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예배사역 기쁨으로 감당하는 진 정 숙 권사

매주 수요일
병원 로비에서 드리는 예배,
설렘과 감격의 시간

유방암으로 투병하며
하나님만 바라보는
가난한 마음 체험


 

▲ 신화병원 환우들과 함께 드린 예배.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주님이 늘 함께하세요.”

수요일 아침,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진정숙 권사(63, 두레교회·오세택 목사)는 손에 한가득 갓 구운 쿠키와 선물을 들고 서울 영등포의 요양병원인 신화병원을 찾았다. 층층마다 이리저리 다니면서 재빠르게 환우와 간병인, 간호사들에게 반가운 인사와 함께 쿠키를 건네며 종종걸음. 조용하던 병원이 활기를 띤다.

진 권사가 이렇듯 서두르는 이유는 수요일마다 드리는 예배 때문이다. 병상에서 날짜도 시간도 잊고 지내는 환우들을 예배의 자리로 초청하기 위해 환갑을 넘긴 나이가 무색할 만큼 병실과 병실로 종종종….

마음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는 환우들에게도 진 권사에게도 늘 설렘과 감격의 시간, 영원을 향한 기쁨의 향연이다.

 

▲ 진 정 숙 권사

# 예배, 그 감격의 자리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병원 6층 로비. 열린 공간이라 예배를 드리는 중에도 사람들이 오가지만 환우들은 힘껏 찬양하고 말씀 듣는 데 여념이 없다. 간병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휠체어 타고 예배의 자리를 찾은 이들, 15명 남짓이 모이니 로비가 꽉 찬다.

예배드리기 30분 전부터 환우들이 모여 찬양으로 몸 풀기(?)를 시작한다. 진 권사가 연마한 오카리나로 음을 짚어주면 잘 모르는 찬양은 더듬더듬 배워가며 부르고, 신나는 찬양은 율동도 곁들여 팔을 올렸다 내렸다, 몸을 이리저리 틀어보고 신나게 박수도 치며 굳어진 몸과 마음을 풀어준다.

설교는 두레교회 교역자들이 맡는데 이날 장찬희 부목사의 설교 제목은 ‘평화의 왕’,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를 들려주며 성탄절을 맞이하는 마음자세를 짚어주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그 밤에 베들레헴 들판에서 양 치던 목자들에게 나타난 천사들의 찬양 소리, 장 목사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는 기뻐하심을 입은 자들에게 평화로다’ 말씀에 곡조를 붙이며 노래하는 천사들 흉내를 내자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장 목사는 설교의 핵심을 제시했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이것이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태어나신 이유입니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 우리는 평화의 백성, 예수 믿는 자들은 평화를 말하고 그것을 위해 희생해야 합니다.”

# 가난한 마음에 찾아오시는 예수님

신화병원 예배는 지역사회의 필요한 곳곳을 섬겨온 두레교회의 사역 가운데 하나다. 진 권사는 이 사역이 시작된 2009년부터 함께했다.

사실상 요양병원은 적극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느 곳보다 예배가 필요해요. 건강할 때는 안 믿다가 인생의 연약함을 깨달았을 때 마음 열고 하나님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배에는 기독교인들이 주로 오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병상에서야 예수님 영접하고 예배의 자리로 나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3대째 불교집안인 사람도 이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인생의 참 기쁨을 찾았노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내 욕심으로 인생을 너무 험하게 살았다며 다시 예수님 만나 감사를 회복한 감격을 나누기도 했다.

병상에서 몸을 일으킬 수 없는 이들은 진 권사가 찾아다니면서 기도해 준다. 기력이 약해지면 말하는 것도 어려워 그저 손을 내미는 환우들, 그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기도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용기가 된다. 환우들을 위해 정성을 쏟지만 늘 시간이 부족해 아쉬움이 큰데 얼마 전부터는 마사지를 배워 토요일에 한 번 더 병원을 찾아 환우들에게 마사지 해 주며 이야기 들어주고 기도제목도 나누는 등 시간을 갖고 있다.

복음을 전한다고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교회에서 상처 받고 떠난 신자였던 이들이 거부하는 경우는 더욱 조심스럽다. 가장 안타까울 때는 함께 예배드리던 환우들이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돌아가실 때다. 환우들의 임종 때 곁에서 함께하며 끝까지 주님을 의지하고 믿음의 확신 속에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데 갑자기 임종을 맞이한 환우들은 두고두고 가슴에 아픔으로 남는다.

# 마음 가난한 자의 복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말씀은 진짜예요. 가진 것이 많으면 그 속에 하나님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요. 더 갖고 싶은 욕심에 하나님을 온전히 누릴 수 없지요. 마음이 가난한 자는 하나님만 바라보고 도우심을 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진 권사는 병원사역을 통해 예수님이 말씀하신 팔복의 ‘마음 가난한 자의 복’이 분명히 믿어졌다며 “오히려 내가 힘을 얻고 위로 받는다”고 고백했다.

마음 가난한 자의 복, 그것은 자신이 병으로 인한 고난의 한복판에서 경험한 것이기도 했다. 병원사역을 시작할 당시는 중학교 교사이면서 상담일도 하며 분주하게 보내던 때였다. 일주일에 한 번 시간 내어 봉사하자는 생각으로 병원 사역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5년 전 갑자기 찾아온 유방암, 충격도 아픔도 컸다. 초기에 발견됐지만 1년 반 정도 치료하느라 모든 것을 중단해야 했다. 그동안 신앙생활 하면서 내 힘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병은 삶과 신앙을 돌아보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병상에서야 하나님 앞에 선 나를 돌아보고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면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어요. 병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나 자신의 만족을 구하는 신앙에 안주했을 거예요.”

유방암 치료를 마치고 다시 찾은 신화병원의 예배 자리, 환우들과의 만남은 이전과 같지 않았다. 환우들을 돕는 것을 넘어 그들의 마음이 보였다. 하나님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 가난한 마음 말이다. 그리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복이고 은혜라는 것을 더욱 힘 있게 전할 수 있게 됐다. 또 환우들과도 동변상련이랄까? 하나님을 사모하는 마음이 이전보다 서로 더욱 잘 통하는 것을 느낀다.

예배를 마치고 다시 병상으로 돌아가는 걸음들, 한 환우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성인다.

“목사님, 저는 병실에 미운 사람이 있어서 평화가 잘 안 될 것 같은데 어쩌지요….”

“네, 저도 자꾸 힘들게 해서 미운 사람 있어요. 그럴 때는 다른 방법 없어요. 말씀 보며 기도하는 수밖에요.”

‘나도 미운 사람 있다’는 말에 내심 안도하는 표정, 돌아서는 그에게 장 목사는 “우리 같이 이깁시다”라며 힘을 북돋워 주었다.

이렇듯 예배를 통해 말씀을 깨우치고 하나님을 알아가는 환우들을 보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진정숙 권사, 그는 “난 오직 주님이 쓰시는 그릇일 뿐”이라며 주님이 사용하시기 알맞게 다듬어지기를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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