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내쫓고, 반정 십여 년 만에 곤룡포 벗어야 했고 남색융의 차림으로 사면초가 된 남한산성 정문으로 출입이 불가하다 하여 서문으로 나와 삼전도 들판을 휘적휘적 걷는다. 백간쯤이니 높아 보이는 단상 높이의 수항단(受降檀)에 앉아서 초라한 조선 왕을 노려보는 누르하치의 여덟 번째 아들인 홍타이지, 그가 후금이다, 여진이다, 만주족이다를 돌려가며 종족명을 사용하는 여러 갈레와 민족들의 연합 황제 청태종이다.

명 제국으로부터 받은 옥새를 들고 홍타이지 앞에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울며 떨면서 올리던 수치스러운 치욕의 날이 1637년 1월 30일이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저 오랑캐 따위들이 어디 인간이냐고 내뱉었던 만주족. 만주족 하니까 떠오른다. 세종 때이던가, 이 만주라는 이름의 여진족 추장이 조선으로 귀화하고 싶어 했는데 조선군은 그를 참수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 만주 추장을 기리며 누루하치의 여진족들이 ‘만주족’으로 종족명을 바꿨다는 고사가 있다.

인조의 병자호란기에 조선은 참으로 눈물겨웠다.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피신하고 있을 때 한양(서울)을 침탈한 청나라(오랑캐) 점령군들이 한양의 곡식은 물론 짐승들까지 다 잡아먹어버린 탓에 한양 땅 굶주린 우리 조상들은 청나라 군사들이 너무 많이 먹고 토악질해놓은 것을 서로 먼저 먹겠다고 싸우다가 통곡했다는 후일담도 있다.

청나라, 청제국을 일으킨 누르하치는 일본의 풍신수길의 18만6천명의 군사로 18일 만에 압록강까지 점령하는 것을 보고, 술도 도박도 끊고 잡패 노릇도 그만두고 흩어진 여러 여진족을 불러 모아 명나라와 원나라 사이에 놀고 있는 땅부터 점령, 야금야금 늙은 명나라 사실상 멸망시킬 때 조선은 누르하치 군이 도와달라고 사정했지만 야만이라고 거절하다가 정묘호란(1616년)을 당했고, 그때 형제국이 되자고 조약을 맺은 후에도 정치적 결단을 못 내리고 “척화다” “주화다”로 밤을 새우고 세월허송하다가 홍타이지가 군사를 몰고 온 병자호란(1636년) 때는 조선의 임금은 청나라에게 노예선언을 하는 꼴이 되었고, 그 뒤 계속해서 청나라 신하들 앞에서도 조선 국왕이 삼배구고두례를 하면서 예를 다해야 했었다.

정신 못차리면 망한다. 죽고 망하는 것 갑자기 오지 않는다. 정신 차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 아니다. 대한민국 기독교 당신들이 1백여 년 만에 1천만 신자 일군 것 아니야. 역사를 봐! 당태종기에 알레폰 주교의 제자 유승이 서라벌까지 페르시아 최후의 황태자를 수행해 가서 명승 원효와 수년 동안 사귄 이야기, 1274년 원 제국 쿠빌라이 황제의 사위인 고려 충렬왕은 원나라와 고려 연합으로 일본 원정하기 위해 창원·마산 앞바다에서 기독교 군사 10만 명이 와서 10년 동안 머물렀던 이야기, 1625년도 경교비가 땅속에서 솟아오른 후 청나라 지배기에 조선은 인조, 효종, 그리고 정조대왕기에도 네스토리우스의 기독교와 천주교가 한양과 조선 전역에서 활동했던 날들, 많은 역사가 숨어있다. 한국교회여, 부디 1천여 년 이상을 보살피신 예수님의 교회와 자유민주주의를 대한조선에서 잘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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