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 243] 사제 왕 요한_ 58

“역시 우리의 대왕 폐하는 사제 왕이 분명합니다. 본래 사제 왕은 예수님을 말하는 것이니 감히 누구와 비교합니까. 한때 큰 살상극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야율 직고의 아들 성소를 태자, 아니 태자가 아니라 태제가 되는군요. 우리의 대왕은 야율 성소를 태제로 맞이하실 결심을 하신 뜻을 저는 적극 찬동합니다.”

 

사제 왕 요한이라는 이 명예로운 이름을 지켜야 한다.

그는 사마르칸트 왕궁으로 향했다. 제4차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메르브에서 전해들은 요한 왕은 장탄식이었다. 어찌하여 로마 기독교는 형제가 형제를 용납하지 못하는가. 서로마 교회가 동로마교회와 결별(AD 1054년)에 이어 1204년인 지난해에 소경 제집 닭 잡아먹기를 했다. 이들은 다시 화해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 로마 교황군이 로마 황제의 궁성(본궁)을 무력으로 점령했으니 이는 끝장이 될 것이다.

요한 왕은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 점령 소식을 들은 직후 3일간 식음을 폐하고 기도에 들어갔었다. 이미 그는 초원의 테무진 소식도 들어서 잘 알고 있는 터에 콘스탄티노플 기독교의 현황을 들으면서 자기에거도 위기가 왔다고 보았다. 그가 로마 교황에게 사절단을 보낸 것은 카라 키타이 군이 콘스탄티노플과 연합해 셀주크 투르크가 장악하고 있는 아나톨리아 연합공격을 해주면 중앙아시아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세력과 만나고 좌우로 조지아(그루지아)와 아르메니아 기독교 세력까지 연맹을 이루는 세계화 전략을 계획했으나 그의 계획이 어긋나고 있었다.

요한 왕, 카라 키타이 야율 아월 대왕은 사마르칸트로 갔다. 가기 전에 호라즘 지역 사령관 보르키 장군, 아무 다리아의 유드게스 장군, 북방 초원 방어군 사령관 을지고, 투르판(하서 지역) 사령관 요한 장군까지 5대 지역 사령관을 왕성인 사마르칸트로 소집했다.

사마르칸트에 도착한 요한 왕은 선왕이신 야율 보속완 왕을 찾아서 문안드리고 전군 사령관 소집에 대해 말했다.

“대왕이시여, 현명한 판단이옵니다. 북방 초원이 불안합니다. 테무진이 북방지역 40여 개 크고 작은 부족 전체를 통합했으며, 케레이트 옹 칸 토그릴도 목숨만 건진 후 어디론가 잠적했어요. 어느 부족도 테무진의 경쟁자가 없답니다. 우리 국경지역 특히 나이만의 타양 칸이 걱정입니다.”

“고모님! 걱정 마세요. 나이만 정도는 하서 장군 요한 주교가 충분히 당해낼 것입니다. 북방 전체는 천하대장군 을지 고가 지켜주고 있지 않습니까.”

요한 왕은 말은 쉽게 했으나 나이만의 타양 칸, 특히 아들인 태자 쿠출룩이 걱정이었다. 야심만만한 젊은이로 알고 있다.

“그래요. 저는 우리 대왕님을 전적으로 믿고 있어요. 저는 대왕께서 하나하나를 결심하고 행동하시는 것을 보면 전설로 듣고 있는 우리 요 제국 창업주이신 야율 아보기 할아버지를 연상한답니다.”

“과찬이십니다. 부끄럽습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대왕! 지금 제가 작게는 가정사로 소원 하나 드리고 싶어요. 이 늙은 고모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야율 보속완은 입을 열기가 조심스러운 듯 멈칫거리다가 꺼낸 말이었다. 야율 아율(요한) 왕은 가슴이 철렁 했다. 고모님이 자기 앞에서 저토록 조심스러워하다니.

“고모님, 왜 그러세요?”

야율 아율 왕은 고모 보속완 왕의 심중을 헤아릴 수 없었다.

야율 보속완이 왕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왕의 손을 잡는다. 고모님의 손이 무척 따스했다. 가볍게 떨리고 있음도 느꼈다.

“대왕, 대왕을 닮은 태자를 이 늙은 고모가 죽기 전에 한 번 안아보았으면 합니다만….”

“아이쿠, 고모님!…”

왕은 무엇인가를 말하려다가 멈춘다. 야율 보속완은 왕이 거절하지 않은 점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은 나비소 장군의 부관으로 있는, 전에 대왕과 혼담이 있었던 정진주를 아시죠. 그녀는 카라 키타이를 위해 바친 몸이라고 처녀로 늙어갈 결심인가 봐요.”

보속완이 요한 왕이 왕위에 오를 때 왕비로 천거했던 여인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요한 왕은 정진주가 자신은 카라 키타이 왕국을 위해 바친 몸이라 한 말을 곱씹어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너무 쉽게 그가 한 말이라 보속완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고모, 나 카라 키타이에 자기 몸을 바친 그 여인과 결혼할 게요.”

“뭐,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아이고 나의 왕이시여.”

보속완은 몸을 일으켜 어깨춤을 춘다.

“고모님, 그렇게 좋으신가요? 그럼 나도 하나 부탁드릴 터이니 고모님께서 나를 지원해 주세요.”

