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사제 왕 요한_ 64 요한복음 탐구(탐색) ⑯

징기스칸이 등장한 이상
몽골과 키타이 두 제국은
연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징기스칸과 결투로 승부하거나
몽골군과 카라 키타이와의 전쟁으로
승부를 낼 수도 있으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이미 유드게스와는 함께 공감해온 터였다.

 

‘이스라엘’과 ‘메시아’가 사실상 동의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제 왕 요한의 말에 샴마이 랍반은 잠시 충격에 빠졌다. 그는 이런 말을 일찍이 들어본 일이 없었다. 이스라엘이 메시아라…, 그는 어느 순간 기가막힌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왕이시여, 그럼 우리 유대인이 당신들 그리스도인과 같은 종교이군요?”

“그렇죠. 저는 늘 그 생각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여러분, 유대인들에게 기독교가 정신적으로 뒤졌지요.”

“뭐가요?”

“유대인은 야곱이 하나님께로부터 이스라엘 칭호를 받은 후 열두 아들이 집합해 부족, 나아가서 민족 공동체를 만들었고, 드디어 다윗 왕 때는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개인, 민족, 국가는 하나가 세 개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삼위일체적 균형까지 이루었어요. 지상(보이는) 나라까지 완성했습니다. 정신적으로 볼 때 기독교보다 완성도가 높습니다. 이를 기독교가 배워야 하는데 두 종교가 서로 등을 돌리고 있으니 이 꼴이지 않습니까.”

“이 꼴이라니요. 왜 오늘따라 약한 표현을 하십니까?”

“크게는 기독교가 유대교와 원수처럼 지내는 것이고, 기독교 나라가 징기스칸의 반쪽짜리 기독교 집단에게 쫓기고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아니, 왕이시여.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징기스칸을 길들이겠다 하시더니….”

“하는 말이죠. 징기스칸은 북방 초원의 야수성과 기독교 정신이 얼마간 조합을 이루었는지는 모르나 그가 우리들만큼 하나님 나라를 같이 논할 상대가 되겠습니까. 그와 일단 만나서 나라와 민족들의 앞날을 의논해봐야죠. 의견을 맞추지 못하면 징기스칸과 저는 둘 중에 하나가 죽지요. 둘이 다 죽게 되든지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깊은 해석이 참 듣기 좋습니다. 야곱이 이스라엘로 변신하고, 이스라엘이 개인, 민족, 국가를 이루었다. 이것이 기독교의 삼위일체 논리와 같다고…?”

샴마이 랍반은 자기 무릎을 친다.

“겨우 그거로 무릎을 치세요. 이스라엘은 야곱 이전에 더 큰 복을 받았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 이삭이 예수님, 야곱(이스라엘)이 성령님의 표상이니 이스라엘보다 먼저 아브라함, 이삭, 야곱이 또 삼위일체가 됩니다. 삼위일체 간 입체적 완성, 영과 육,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의 완성을 말합니다. 유대교와 기독교가 서로 만나면 이 세상에 상대할 세력, 철학, 종교, 그 어느 것들도 우리 앞에는 상대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우리 유대교가 왕의 기독교를 무시했군요.”

“뭘요. 저희 기독교가 랍반 유대교를 많이 짓밟고 죽였지요.”

“아이코, 사제 왕이시여! 나의 스승입니다. 내 절을 받으세요.”

샴마이 랍반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제 왕에게 절한다. 그의 큰 체구가 요한 왕에게 넙죽 엎드리니 큰 기둥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절을 세 번이나 한다. 그러고도 샴마이는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사제 왕이 샴마이 랍반을 일으켰다. 노인의 얼굴에는 뜨거운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사제 왕이시여, 이제 알겠습니다. 카라 키타이가 우리 유대인들, 특히 흑해 북단의 사마리아 촌사람들이 모여 사는 움막들까지 돌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저 사람들이 무슨 속셈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우리 유대인들 중에는 있지요.”

“네, 여러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 기독교와 유대-이스라엘 민족은 하루속히 서로의 오해를 풀고 같은 형제로 살아가야 합니다.”

“네, 옳습니다. 이제는 저도 동의합니다.”

샴마이 랍반과 헤어진 후 사제 왕 요한은 우르겐치로 갔다. 아랄해 물줄기 시르다리아로 흘러 긴 강줄기를 이루는 길을 달렸다. 마상경주를 하듯이 힘껏 달렸다. 그의 마상묘술은 그 누구도 당하지 못했다. 힘껏 달리다가 막상 위치를 백발십도 바꿔 말 엉덩이 쪽으로 머리를 두는가 했더니 그의 몸을 달리는 말의 배꼽에 바싹 붙여 말과 한 몸인 양 빠른 속도로 달린다. 다시 위치를 바로 한 사제 왕은 그를 뒤쫓는 군사들에게 아무런 명령을 하지 않았다. 으뜸 카라진이 사제 왕의 감정을 읽었다. 그의 좌우로 군사들을 붙여 가까이 달리면서 왕의 표정을 살핀다. 몇 번인가 거듭 말의 몸체를 어루만지듯이 날쌔게 몸을 움직였다. 그의 애마는 왕의 행위에 익숙한 듯 한 몸처럼 움직여 주었다. 왕이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우르갠치 정보사령부로 가는 길이다. 불시방문이었다. 사제 왕이 지극히 신뢰하는 유드게스 사령관이 머무는 곳이다.

“우리 키타이 왕이시여, 오시옵소서.”

유드게스가 그의 작지 않은 체구를 왕에게 던지는 듯이 달려온다.

“장군! 고맙소. 이제 우리는 키타이 군이죠. 그렇죠.”

