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너무 박하다 싶다가도/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국밥이 한 그릇인데/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사람들 가슴에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시집이 한 권 팔리면/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박리다 싶다가도/굵은 소금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함민복 시인의 시 ‘긍정적인 밥’ 전문)

퇴근길, 기다리는 동안 앞에 적혀있는 이 시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시집 한 권에 삼천원 하던 시절’이면 20여 년은 돼 보이는 시인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글쟁이들의 노력에 비해 매겨지는 값은 너무하다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스럽고 서운스럽기도 한 이 현실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이내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을 내놓는다. 충분히 상할 수 있는 마음이지만 ‘시집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라고 안위한다.

시인은 박한 현실을 말하고, 상한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그런 마음을 다독여 승화시켜내고 있다. 시인처럼 우리네 삶에서도 자신의 노력에 비해 평가절하 되는 상황을 목도할 때가 적지 않다. 목숨을 내놓으면서 위험한 일을 하다가 사고로 죽기도 하는 노동자들이 이 시대에도 잊힐만 하면 또 나타나 잔인하고 미숙한 사회를 보여주지 않나. 함 시인이 드러낸 현실의 아픔, 그러나 그것에 굴하지 않고 뚫고 나아가는 힘에 용기를, 감사함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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