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는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페이스메이커는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다.  
…저자는 편집자를 믿는 게 좋다.

 

“‘탈고하면 바로 편집부로 보내나? 편집부와의 피드백은?’ ‘맞다. 퇴고 즉시 편집부로 보내버린다. 다시 보기 싫으니까. 울렁증이 사라질 즈음, 편집부에서 피드백이 온다. 이 부분은 늘어지는 느낌이라든가, 이 부분은 감정이 더 깊게 묘사돼야 할 것 같다든가. 본문으로 직행하는 것보다 프롤로그가 있었으면 좋겠다든가.’ ‘그런 의견은 얼마나 받아들이나? 기분이 상하는 경우는 없나?’ ‘다 받아들인다. 아주 드물게 내 고집을 세울 때도 있는데, 그게 잘 안 통한다. 그렇다고 해도 갈등은 거의 없다. 나는 쓰는 사람이지만 편집자는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재편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고. 그들의 능력을 믿는 게 좋다. 그들은 내 아군이고, 어떻게든 내 책을 멋지게 만들려는 사람들이다. 내게 손해가 될 행동은 안 한다는 얘기다.’”

소설가 정유정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유정은 편집자를 ‘아군’이라고 말한다. 소설가인 자신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지만, 편집자는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편집(編輯)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저자와 편집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인식하고 있다.

“편집자가 여섯 꼭지 정도를 빼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가 괜찮다고 했지만 왜 고치지 하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빼고 나니까 훨씬 주제가 흩어지지 않고 밀도 있게 모였어요. 저도 저자가 되니까 안 보이더라고요. 정말 편집이 신의 일이라는 게 맞는 말이었어요.”

<마녀 체력>을 쓴 전직 편집자였던 이영미의 말이다. 편집자는 주제의 밀도를 위해 주제와 거리가 먼 원고를 빼달라고 저자에게 요구했고, 저자는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결국 그 원고를 빼는 게 좋았다고 말한다. 저자와 편집자의 관점의 차이는 이렇게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편집자의 조언을 듣고 결과적으로 좋은 책을 낼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편집자는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페이스메이커는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다. 편집자는 출판 시장을 이해하고 독자들의 성향과 책이 팔릴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마라톤에서도 마라토너가 목표한 시간 안에 42.195km를 달릴 수 있도록 1km당 어느 속도로 달릴지 정확하게 체크하면서 페이스메이커가 함께 달린다. 그렇게 편집자는 훈련되어왔기 때문에 저자는 편집자를 믿는 게 좋다. 막말로 자신이 만들고 있는 책이 안 팔리기를 바라는 편집자는 세상에 없다. 혹 그런 편집자가 있다면, 처음부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지 않는다. 맨 처음 들어온 원고 그대로 기계적으로 책을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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