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혜성러빙스쿨 조 애 란 주임교사의 사랑 이야기

러빙핸즈와 혜성교회가 협력해 시작한 방과후학교,
14명 아이들의 학습지도, 정서 함양

도움 필요한 지역의 아이들 9년째 사랑으로 품은 교회,
큰 나무 같은 든든한 존재

▲ 조애란 교사

“제 역할은 변함없이 여기에 있어주는 거예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반까지 14명의 아이들이 공부하는 방과후학교 혜성러빙스쿨, 이곳을 관장하는 조애란 주임교사(38, 동광교회)는 혜성러빙스쿨의 가장 큰 역할은 ‘존재’에 있다고 했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서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커다란 나무 같은 그런 존재, 가정이 흔들릴 때 아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그런 곳 말이다.

# 교회, 가정의 빈 자리를 메우다

아동·청소년 1:1 멘토링 기관인 NGO단체 러빙핸즈(대표 박현홍)와 서울 종로구 혜화로6길에 위치한 혜성교회(정명호 목사)가 함께 시작한 혜성러빙스쿨은 9년째 지역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학습지원을 해오고 있다. 러빙핸즈는 멘토링 등 전문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혜성교회는 장소 및 성도들이 저녁식사와 귀가차량 등 자원봉사로 돕고 있다. 하교하는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아이들을 맞이하고 부진한 공부를 가르치고 저녁밥을 챙기고 귀가까지 책임진다.

혜성러빙스쿨은 학습과 진로, 진학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위해 아이들 스스로 학습계획을 작성해 진도를 체크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생과 직장인 등 학습도움교사들이 과목별로 1:1 지도한다. 또한 문화 활동, 야외활동, 캠프, 심리상담, 해외봉사 등의 인성함량과 정서적 지원도 제공한다.

이곳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조애란 주임교사는 과거 학원에서 인기 수학강사로 일할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수입으로 치자면 반 토막도 안 되는데, 뭐가 그리 기쁜지 혜성러빙스쿨과 아이들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인터뷰 내내 하하, 호호, 히히…. 그는 사교육현장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고 혜성러빙스쿨은 그 꿈을 이루게 해준 곳이라며 기뻐했다.

자기 주도 학습 강의

조 교사가 혜성러빙스쿨에 오기 전에 이미 두세 명의 교사들이 거쳐 간 후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 아이들의 행동이나 낮과 밤이 뒤바뀌어 저녁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생활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터. 하지만 학원에서 밤늦도록 아이들 속에 파묻혀 지내며 청소년기 아이들의 엉뚱, 괘씸(?)한 행동들에 어지간히 맷집을 기른 자신이야말로 이곳의 적임자라며 또 ‘히히’.

워낙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춰야 지원할 수 있는 곳인데 면접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의 열정과 진심이 통했는지 주임교사로 일할 수 있게 됐다. 맡겨주신 아이들을 제대로 돌봐야겠다는 생각에 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에 편입해 청소년지도사 자격을 취득했다.

지역주민센터와 연계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선발, 한 번 들어오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가족’으로 함께 지낸다. 한 부모 가정이거나 맞벌이인 경우가 많은데 혜성러빙스쿨은 하교 후 아이들이 방치되지 않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힘껏 돕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이 흔들리고 위기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안한 환경으로 인해 정서적 문제가 있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처음 들어온 아이들 중에는 ‘에휴, 어떻게 하지…’ 하며 한숨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도 1,2년 지나면 달라져요. 이곳에서 다른 아이들과 형제자매가 되어 지내면서 굳이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않아도 안정된 환경과 따뜻한 관심이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을 봅니다.”

# 오랜 기다림, 진짜 사랑을 배우다

조 교사는 자신을 향한 관심을 밀쳐내며 말투도 행동도 거친 아이들을 볼 때면 ‘얼마나 상처가 많으면 저렇게 스스로를 가둘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 아이들의 내면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자신 역시 가난한 가정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벌인 장사가 세 번이나 망해 두 분 다 신용불량자로 파산신고 해야 했어요. 늘 가난했고 대학에 가서도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생활비를 벌면서 공부했어요. 부모님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항상 싸우셨지요.”

집에 있는 것이 더 불안하고 힘들 때면 달려간 곳이 교회였다. 그냥 힘들고, 아프고, 속상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 그럴 때 찾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살아갈 힘과 용기가 되었다. 그래서 조 교사는 혜성러빙스쿨과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 곁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힘들던 때에 하나님이 친구처럼 곁에 계셔 주셨던 것처럼 말이다.

혜성러빙스쿨 이전에 러빙핸즈에서 1:1 멘토로 봉사하면서 사랑은 일회적이어서는 안 되다는 것을 배우고 깨달은 것도 이곳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깔깔거리며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멘토와 멘티 관계로 만난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됐다. 벌써 7년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봉사라고 시작했지만 ‘어른 친구’로 함께하면서 아이를 깊이 알아가고 변화되는 것을 보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제 멘티가 애니메이션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인데요. 처음 2년 동안은 만나면 늘 캐릭터 얘기만 했어요. 캐릭터들의 이름과 성격을 모두 파악해서 대화했어요. 그게 좋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자기의 아픈 속내를 감추려 했던 거예요. 3년쯤 지나자 가정에서 힘든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내놓을 수 있게 됐고 위기 상황에서 함께 고민하고 도울 수 있었어요.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게 참 중요하다는 걸 그때 배웠어요.”

# 조건 없는 나눔과 섬김으로

조 교사는 그런 면에서 혜성교회의 사역이 너무도 소중하다고 했다.

“교회는 단지 장소 제공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매일 저녁식사 때 봉사해 주시고 성도님들이 돌아가며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집에 안전하게 귀가시켜 주세요. 매년 캠프를 가는데 그때도 동행하며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의 배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껏 섬겨 주십니다.”

섬진강 자전거 종주

교회에 고마운 것을 꼽아보려니 한이 없다. 그 중에서도 매년 갖는 캠프는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라는 것. 매년 도보여행, 등산여행, 자전거여행을 돌아가면서 하는데 올해는 섬진강 자전거 종주를 마쳤고 지난해에는 설악산 대청봉을 다녀왔다. 말이 캠프지 ‘극기훈련’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교회 교육위원장인 최충식 장로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지지가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최 장로는 아이들이 여행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몇 달 전부터 자전거나 등산 훈련을 시킨다. 아이들이 근력을 키울 수 있도록, ‘성취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동행하며 돕는 것이다.

“매 학기마다 면담평가를 하는데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약해지는 말을 할 때면 최충식 장로님은 ‘넌 대청봉도 찍고 온 아이야’ ‘섬진강 종주한 중고등학생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 것 같니? 발 하나 떼기도 힘들었지만 결국 해냈잖아?’ 하시면서 용기를 주세요. 그런 말 한 마디에 아이들은 또다시 힘을 내지요.”

조 교사는 교회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 성도들의 기도가 아이들을 변화시킨다고 했다. 그렇게 존재만으로 위로와 힘이 되는 교회와 성도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러나지 않지만 그늘이 되어주고 쉼을 주는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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