유드게스와는 이미 나누었던 말이다. 키타이는 거란족들이 세운 요나라를 호칭하는 말이다. 중국(한족)을 말할 때도 “키타이”를 사용하는 국제 언어이다. 서유럽 사람들도 키타이를 범 중국으로 호칭하기도 했다. 거란족인 야율 아보기가 AD 907년 당나라를 이어받은 제국의 시조이기 때문에 키타이가 10세기 무렵 중국의 연장으로 부르던 호칭이다. 물론 더 오래 전에는 지나(진나라)의 표기를 썼고, 근세기 17세기 이후는 지나 또는 ‘차이나’로 정착했으나 유럽의 중세기가 동북아시아를 말할 때는 당나라가 중심이고, 당나라 후신인 거란의 요제국을 키타이로 호칭했다. 사제 왕은 키타이와 키타이의 후신인 카라 키타이 즉 야율 대석 카간이요 사제 왕 요한의 할아버지가 중앙아시아에 건국한 나라와의 구분을 없애기로 했다.

징기스칸이 등장한 이상 몽골과 키타이 두 제국은 연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징기스칸과 결투로 승부하거나 몽골군과 카라 키타이와의 전쟁으로 승부를 낼  수도 있으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이미 유드게스와는 함께 공감해온 터였다. 그래서 유드게스가 사제 왕에게 ‘키타이 왕이시여’로 호칭한 것이다. 유드게스뿐 아니라 요제국의 세력들과 징기스칸 군과의 연합을 논의했었다.

해가 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무리의 군사들이 당도했다. 3백 명 정도였다. 카라진 전자들이다. 그렇다면 투루판 쿰가인 장군이다. 환하게 횃불을 밝힌 군영의 안채에는 사제 왕과 유드게스가 있었다. 그들은 쿰가인이 당도했음을 알았다. 유드게스가 밖으로 나가서 쿰가인을 왕의 처소로 인도했다.

“폐하! 강녕하셨사옵니까. 쿰가인이옵니다.”

사제 왕은 쿰가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들은 얼싸안고 등을 서로 두드리는 친근한 인사를 했다.

“장군, 사마르칸트도 별일 없지요?”

“네, 폐하! 신왕이신 야율 성소 카간이 폐하께 아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더이다. 자기도 폐하의 뜻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입니다.”

“그렇지요. 그래야지요. 지금 징기스칸은 백만 명의 잘 훈련된 군사를 가지고 있어요. 열명 단위의 부대가 독자적인 전투를 할 수 있고, 그 열 팀의 열 명만 합쳐도 천 명 이상의 상대를 격파할 능력이 있답니다. 그들 백만 명은 모두가 잘 훈련된 기마병들입니다.”

사제 왕의 설명이다.

“폐하는 징기스칸의 전황을 다 알고 계시는군요.”

쿰가인의 말이다.

“몽골군과 우리 키타이군의 연합만 이루어지면 온 세계가 격동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유드게스의 자신감이다.

“쿰 장군! 우리 보부상들, 아니 전도단들의 활동은 잘 관리하고 있죠.”

“유드게스 장군! 지금 금나라는 옛 우리 요제국의 상경, 동경, 남경 등지에서는 철수했어요. 또 몽골의 동부지역군 대장들과는 우리 측이 군사동맹을 맺도록 했습니다. 아마 징기스칸에게 보고가 되었을 것입니다.”

“징기스칸이 우리 키타이, 특히 우리의 군주이신 사제 왕 폐하를 쉽게 생각하지는 않을지가 염려됩니다.”

“유드게스 장군! 우리 폐하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파울로 선교사님에 대한 신뢰가 우리 폐하에 대한 신뢰랍니다.”

“아, 아니오. 너무 쉽게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우리는 강온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만약 징기스칸의 그릇이 모자랄 때는 하는 수 없이 우리는 피를 흘려야 합니다.”

사제 왕 요한의 단호한 표현이었다. 유드게스와 쿰가인 장군은 잠시 긴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제가 판단하건데 징기스칸은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입니다.”

“…….”

두 사람은 아직도 얼굴이 얼마간 굳어 있었다.

“쿰 가인 장군님! 나이만과의 내용을 말씀해 주시죠.”

“네, 폐하께서 지침을 주신 대로 쿠출룩 측과 대화를 했지요. 그러데 나이만이 징기스칸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뭐가요?”

사제 왕이 쿰가인에게 묻는 말이다.

“나이만이 몽골을 제대로 보았다면 몽골과 연합하자고 할 터인데 왜 몽골과는 연합을 피하면서 우리들 키타이와의 연합에 목을 맬까요? 저들이 혹시 우리의 뒤통수를 치려는 속셈이 아닐까요?”

쿰가인의 말을 듣던 유드게스가 피식 웃었다. 그가 왕과 같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무례라 할 만큼 쿰가인의 나이만 이야기를 비웃고 나섰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무식할까요?”

“그런데 왜 그들이 우리와 연합하자는 데는 동의하면서 몽골과는 투쟁하겠다는 것인지….”

유드게스가 뒷머리를 긁는다.

“그거야 우리 키타이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니까 그러겠지요. 또 우리를 더 쉬운 상대로 볼 수도 있고….”

사제 왕은 이 말을 하면서 웃는다.

“폐하! 그들이 머물 수 있는 지역은 투루판과 하미의 북방 고비사막 연변까지만 허락하렵니다.”

“아니오. 하미와 둔황 일대까지 내줘도 상관없어요. 징기스칸과의 대화가 잘 되면 그들을 그곳에 가둬둘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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