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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콘스탄티노플 점령 >4<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244] 사제 왕 요한_ 56
조효근/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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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8호] 승인 2018.10.03  08: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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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하람 수사님! 교황 기독교가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왜 저토록 합니까? 콘스탄티노플이 어떤 도시입니까? 기독교의 대표 도시요 상징이잖아요. 서로가 소중하게 아껴야지. 잡아먹으려고 기를 씁니까?”

 

유차홍 주교의 병세가 심상치 않았다. 지난밤에 혼절을 거듭 두세 번씩이나 하게 되자 집주인 유대인 노인이 겁이 덜컥 났다. 새벽 무렵 유 주교의 몸에서 열이 조금 내리는 사이에 요하난에게 잠시 환자 곁에 있으라면서 새벽길에 나섰다.

그 사이에도 유차홍은 몸을 뒤척이며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요하난은 혹시 유 주교가 죽기라도 한다면 자기 혼자 남아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하나님께서 설마, 우리들 사절단이 하는 일이 더 이상 낭패로 되게 하시랴 싶은 마음으로 자기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위로했다.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은 유차홍 주교가 입을 연다.

“요하난! 혹시 내가 임무를 다하지 못한다 해도 낙심치 말고 그대가 대신할 준비를 하게….”

“주교님, 아닙니다. 곧 쾌차하십니다. 주님께서 도우십니다.”

유차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이 웃는다.

그때, 유대인 노인이 돌아왔다. 그의 뒤를 따라 거지행색의 늙은이가 다락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이 방은 지하 동굴이라 해야 옳다. 유대인 노인이 젊었을 때 부친의 제안으로 만든 것으로 거실에서 파고 들어가서 뒤뜰로 나갈 수 있는 피신 굴이었다. 전쟁터의 토굴과 같은 응급 피난처로 만들어 두고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라고 했다.

거지 노인은 유차홍 주교 앞에서 목례를 했다. 그때 그의 모습이 어찌나 정성스러운지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유차홍은 누운 채 노인의 위아래를 훑어보다가 그가 성호(가톨릭 사제들이 성삼위 이름으로 기도할 때 행하는 기호)를 긋자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유대인 노인이 그를 말리면서 말했다.

“발하람 수사님이십니다. 전에는 주교좌를 이끄셨지요.”

주교였다는 말이다. 유차홍이 누운 채 두 손을 모아 경의를 표했다.

“이 어른은 앙카라 지역에서 자비의 수도원 공동체 일원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어른입니다. 동로마 교구 출신이시나 교구나 종파를 가리지 않으십니다. 우리 유대교나 이슬람에도 친구가 많으신 성자이십니다.”

발하람 수사는 유차홍의 눈 뚜껑을 뒤집어보기도 하고 오른손과 왼손의 손목을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보는 등 옛 당나라 의술과 페르시아 고지대나 중앙아시아 나라들에서도 가끔 구경했던 모습이었다. 발하람 수사는 그의 보자기에서 조심스럽게 몇 가지 약재를 꺼내서 유대인 노인에게 주면서 곧바로 달여서 먹게 하라고 당부했다.

“괜찮겠소. 수사님!”

유대인 노인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묻는다.

“크게 걱정 마시오. 프랑크 십자군 사건을 직접 보고 난 후 충격으로 얻은 마음병 같소이다.”

“마음병?!”

마음병이라고 유대인 노인이나 요하난이 함께 되뇌며 허탈해했다.

“마음병이 무섭소. 이정도면 죽기도 한다오.”

발하람 수사가 우스개처럼 추가로 말했다. 유차홍은 듣는지 아니 듣는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었다. 숨소리도 들리는 듯 마는 듯이었다.

“수사님, 행하시는 의술이 옛 한나라 때부터 전해온다는 당나라 식이신가요?”

요하난이 묻는다.

“맞소. 키타이 식이죠. 그런데 젊은이가 어떻게 아는가요.”

“아 참, 이 젊은 사제는 페르시아 기독교 출신으로 지금은 여기 누운 유차홍 주교를 보좌해서 로마 교황 사절단으로 오신 요하난 사제시오.”

“그렇소. 네스토리우스 교단 사제라 참, 점령군으로 와서 콘스탄티노플을 약탈한 프랑크 교황군, 그렇구먼 교황의 기독교가 요하난 사제의 기독교를 많이 핍박했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십자군 전쟁터에서는 그대들 카라 키타이의 사제 왕 요한(프레스터 존)을 기다리고 있지요. 안됐어요. 이번 사태가 터지지 않았으면 여러분은 교황파 기독교의 환대를 받았을 텐데….”

“수사 어른은 남의 말 하듯 하시네요. 하긴 교황과 서로 윗자리 싸움을 1천년 가까이 해온 동로마 기독교 주교셨으니까….”

그때 잠든 줄 알았던 유차홍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려 했다. 유대인 노인이 그를 잠시 말린다. 유차홍은 못이긴 채 눕더니 요하난을 꾸짖는다.

“요하난 사제, 수사 어른께 사죄하라! 어디서 그런 무롄가!”

병들어 지난밤에 사경을 헤맸던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얼마간의 분노와 함께 단호한 심기가 실려 있었다. 요하난이 꼼짝 못하고 숨을 죽였다. 유차홍 주교의 노여움에 찬 꾸중을 보고 들은 것이다.

