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사제 왕 요한_ 61

종교란 필요하지만
종교들 간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는
징기스칸의 종교관이었다.
그러나 기독교나 불교의 목사나 사제 등
각 종교 지도자는 종교세금을 면제한다.
종교와 마찬가지로
언어, 관습, 출신 배경의 차별도 금했다

 

초원의 통일은 겨우 출발점이었다. 마지막 결전 상대가 자무카였다. 같은 몽골족 성골인 자무카와 진골인 테무진의 마지막 결전이 끝난 시간이다. 테무진은 드디어 몽골족 통일이 아니라 초원의 무대를 통일했다. 징기스칸이다. 자무카가 승리했으면 전통의 복원이었겠으나 징기스칸은 다르다. 초원의 통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는 새로운 시대를 구상했다. 세계로 나가는 것이다. 그는 안다. 얼마나 많은 영웅들이 정주민의 세계를 이끌고 서역(중국인들이 말하는 서쪽의 세계)으로 갔는지.

그는 전설로 듣고 있는 진시황제가 로마제국과 페르시아는 물론 그리스까지 제압했었다는 전설을 알고 있다. 진시황제가 몽골인이라는 말도 있고 여진족이라고도 한다. 그는 1, 2, 3차에 걸쳐 서방 원정군을 이끌었다. 한무제의 장건이 실크로드를 개척했다는 기록은 훗날의 이야기다. 좋다. 진시황, 한무제, 이제는 징기스칸이 동서세계의 통합을 이룬다.

징기스칸의 웅장한 이름으로 테무진은 그의 백성들을 불러 모았다. 초원 전체인구가 백만 명 정도다. 징기스칸은 그들이 강가 드넓은 초원에 게르를 설치하고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사이로 나타났다.

그의 심복들이 그의 좌우로 도열했다. 그들은 테무진, 곧 징기스칸을 들어올렸다. 그의 심복들이면 네 마리 개와 네 마리 말로 표현되는데, 이들은 짐승으로 표현하는 일정한 법칙이 이행되는 한 상호배신이 없는 기초적 단위를 말하는 듯했다. 이들은 테무진을 받쳐 올렸다. 기마전 자세로 표현할 수도 있고 목마 테우기 같기도 했다. 세계 최고 군주의 탄생치고는 너무 장난스럽다. 그러나 이 방식을 징기스칸이 원했다. 징기스칸은 흔히 세상이 묘사하는 영웅 같은 인물이 아니었다는 증언들이 우세하다.

그의 모친 헐룬은 징기스칸의 장점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었다. 운동에도 뛰어나지 않고 특별히 용감하지도 않다고 했다. 심지어 어린애들에게는 친구나 다름없는 개들을 무서워해서 참 신기하다 할 만큼이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기 장남인 테무진의 장점을 파악하는데 시일이 꽤 걸렸다고 했다. 그것은 그의 가슴에 있는 재능의 발견이었다. 가슴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녀는 가슴의 재능을 표현하는 데서 또 애를 먹는다.

“가슴이 크다. 가슴속에 재능이 숨어있다. 간덩이가….”

그때서야 헐룬의 말뜻을 알아냈다.

“어머니. 그것은 가슴이 따뜻하다는 뜻이죠?”

헐룬은 절반 정도 맞는 말이라고 했다.

“그럼, 간덩이가 크다, 그러니까 자신감이 있다거나 인내심이 강하다, 또는 자신감이 있다고 하면 되나요?”

그때서야 헐룬은 손벽을 쳤다. 헐룬은 고쳐 말했다. 내 아들은 가슴이 따뜻하고 약속한 것은 목숨이 걸린 일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결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큰아들 장점 찾기를 하다가 아들 칭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헐룬과 이 대화를 나눈 사람은 파울로였다. 그는 카라 키타이에서 온 테무진의 기독교 스승이다.

등극식 날 아끼는 여덟 명의 참모들과 그들에게 목마 태워진 채 군중의 전면으로 나타난 징기스칸은 어린애들의 기마전 놀이를 하다가 모두를 이기고 당당하게 선 1등 팀의 대장 같았다.

미리 준비시킨 대로 곧바로 영기 교체식이 있었다. 순간, 징기스칸의 표정이 긴장되고 얼굴이 평소 붉은 색깔보다 오히려 하얗게 바뀌는 듯했다. 지금까지는 검정색깔의 말총이었는데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파울로는 수부타이와 속삭였다. 모친 헐룬과 함께 조금 전에 징기스칸의 성격이야기를 했다.
수부타이가 영기 교체식이 끝난 직후였다.

“나는 ‘칸의 가슴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달리 생각해요. 그는 남에게 결코 억울하지 않게 하는 사람이다. 누구한테나 공정하고 원칙을 따라 대한다. 그는 약속과 약속의 사람, 사람들과의 관계를 철저한 계약관계로 본다는 말입니다.”

파울로는 고개만 끄덕였다. 철학적 표현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렇다. 테무진이라는 사람은 공정함과 약속이행은 파울로가 지켜본 25년간의 모습이었다. 테무진은 어눌하다, 굼뜨다고 느껴질 만큼 오래 생각하지만 그는 깊은 생각의 사람이다.

