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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은 호구? 함께 사는 대안적 미래를 꿈꾸다지역을 살리는 ‘똑똑한 기버(Giver)’들과의 행복한 만남, 사회적기업 ‘청밀’ 양창국 대표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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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8호] 승인 2018.10.03  09: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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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30% 이상
취약계층 고용,
이익의 70% 사회 환원

노인과 장애인의 협업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

 

   
▲ 사회적기업 청밀 양창국 대표

말이 좋아 ‘사회적기업’이지 장애인들이 만드는 제품이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판로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를 때도 많았다. 제품을 알리기 위해 직원들과 추운 겨울 바자회에서 손을 녹이며 물건 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됐다.

우리나라에 사회적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도 10여 년쯤 됐다. 아직 개념정립이 미비하고 여전히 ‘사회적기업=호구’라는 인식이 높지만 사회적기업 청밀 양창국 대표(51, 동산교회 집사)는 “사람과 사회를 살리는 대안적 기업”이라며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노인과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회사의 이익을 지역의 필요한 곳에 흘려보내며 함께 사는 세상을 가꿔가는 것,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노리는 자본주의 원칙에 역행하는 사회적기업이 왜 오늘 우리 사회의 대안인지 양창국 대표에게 들어봤다.

# 대안 경제의 길, 있다!

“단순히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노년층의 삶의 지혜와 장애인의 노동력을 통합해 그에 맞는 직업을 개발하고, 일회적 나눔을 탈피해 그들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식자재 유통, 판매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의 평균 근속 연수가 5~6년 정도로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가락시장 인근 SAFF타워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청밀 사무실, 입구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조금 특별한 청밀, 사람을 위해 삽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표현한 것이다.

   
▲ 청밀의 행복한 밥차 봉사

사회적기업 청밀은 2008년 설립돼 통합과 나눔을 비전으로 삼고 홀로서기에 취약한 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나눔을 실천해왔다. 주요 사업은 식재 조리지원, 식재지원, 행사지원 등 식자재유통사업과 소비자가 조리하기 편하도록 농산물을 세척하고 다듬어 포장하는 농산물 전처리사업, 중증장애인기업 및 여성기업 제품을 공공기관 유통 및 구매 대행하는 일 등이다.

청밀의 브랜드 ‘행복한 반’은 밥을 뜻하는 반(飯)과 나눔을 뜻하는 반(半)의 의미로 사회적기업 청밀의 비전을 나타낸다. 이 외에도 지역사회 내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지원사업, 희귀난치병 아동의료비 지원, 식자재 후원을 진행하고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하프빈스’, 사회공헌으로 기부 받은 물품을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나눔으로 재탄생시키는 ‘기빙팩토리’ 등이 있다.

2011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고, 2016년 서울시에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현재 40여 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액 120억 원으로 사회적기업 가운데 큰 규모를 자랑한다. 아프리카 케냐에 ‘청밀 인터내셔널’이라는 작은 회사도 설립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전체 직원의 30% 이상을 취약계층으로 고용해야 하고, 회사 이익의 7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청밀은 시작부터 노년층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작업환경을 조성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사회적기업의 면모를 다져왔다.

   
▲ 취약계층 겨울 나기 물품 지원

# 함께 사는 길을 찾다

양 대표가 사회적기업을 시도한 것은 장애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그들과의 첫 만남은 충격이었다.

식품공장을 운영하던 양 대표에게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찾아와 우리 아이도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 아이가 나보다 하루 먼저 죽는 게 소원’이라는 부모들의 간절함을 쉽게 뿌리칠 수 없어서 찾은 곳이 장애인 재활센터였다.

“삶의 반경에서 별로 보지 못했던 장애인들을 한 번에 40여 명이나 만났어요. 그동안 나는 무엇을 보며 살았던 건가, 왜 이들은 여기 갇혀 있어야 하는가, 이런 현실은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방법을 찾아야만 했어요."