“네, 주교님. 제가 실언했나이다.”


유차홍은 숨을 고르더니 이내 밝은 표정으로 발하람 수사에게 사죄를 청하고 요하난의 손을 붙잡는다. 아버지 손처럼 따스했다.

“주교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사제님, 내 의술은 저 옛날이지요. 당나라 고선지 대장군과 사라센과 투르크 연합군이 ‘탈라스 전투’라고 하죠. 맞아요. 지금 여러분의 나라 수도 사마르칸트 들판에서 있었던 대 전쟁 때 당나라가 패전하며 도망갈 때 한의사(군의관)로 함께 왔던 의사들이 사라센 군에게 잡히면서 당나라 의술이 이슬람 전역에 전파되었소. 지금도 교황의 제국보다 이슬람 제국이 더 의술이 발달해 있는데 아마 이슬람이 중국의 의술에 힘입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뿐인가. 인쇄술이나 천문학까지도 다 당나라 과학이 압바스 이슬람의 전리품이 그 기본이었죠.”

유대인 노인이 수사 노인의 말을 거들었다. 유차홍 주교나 요하난 사제도 알고 있는 옛이야기다.

“그러면 수사님은 한의사도 되시나요?”

요하난이 묻는다.

“그래요. 나는 의사로 치면 한의사이고, 종교는 기독교이지만 기독교나 유대교는 물론 이슬람도 똑같은 아브라함의 종교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까 이곳 콘스탄티노플에서는 설 자리가 없는 늙은이랍니다. 이제는 죽어도 될 나이인데….”

발하람 거지 수사는 갑자기 목소리가 잦아드는가 싶더니 유차홍의 이마에 손을 짚어본다. 자기 감정 변화를 숨기려는 듯했다. 그는 왼쪽 손목을 잡고 맥을 찾는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려고 했다.

유차홍 주교는 안색이 밝아졌다. 약을 달여 먹고, 발하람 거사가 그의 등과 발등에 뜸(한의학 치료법 중 하나)까지 떠 준 것이 효과가 있었다.

“발하람 수사님, 감사합니다. 오신 김에 저의 마음병도 치료해 주시면 어떨까요?”

유차홍이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하면서 발하람의 마음을 붙잡는다.

“허허, 농담을 하시는 것 보니 몸은 웬만하신 듯하오만, …저는 마음병은 못 고치니 어찌합니까? 제가 몸을 낫게 했다면 주교님이 대신 내 마음병을 치료해 주시는 것이 순리 같습니다만….”

두 사람의 주고받는 대화를 지켜보던 유대인 노인이 손뼉을 친다.

“발하람 수사님! 교황 기독교가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왜 저토록 합니까? 콘스탄티노플이 어떤 도시입니까? 기독교의 대표 도시요 상징이잖아요. 서로가 소중하게 아껴야지. 잡아먹으려고 기를 씁니까? 저는요, 예루살렘 탈환인지 정복인지를 위해 유럽이 온통 십자군 소동을 일으키는 모습을 참으로 수치스럽게 여겼습니다. 여기가 유럽이고 로마제국의 수도인데 제 나라 황제가 통치하는 도시를 이렇게 짓밟는 짓도 십자군 운동인가요. 내가 순진한 질문을 했지요?”

“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내가 동방에서 오신 주교님 앞에 얼들을 들 수 없군요.”

“수사님. 동로마가 장려하고 관장하는 동유럽 지대 국가들이나 슬라브 민족들이 왕성해야 우리들 유라시아 나라들 선교에 큰 힘이 될 터인데 교황은 왜 콘스탄티노플을 짓밟지 못해서 저럴까요? 저희가 교황을 만나게 되면 묻고 싶은 말이었는데 이제는 오라고 해도 갈 생각이 없어요. 저들의 시커먼 도적 마음을 다 알았는데요….”

“노여워하지 마세요.”

발하람 수사는 눈을 지그시 감고 말이 없는데 유대인 노인이 유차홍 주교를 위로했다.

“여러분, 제가 아는 소리 한다고 경솔하다 하실까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기독교가 인도나 중국 대륙에 한 번 가보라고 하세요. 저들 아시아 사상과 종교들의 수준이 솔직히 말해서 로마 기독교를 훨씬 뛰어넘어요. 현재 서로마와 동로마 교회가 경쟁하고, 시기하고, 죽이고, 짓밟고 침 뱉는 사이에 이슬람은 물론이고 동방 아시아 철학과 종교들은 기독교를 비웃습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창스러워요.”

“…….”

유차홍이 분노에 찬 발언을 했는데도 발하람 수사나 유대인 노인은 입을 다물고 있다. 열 올리면서 울분을 쏟아낸 유차홍이 낯 뜨거운 꼴이 되었다.

요하난이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어볼 심산으로 입을 연다.

“저는 페르시아 출신입니다. 페르시아 땅에서 이슬람에게 쫓겨 중앙아시아로 갔더니 곧바로 이슬람이 따라오더군요. 저는 북방 초원지대 몽골에도 다녀보았는데 몽골이 곧 일어나서 세계를 호령할 날이 올 겁니다. 몽골에서도 저희 기독교 곁에 벌써 이슬람이 와있더라고요.”

“그래요, 몽골 땅에도 이슬람이 있어요?”

유대인 노인이 크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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