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명성교회 이야기다. 기독교 언론은 물론 일반 언론과 인터넷에서도 명성교회 뉴스는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김삼환 목사의 얼굴은 대통령에 버금갈 만큼 유명해졌다. 부와 권력을 한손에 거머쥐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면 그는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룬 듯 보인다.

매스컴에서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장면은 안동교회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안동교회를 한국 개신교 130여 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모범적인 교회 중 하나이자 지금까지 내가 다녀본 많은 교회 가운데 진심으로 다니고 싶은 교회,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교회, 그 교회 공동체의 일원임이 부러웠던 교회, 누구에게라도 당장 다녀보라고 권할 수 있는 유일한 교회라고 말해왔다. 그만큼 안동교회는 유교의 본고장에서 단 한 번의 분열이나 갈등 없이 지역 사회를 섬기며 민족 복음화의 역사를 이어온 아름다운 교회다.그런데 왜 김삼환 목사를 보면 안동교회가 떠오르는 것일까? 안동교회를 드나들며 그의 얼굴을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2007년 성탄절 즈음 그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인 김기수 목사의 장례식이 치러졌을 때도, 한 해전 세밑 스승인 김기수 목사의 스승이었던 김광현 목사의 장례식이 거행되었을 때도 고즈넉한 안동교회 석조 예배당 안에서 조문객으로 참석한 그를 볼 수 있었다. 졸지에 스승 두 분을 하늘나라로 보낸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했다.

김삼환 목사는 자신의 책에서 ‘전형적인 불신 가정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고향 신당교회에서 주의 종의 길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청년 김삼환을 목회자의 길로 인도한 것은 김기수 목사였다. 2014년에 출간된 김기수 목사의 회고록에서 김삼환 목사는 스승과의 인연을 이렇게 기억했다.

“50년 전 12월 어느 겨울날 11시에 저는 처가댁 마당에서 목사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한겨울에 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느라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몹시 추운 날씨에 안동에서 영양 산골까지 오셔서 주례해 주신 목사님의 사랑을 잊을 수 없습니다. …… 영양 산골에서 자란 저는 안동에 와서 큰 도시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으로 본 기차도, 학교 강당도 너무나 크고 신기해서 하루하루가 감격스러웠습니다. 목사님의 강의와 설교는 성서신학원 재학 시절 3년 내내 저에게 큰 감동과 도전을 주었습니다.”

갖은 고생 끝에 서울로 올라와 1980년 강동구 명일동에 명성교회를 설립한 그는 교회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게 되자 영양 산골에서의 소년 시절은 물론 경안성서신학원에서 들었던 사자후를 토하는 김기수 목사의 명 강의와 설교도, 안동교회에서 들었던 성직자의 청렴함과 무소유를 강조하는 김광현 목사의 애정 어린 당부도 점점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다.

이제 그는 마지막 남아 있던 한국교회의 알량한 자존심과 작은 희망의 불씨마저 남김없이 짓밟고 꺼뜨리는 괴물이 되었다. 그는 스승을 생각하며 “목사님의 말씀은 마치 블랙홀처럼 저를 삼켰습니다”라고 회고했지만 자신의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언행이 마치 블랙홀처럼 한국교회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두 스승은 요즘의 명성교회 사태를 보며 하늘에서 통곡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교회들이 복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주님 오시는 날에는 모두 하나가 될 것이다.”

일평생 통합과 화해의 목회를 실천했던 김광현 목사는 생전에 이런 당부를 남겼다.

“목사가 가는 대로 교회가 가고, 교회가 가는 대로 민족이 간다.”

김기수 목사는 교회가 사회와 민족을 위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승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구현한 안동교회는 한국의 모범적인 교회로 칭찬받고 있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망각한 명성교회는 사라져야 할 한국교회의 구태와 적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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