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승 진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
사무국장

성경에 등장하는 질문들 가운데 극적인 질문 하나가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5) 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한 이 질문을 듣고, 베드로는 성경 한 권을 통째로 요약한 답변을 드린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 그리고 예수님은 이 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약속하신다. 즉, 오늘날 교회는 베드로가 드린 이 고백 위에 세워진 예수님의 언약의 완성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모습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예수님은 언제나 예배자였고 언제나 의로웠고 언제나 가난한 이웃을 향해 자신을 내주었지만, 반면 예수는 그들로부터 독설과 저주를 받아야 했다. 예수는 아이들을 축복했고 과부를 선대했으며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웃는 자들과 함께 기뻐했지만, 그 대가로 돌멩이에 맞고 광야로 내쫓기고 결국에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셔야만 했다. 오늘날 교회가 예수를 좇는 사람들이라면, 오늘날 교회가 베드로의 그 위대한 고백 위에 세워진 언약의 완성이라면, 예수의 매력 없는 저 삶은 성경 속 미담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즉, 예수의 삶은 오늘날 우리 교회가 수용해야 할 삶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질문을 반대로 할 차례가 아닌가 싶다. 즉, 예수님이 우리에게 “세상이 너희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물으실 차례인 것이다.

100년 전 평양대부흥을 이끌었던 이들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예수님의 삶을 자신의 지표로 삼아 살았다. 그들은 10년 전에 자신이 저지른 은밀한 죄를 자수했고, 권력의 자리에서 취한 부당한 이익을 내놓았고, 신분과 성별을 초월해서 서로를 존중하고 섬겼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그들을 ‘예수쟁이’라고 불렀고, 자신은 믿지 않아도 자녀들에게 교회에 나가라고 권하기도 했다. 적어도 그 당시 ‘목사’는 믿는 자들에게나 믿지 않는 자들에게나 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현주소는 어떤가?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이웃들로부터 ‘예수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가? 아니, 우리를 부르는 ‘예수쟁이’라는 호칭이 100년 전 믿음의 선배들이 가졌던 그 호칭과 같은 의미인가?

한국교회의 대형 교단들이 총회를 마칠 무렵, 이 질문들이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이 되어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교회 자산을 재단 소유로 편법 승계한 것도 모자라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교단 헌법조차 무너뜨린 부자(父子)의 이야기는 이미 세간의 화제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정통이라고 자부하는 몇몇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 무작정 ‘이단’으로 배척받는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우리를 분노하게도 만든다. 예수를 알지 못하는 세상도 ‘평화를 위한 사랑’을 얘기하는데, 정작 교회라면서 마치 과격한 정치집단처럼 광기어린 혐오와 증오를 쏟아내며 ‘폭력’을 선동하는 이들을 두고 세상은 과연 무어라고 불러줄까?

얼마 전 고교시절 동창생들과 저녁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나를 제외한 세 명의 친구들이 모두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통에 진땀을 쏟아야 했다. 그래도 친구가 기독교인인 것을 알기에 적당히 배려하는 멘트도 있었지만, 한국교회의 배타성과 아집, 부정과 부패, 그리고 온갖 추문은 식사 내내 화제가 되었다.

그 친구들의 눈에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복을 경작하는 청지기가 아니라 자산을 늘리는 자본가였다. 친구들에게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를 통해 사역하는 자들이 아니라 교회를 통해 돈을 굴리는 사업가들이었다. 친구들에게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주신 사랑을 갖고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이들이 아니라, 오직 자신과 자기 공동체만을 사랑하는 괴물이었다. 이것이 내 친구들만의 얘기로 그친다면 그저 해프닝에 불과할 뿐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예수님이 내 친구들과 같은 이들에게 우리를 가리켜 “저 사람들이 누구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그리고 그들이 대답하기를 “당신을 구원자라고 떠들기는 하는데, 당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 사람들이에요”라고 말한다면, 예수님은 어떤 마음이실까?

한국교회가 마땅히 걸어야 할 길에서 너무 멀리 떠난 것이 아니길 바란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