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73)

▲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
복지회대표
샘물교회 담임

연말이 다가 온다. 마음과 몸이 더 추운 이들이 사랑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하는 계절이다. 연탄을 아끼기 위해 추위에 떨어야 하고 전기장판에 몸을 의지한 채 지내는 이들도 있다.

시골에는 이웃집 놀러가는 것도 조심한단다. 누군가가 오면 보일러를 틀어야 하니까 서로 조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겨울은 더 외로운 계절인가 보다.

이런 때 국회에서 시위하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처절한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슬프게 하는가? 그들의 울부짖는 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회가 되지 못하니 국회에서라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눈물을 닦아 달라는 하소연으로 들린다.

우리 사회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약하다. 발달장애를 가지고 이 땅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장애인 부모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면서 그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며 살아왔을까?

이 질문에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부끄러운 마음일 것이다. 발달장애는 키우는 것도 힘들지만 교육시키는 일도 쉽지 않다. 특수학교가 부족해 한두 시간씩 통학해야 하고 병증이 심한 경우는 통학차 안에서 바지에 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 사회가 그들을 너그럽게 포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도 우리와 더불어 살아야 할 사회 구성원인데 우리는 그들을 보면서 이렇게 외치고 있지는 않았을까?

“너희 세상에서 너희들끼리 살아라.“

강서구에서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 꿇고 제발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삭발하면서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관심 가져달라고 하소연해도 사람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주목하지 않는다.
배려가 없는 사회는 얼마나 삭막한가. 얼마 있으면 성탄절이다. 우리 주님은 이 땅에 오셔서 약자를 품고 가셨고 그 아픔에 공감하시며 그들의 손을 잡아주셨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시며 새로운 희망을 주셨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들을 우리 곁에서 자꾸만 밀어내고 있다. 그들에 대한 배려의 필요를 이야기하면 ‘당신이나 해’라며 고개를 돌린다.

얼마 전 장애인과 바깥나들이 하는 중에 벽에 기대어 서있는 청년의 발등을 휠체어 바퀴가 밟고 지나갔다. 물론 조심하지 않은 나의 실수였기에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런데 청년은 ‘이게 사과로 끝날 문제냐’며 큰소리로 다그쳤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수동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왜소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 사과 하고 끝내려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할 수 없이 약국에 가서 파스를 사다주면서 붙이라고 했다. 가끔 이런 사람들이 있다. 남의 아픔이나 힘든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한다.

지역에 장애인학교나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혐오시설이라고 반대하는 이 사회는 병든 사회다. 내 이익을 위해 다른 이의 아픔을 외면하는 현실, 이 얼마나 불행한 사회인가. 이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예수 믿는 우리들이 주님의 마음으로 장애인들을 품고 사랑으로 그들의 애절한 목소리에 관심 갖고 더 이상 그들이 울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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