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들의 수준은 높다. ‘선생님, 이 부분은 좀 더 보완되어야 해요!’라고 지적할 수 있는 실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편집자들이 교정을 보거나 오문을 바로잡는 임무에 만족하고 마는 이유는, 저자들이 편집자를 이인삼각 경기를 하는 짝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편집자를 공동 저자로 깍듯이 대우하면 훨씬 완성도 높은 저서를 가질 수 있다. 외국 책의 서문에 저자들이 공들여 편집자에게 예를 표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장정일의 말이다. 과거의 편집자는 ‘교정을 보거나 오문을 바로잡는 임무’에 충실했다. 글자를 하나도 고쳐서는 안 되는(?) 저자의 원고는 더욱더 그랬다. 단순히 오탈자나 띄어쓰기 정도만 수정했다. 그러니 저자들은 편집자를 자신의 원고가 세상에 나오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 여겼지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저자에게 ‘이 부분은 좀 더 보완되어야 해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미권의 책들을 보면, ‘머리말’ 전에 헌사(獻詞)가 들어가는데, 대개 부모나 아내와 함께 편집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아무개 편집자에게 이 책을 받친다는 최고의 헌사뿐만 아니라 아무개 편집자가 없었다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는 말까지 한다.

최근에 출간된 오드리 로드의 <시스터 아웃사이더>라는 책의 헌사에는 이런 글이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준 모든 여성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특히 편집자인 낸시 K. 베리노가 보여준 인내와 통찰에 대해서는 특별히 감사의 말을 남긴다. 그녀는 이 모든 과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줬다.” 솔 벨로는 <허조그>에서 “위대한 편집자이자 훌륭하고 관대한 친구 팻 코비치에게 깊은 애정을 담아 이 책을 바친다”라는 헌사를 남겼다. 또 “멋진 편집자, 마가렛에게”라는 헌사를 남긴 책도 있다.

책 뒤편의 판권면에만 존재하는 편집자를 책 맨 앞으로 드러내서 이렇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책을 정성껏 만들어준 편집자에 대한 배려이자 예의다. ‘이인삼각 경기를 하는 짝으로’ 편집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하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자와 편집자의 커뮤니케이션은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행위이고, 저자가 원고를 집필하는 내내 품었던 생각들을 편집자가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통로다. 어찌 저자가 편집자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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