. 이왕에 먼저 문명 개화한 나라를 보면 남녀가 일반 사람이라. 어려서부터 각각 학교에 다니며 각항 재주를 다 배우고 이목을 넓혀 장성한 후에 사나히와 부부지의를 정하여 평생을 살더라도 그 사나히의 일로 절제를 받지 아니하고 도리어 극히 공경함을 받음은 다름 아니라 그 재조와 권리와 신의가 사나히와 같이 하기 때문이다.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리요. 슬프다. 돌이켜 지난 일을 생각하면 사나히의 위력으로 여편네를 누르려고 구설을 빙자하여 여자는 거내불언외(居內而不言外)하며 유주식시의(唯酒食是議)라 하니 어찌하여 신체수족이목이 남자와 다름없는 한 가지 사람으로 심규에 처하여 밥과 술이나 지으리요. 도금에 구규를 폐지하고 신식을 시행함이 우리도 혁구종신하여 타국과 같이 여학교를 설립하고 가각 여아들을 보내어 재주와 규칙과 행세하는 도리를 배워 장차 남녀가 일반 사람이 되게 할 차 여학교를 설립하오니 유지한 우리 동포형제 여러 부녀 중 영웅호걸님네들은 각각 분발한 마음을 내어 우리 학교 회원에 가입하라고 하면 즉시 서명하시기를 바라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학교를 세웠고 글을 가르치며 계몽운동을 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남자어른들이 장에 가셔서 굴비나 북어, 김, 옷, 신발 등을 사오시면 여자들은 근검절약하여 살림을 잘 살아내는 것을 도리로 알고,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쓰라고 하면 2/3 이상의 여학생들은 ‘현모양처’라고 했던 때였는데… 여자들이 돈이 어디서 나서 모금운동을 했는지 참 궁금하다.  

그래서일까? 어릴 적 교회에서 부흥회를 하면 헌금통에 금반지나 금·은 비녀를 빼서 넣는 일이 다반사였다. 여성이 직업을 갖고, 경제권을 갖게 된 것이 겨우 일백년이 안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중신을 들려고 해도, 여자의 월수가 얼마나 되는지, 전문직에 종사하는지가 결혼조건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요즈음 젊은 여성들의 필독서가 되다시피 한 <1982년 생 김지영>이란 베스트셀러가 있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책임 있는 직장여성인 김지영이 직장에서의 성 불평등과 육아의 난제 앞에 절망하고 병들어가는 모든 여성들의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여성들은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울컥 솟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내용이다.

차라리 여성통문을 발표하고 스스로 어둠을 걷어내려고 눈에 보이는 투쟁을 하던 과거의 선배 여성들이 부러운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교회의 장래가 촉망되는 피아니스트인 자매가 첫 딸을 낳았다. 나는 카톡에 “어머니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이름 어머니! 결코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함께 기도하며 진정으로 행복을 살아가는 또 한 여성을 키워내자고요. 아자!!!”라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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