가장 큰 충격은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거리감 없이 다가오는 그들의 순수한모습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들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시작된 것이 사회적기업이었다.

당시 판교에서 식품공장을 경영하며 백화점에서 매장 3개를 운영하던 때였다. 사업이 잘 돼 빨리 돈 벌어 빌딩 사고, 조기 은퇴해 재밌게 살겠다는 계획이었다. 장애라는 이유로 삶의 기회를 잃은 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자신의 계획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대기업에서 일할 때,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몇 백 명씩 해고해 많은 가정이 붕괴되는 것을 보며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컸던 것이 떠올랐다. 회사를 그만두고 식품공장을 운영하며 잊고 있던 꿈이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다시 일어난 것이다.

   
▲ CSR스토어_바자회 행사

장애인들만으로 작업공간을 만든다면 또다시 그들을 가두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방법을 찾다 노년층과 장애인의 융합을 생각했다. 노년층과 장애인의 공통점은 대부분 건강에 어려움이 있고, 외롭고, 재정적으로 여의치 않다는 것. 이들이 함께 일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노인들은 힘이 없지만 지혜와 경륜이 있고, 장애인들은 힘은 있지만 안내가 필요하니 이 둘이 함께 일하면 업무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으리라는 계산은 적중했다. 장애인들만 일할 때보다 협업을 통해 생산율이 증가됐고, 작업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취약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의 개선입니다. 장애인 한 명이 세상으로 나온다는 것은 그 가족 모두가 사는 것입니다. 장애인을 돌보느라 중단됐던 가족의 경제생활도 재개할 수 있게 됩니다. 장애인 가정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00년 넘은 사회적기업들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이어왔고, 인정받는 분위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호구’라는 인식이 강하다. 양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일반 기업과 가장 다른 점은 이익을 나누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즉, 일반 기업의 경우 이익의 대부분이 일부에게 집중되지만 사회적기업은 이름 그대로 사회로 환원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청밀도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이 사회적 취약계층인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이외에도 치료비 지원, 장학금 지원, 봉사활동 등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부 누계 액이 9억 1천만 원에 달하는 등 지역사회의 필요한 곳에 흘러가도록 하고 있다.

# 똑똑한 기버(Giver)

지금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그래도 사회적 기업 타이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그야말로 맨당에 헤딩이다. 제품 홍보를 위해 찾아가면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제작 주문을 받았다가도 “장애인들이 만든 물건 뭐 믿고 구매하냐”며 퇴짜 맞기도 일쑤였다. 회사가 이름을 알리기 전인 초창기에 거래처에서 제품을 신뢰할 수 없다며 계약 취소를 통보하자 양 대표가 찾아가 “그럼 우리 직원들 다 죽는다”며 말 그대로 맨바닥에 드러누웠다. 목숨 걸고 양질의 제품을 납품하겠다는 약속으로 계약을 유지시켰고 최선 다해 약속을 지켰다.

“장애인들의 경우 비장애인에 비해 능률이 20~30% 정도고 부족한 부분은 회사가 채워야 합니다. 대기업 제품보다 우리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품에 들어있는 가치를 보고 그것에 함께할 수 있는 마음들이 모아지기를 바랍니다. 나의 소비가 지역이 함께 사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마음 말입니다.”

양 대표는 10분의 1의 원칙을 제시했다. 우리 지역에 사회적기업이 있는지, 그들은 어떤 가치와 목표로 일하는지 살펴보고 10개를 살 때 1개는 그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을 ‘똑똑한 기버(Giver)’라고 표현하며 그런 기업,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것이 연약한 자들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에 맞닿는 길이기를 소망하고 있다.

회사 설립 10년, 사회적기업에 대한 낮은 인식 속에 여전히 고군분투지만 양 대표는 “정년 없는 기업, 행복한 기업, 장애인이 다니기 좋은 기업,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적기업”을 꿈꾸며 느리지만 100년 후를 내다보는 기업으로 든든히 서 갈 수 있도록 ‘똑똑한 기버’들과 함께 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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