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성경을 인간론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면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구약 성도들이 그리스도를 기다렸던 것처럼 우리도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립니다.

 

▲ 홍종찬 목사
아름다운교회 담임

김치 담금은 기다림의 다른 이름입니다. 한여름을 보내며 고춧가루를 준비하고 싱싱하고 맛난 배추를 구입하여 온 교우들이 함께 모여(개척교회 경우) 정성스레 양념을 버무려 배춧속을 채워 넣습니다.

꾹꾹 눌러 가득 채운 김치통은 그대로 김치냉장고에 저장되어 숙성기간을 거쳐 밥상에 오를 것입니다. 교회 김장은 기신자(旣信者)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년엔 더 많은 새 신자들이 들어올 것을 기대하는 기다림의 의미가 더 큽니다. 누가 등록하기로 약속한 것도, 명단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처음 방문한 새 신자가 직접 담근 수제김치를 드시고 등록하길 바라는 우리의 믿음이 욕심이라 질타한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개척교회 목사는 그런 정도의 치부(恥部)는 감내할 훈련이 되어 있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김치냉장고 안에서 최고의 맛으로 익어갈 김치와 함께 우리의 믿음도 더욱 숙성될 것입니다.

누가복음 2장에는 기다림의 대명사처럼 두 사람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먼저는 시므온입니다. 성경은 이 사람에 대해 기록하기를 “의롭고 경건하여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는 자라 성령이 그 위에 계시더라”(눅 2:25)고 했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이처럼 살았던 것을 볼 수 있는데, 세례 요한의 부모 사가랴와 엘리사벳을 소개하면서 “이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 의인이니”(눅 1:6)라고 합니다. 진정한 위로는 메시야가 오셔서 이스라엘을 회복하실 때에만 가능합니다(사 40-55장). 말라기 선지자 이후 약 400년 동안 이스라엘에는 영감받은 진정한 선지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므온은 오랜 침묵의 시대에 살면서도 메시야의 도래를 확신하고 끈기있게 기다리는 믿음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안나 선지자입니다(눅 2:36-37). 결혼생활 7년 후 과부가 된 안나 선지자는 여든네 살이 되도록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 금식하며 기도함으로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야를 그 성전에서 만났습니다. 마침 정결 예식을 행하기 위해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성전에 들어온 것입니다. 성경은 안나 선지자가 그 기다림이 이뤄진 것에 대해 기록하기를 “하나님께 감사하고 예루살렘의 속량을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그에 대하여 말하니라”(눅 2:38)고 간략히 기술했습니다.

신구약 성경을 인간론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면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구약 성도들이 그리스도를 기다렸던 것처럼 우리도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립니다. 끝없이 갈망하며 그리고 인내하며 기다립니다. 작년에 담근 김치가 아직 세통이나 남았지만, 오늘 또 다시 김장을 담갔습니다. 김치 담금은 기다림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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