잠시 후 몽골 울루스(국가)의 법령을 발표했다. 파울로와 수부타이가 번갈아서 선포했다. 테무진이 상당히 오랜 기간에 대강을 정했다. 십계명 정도의 약식법이다. 징기스칸은 세상 떠나기 직전까지 몽골 제국의 법체계를 가다듬었다고 전해온다. 제1조다. 파울로가 선포했다.

“어떤 몽골인이든지 다른 몽골인을 노예로 삼을 수 없다. 어떤 몽골인 또한 다른 몽골인의 노예가 될 수 없다.”

다음은 수부타이가 선포했다.

“누구나 자신의 종교를 선택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타인의 종교를 간섭할 수 없다.”

이는 징기스칸이 정성을 쏟은 결과물이었다. 몽골의 텡그리즘 사상에도 다종교성이 있으니 그가 그동안 외부에서 몽골을 찾아온 종교들을 경험한 결과 자칫 제국을 더 크게 이룬다 하여도 종교 간의 내부분열을 피할 수 없고, 장차 인간의 비극이 종교 간의 전쟁에서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몽골의 텡그리즘은 기독교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다. 텡그리즘은 “영원한 푸른 하늘”은 홀로 최고신이기는 하지만 주변에 작은 신들을 인정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크든지 작든지 오직 한 분만 받아들이고 작은 신들은 비켜 세우는 것까지는 모르나 경멸하고 저주하는 부분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종교란 필요하지만 종교들 간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는 징기스칸의 종교관이었다. 그러나 기독교나 불교의 목사나 사제 등 각 종교 지도자는 종교세금을 면제한다. 종교와 마찬가지로 언어, 관습, 출신 배경의 차별도 금했다(마치 현대의 법령 같다).

다음은 파울로가 발표했다.

“여성을 빼앗거나 재물을 주고 사고파는 일을 불허한다. 약탈혼, 매매혼의 금지다.”

“가축을 훔칠 수 없다. 남이 잃어버린 가축은 반드시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도로 간주한다.”

개인 재산보호의 약속을 법으로 정했다.

“초원의 야생동물은 백성의 공동소유다. 누구든지 함부로 사냥할 수 없다. 정해진 사냥철에도 자기 가족의 식량으로 삼을 만큼 이상은 사냥할 수 없다. 초원은 공동소유이다.”

“몽골에는 서자, 사생아가 없다.”

수십 년 간 남성이 여성을 약탈하고, 부족 전쟁 때문에 수많은 남성이 죽었다. 그동안 아버지 없는 아이, 과부가 결혼하면 피가 섞이지 않은 자식이 따라온다. 지금까지는 테무진은 현재 속한 가정의 적자라고 못 박았다. 평등을 강조했다.

몽골법(얏사) 법령 안에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되었으나 복지정책이 있다(이는 법외법이라고도 한다).
“굶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백성의 생존은 국가가 책임진다. 당시 끝내 재혼에 실패한 과부와 양부모를 찾지 못한 고아나 연고가 없는 노인들이 많이 있었다. 테무진은 더 나은 국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소망했다.

테무진이 징기스칸 등극을 한 이후 교황들은 관심이 많았다. 그들이 보낸 사절단들이 몽골에 왔을 때, 뭉케나 쿠빌라이 대칸 때의 경험일 것이다.

한 선교사는 몽골 조정에서 매일 아침 3만 명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기록했다. 고아들은 가축이나 옷 등 현물로 지급받았다. 이를 ‘고아수당’이라고 했다.

바로 이 같은 전통이 수립된 것은 징기스칸이 되기 이전 수십 년 전부터 대초원 수십 개 부족들이 테무진이라고 하는 가슴 따뜻한 사나이, 자기가 지도자가 아니면 아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징기스칸이다.

그러나 그의 후계자들의 연민하는 마음, 가난한 고아와 과부를 외면하지 않는 성품은 아라비아 메디나 시절의 무함마드와 매우 유사하다. 무함마드는 대예언자 선포 후에도 늘 그의 집에 가보면 찢어진 옷을 입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모습을 그의 제자들이 여러 번 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징기스칸의 약법 5장이 선포되었다. 이제는 정복전이다. 징기스칸의 전쟁 과정을 보면 그의 부하들이 모두 기마병이다. 한 군사가 보조마를 평균 다섯 마리씩 몰고 다니기 때문에 그의 군사가 한 번 움직이면 대장관이 벌어진다.

테무진이 세운 나라 “예케 몽골 울루스”가 탄생했다. “예케”는 크다는 형용사다. 대몽골 울루스(제국)다. 울루스는 국가, 또는 제국이다. 그러나 초원은 움직여 다니는 사람과 짐승 모두를 “울루스”라고 한다. 그러므로 울루스는 “사람”도 되고 “국가”로도 표기된다.

징기스칸 등극 후 제1차 공격은 금나라이다. 금나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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