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호 / 홍성사 편집팀

1998년 여름, 조금 특이한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라는 다소 긴 제목의 책이다. ‘인문적 건축이야기’라는 부제목처럼, 공학도의 전유물 같은 건축의 ABC를 일반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쓴 것으로,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책이었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에서 이 책이 어느 코너로 갈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건축 분야  전공서적이 아닌 교양서인 데다가 책의 성격상 당연히 ‘인문’ 코너에 가야 하는데, 제목에 있는 ‘건축’이란 단어 때문에 ‘기술/공학’ 코너에서 절대로 다른 코너로 갈 수 없다 하여 실무자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대형서점에서 뜻밖의 ‘신고식’(?)을 치렀고 기대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책은 꾸준히 쇄를 거듭했다. 2004년에 개정판이, 2014년에 재개정판이 나왔다. 그사이 지면이 대폭 늘었고, 사진도 많이 바뀌었다. 어느덧 이 책은 건축학도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 쉽고 재미있는 건축 이야기의 스테디셀러이자, 이 분야에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 되었다. 이후 일반 독자들을 위한 건축 관련 교양서가 많이 나왔지만, 내용과 체제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이 책의 요모조모를 연상시키는 것들이 많다.

건축의 원리와 현장에 대한 참신한 접근과 분석이 돋보이는 이 책은, 저자가 그린 70여 컷의 일러스트와 240장이 넘는 컬러사진(거의 모두 저자가 찍은 것이다!)이 ‘보는 즐거움’과 읽는 재미를 한껏 선사한다. 친절하고 상세한 캡션은 독자의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건물이나 공간의 전체와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보게 하는데,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캡션의 모범적인 선례가 되었다.

학창시절 동아리 선배님이기도 한 저자(서현,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동아리방에 비치된 노트에 가끔 ‘이런저런 건축적 사실들을 풀어 설명하는 잡문’을 남겼는데, 동료 선후배 모두가 참 재미있게 읽었다.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어쩌면 이렇게 쉽고 명료하고 재미있게 쓸 수 있을까?’ 놀라웠다. 읽은 뒤 아스라이 남는 여운에 깃든, 사람과 세상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이 따사롭게 느껴졌다. 거리를 지나며 건물과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이 들게 한 이 선배님과는 그로부터 10여 년 뒤 저자와 편집자로 만나게 되었는데, 그의 첫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많은 건물이 등장하는 이 책에서 교회 건물로는 유일하게 경동교회(서울 중구 장충단로)가 소개되는데, 벽돌로 된 건물과 진입로 그리고 본당 내부의 십자가를 건축학도의 입장에서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한국 교회 건물에 대한 그의 시각은 어떠할까? 건축 전공자가 아니라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개교회 중심인 한국 교회의 특성이 빚어낸 해묵은 과제이기도 한 이 점에 대해 그 역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나타낸다.

‘건축은 벽돌과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정신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이 말에는 건축의 핵심이 집약되어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생각하며 살려는 사람들의 정신’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은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자리매김 되어야 할까,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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