“그게 뭔가요. 대왕님의 부탁을 이 늙은 여인이 무슨 수로 거절합니까? 말씀하소서.”

“네, 상왕 마마. 야율 직고 장군의 아들인 야율 성소를 태자로 세우고 싶습니다. 저의 소원입니다.”

“뭐, 뭐라 하셨소?!”

야율 보속완은 펄쩍 뛰다가 하마터면 자리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왕이 재빨리 보속완을 붙잡아 자리에 앉히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모님,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요한 왕은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잠시 생각했다. 보속완은 머리가 어지럽다면서 시녀를 불렀다. 그녀의 얼굴이 매우 창백했다. 입술까지. 시녀가 들어오자 다시 나가보라고 내보내고 요한 왕에게 먼저 죄송하다고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말씀이라 추태를 보였어요. 용서해 주세요. 대왕마마…. 그러나 조금 전 그 말씀은 안 들은 것으로 하겠어요. 오늘은 대왕 마마가 왕비 맞이를 하시겠다고 이 늙은 고모에게 선물로 주신 말씀만 받겠습니다. 이것으로 이 늙은이 이제 더는 소원이 없습니다. 제게 너무나 큰 선물을 주셨어요. 혼사 진행은 전적으로 제가 하겠습니다.”

“네, 네! 그리 하소서.”

며칠 후, 각 지역 군사령관이 다 모였다. 요한 왕은 전시체제를 선포했다. 초원 몽골의 테무진이 칸으로 올라서서 할 일이 무엇인가를 그는 알고 있었다. 테무진 휘하에 사제 왕이 파견한 파울로는 물론 5명의 전사가 가 있으며, 그들은 테무진의 속내와 그들 주변 형세까지 야율 요한 왕에게 극비리에 보고해 오고 있었다.

“여러분! 우리는 케레이트나 나이만이 아니라 초원의 마지막 승자와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승자가 우리 카라 키타이를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들이 당장은 못 오지요. 우리 요 제국의 뒤를 이은 금(여진제국)나라를 복속시킨 후가 될 것이고, 금나라는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더 강한 카라 키타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요한 왕은 사령관들의 의견을 듣고, 특히 을지 고 대장군의 의견을 주목했다.

“대왕 마마, 초원의 최강자가 사실상 결정된 듯합니다. 우리는 테무진과 충돌하지 않고 함께 세계제국을 모색해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뭐요, 대장군님도 테무진의 세계제국의 꿈을 아십니까?”

“마마, 며칠 동안 마마께서 해주신 말씀에서 그 사람의 꿈을 발견했어요. 테무진은 보통으로 볼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사제 왕 요한 대왕님과 맞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폐하! 소장의 입에 벌을 내리소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비소 장군님은 대장군님에게 오늘 저녁상을 올리지 않는 형벌을 부탁드립니다.”

“네, 무슨 말씀을….”

요한 왕의 말뜻을 헤아린 사령관들과 대신들이 박장대소였다. 오늘 연회가 있으니 집밥은 필요 없다는 뜻일 터이니 말이다.

“테무진 그 사람, 나는 어렸을 때부터 20여 년 지켜봤습니다. 그 사람은 세계를 하나의 나라, 동과 서로 하나의 제국으로 만들 꿈을 가진 인물인 듯해요. 이 사람과 비교는 과분하죠. 을지 고 대장군님은 짐을 아들처럼 보시니까 내가 그 사람과 맞수라 하는 것이죠. 제가 누구입니까? 나는 사제요, 사제 왕이라고 했으니 천하가 하나로 되고 특히 우리 예수님 나라가 드디어 이 지상에서 하나의 제국이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또 하늘나라는 누가 1등이고 2등인가는 의미가 없소. 곧 가까이 테무진을 만날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해 카라 키타이가 중앙아시아의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비상선포를 한 것입니다.”

정진주를 왕비로 맞이한 날 야율 아율 왕은 을지 고, 나비소, 그리고 보속완 상왕과 비밀한 모임을 가졌다. 그는 야율 성소를 태자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모두들 아니라고 펄쩍 뛰었으나 을지 고 대장군은 받아들였다.

“역시 우리의 대왕 폐하는 사제 왕이 분명합니다. 본래 사제 왕은 예수님을 말하는 것이니 감히 누구와 비교합니까. 한때 큰 살상극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야율 직고의 아들 성소를 태자, 아니 태자가 아니라 태제가 되는군요. 우리의 대왕은 야율 성소를 태제로 맞이하실 결심을 하신 뜻을 저는 적극 찬동합니다.”

카라 키타이 최고 어른인 을지 고의 말에 어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침묵이 흐를 뿐이다.

“여러분도 말씀하세요. 사제 왕 요한은 테무진과 담판을 하시겠다는 뜻입니다. 서로 의견 일치를 보고, 세계제국을 준비하시고, 카라 키타이를 지키는 일은 태제가 이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우리 대왕님은 어리실 때도 내게 말씀하시기를 왕 노릇 싫다, 하늘나라 일에만 열정을 바치고 싶다 하신 말씀들 내 귀에 지금도 쟁쟁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왕님의 뜻에 무조건 찬동입니다.”

을지 고 대장군이 이렇게 말해도 어느 한 사람도 입을 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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