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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냐, 왕이냐? ③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사제 왕 요한_ 65
조효근 / 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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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7호] 승인 2019.01.16  15: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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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 장군! 나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징기스칸을 한 번 만나면 유럽을
뒤집어 엎어놓고
예수 제대로 믿으라,
아시아와 함께 하나님의 축복을
나누자고 요구하고 싶어요.”

 

“나이만의 왕세자 쿠출룩의 야망이 장차 큰 화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쿰가인 사령관이 바로 그 점을 가르쳤어야 해요.”

요한 왕은 나이만이 징기스칸에게 개죽음 당할까봐서 안타까웠다. 시대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늘 말했었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큰 비를 몰고올 듯한 먹구름 같은 분위기가 그들의 방 가득히 짓누르고 있었다. 침묵이 흐르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유드게스는 가슴이 답답했다.

“폐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다 말씀하소서. 저희는 폐하의 목숨입니다.”

사제 왕 요한은 유드게스의 말을 들으면서 자기가 참으로 복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다시 느꼈다.

“고맙소. 나는 인간사의 순환을 잠시 생각해 보았소. 지금으로부터 천여 년 전에는 우리 거란, 여진, 몽골 종족들이 모두 고구려의 ‘날개’ 노릇을 했죠. 당나라에게 고구려가 망했고, 고구려를 지배했던 당나라가 우리 거란(요제국)에게 망했고, 우리가 또 여진(금제국)에게 동북방의 땅을 내주고 지금 이곳 중앙아시아에 터전을 잡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모든 종족과 나라들이 징기스칸의 그늘 아래로 집합하게 되었소.”

“폐하, 우리 카라 키타이는 징기스칸을 겁낼 만큼 비겁하지 않습니다. 실력 또한 우리가 뒤질 바 아닙니다.”

쿰가인 장군이다. 쿰가인은 현재 징기스칸의 몽골에게 쫓기는 여진(금나라)족 주요 세력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네스토리안 선교단의 이동 상인들은 사실상 선교와 군사작전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보부상 조직이다. 1천여 개의 조직망으로 단숨에 3만 명 정도의 군사를 무장시킬 수 있었다.

“쿰 장군! 제가 연로하신 쿰가인 장로님의 실력을 잘 압니다. 나 또한 징기스칸과 한판 겨루어볼 능력이 있지요. 그러나….”

여기서 사제 왕의 말이 끊긴다.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두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감싸 안는다. 사제 왕이 이토록 말을 아끼는 모습을 어느 누구도 경험한 때가 없었다. 쿰가인과 유드게스는 서로 눈을 맞춰보지만 누구도 침묵을 깨지 못했다.

“미안합니다. 내 마음이 무겁소이다. 그러나 더는 지체할 수 없어요. 자, 여러분이 날더러 사제 왕이라고 하죠? 사제 왕 요한이라는 말이 유럽 기독교의 십자군 전쟁터에서 나왔지요. 교황이 우리들 네스토리우스파 카라 키타이 왕국이나 케레이트 옹칸 등의 인물들을 지목하면서 자기들을 도와달라고 노골적인 요청을 하면서도 정작 그들 군대의 책임 있는 인물들이 단 한 번도 우리를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한 일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습니다. 말은 하면서 행동이 없으면 그건 이중적 음모입니다.”

“음모라니요?”

유드게스의 말에 사제 왕이 곧바로 묻는다.

“불순하다는 뜻입니다. 그들은 자기네 군 내부용으로 사용한 전술적 용어일 뿐, 그들이 이단이라는 형벌을 내려서 쫓아낸 네스토리우스 파의 도움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맞아요. 유드게스 장군이 교황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군요. 또 하나 사제 왕 요한을 발설한 최초의 인물이 시리아교회 주교입니다. 시리아교구 또한 로마교회가 인정하지 않는 단성론 파 아리우스 신학이잖아요. 하나 더 말한다면 사제 왕 요한의 십만 대군이 아시아 땅에 있는데 그들 네스토리우스 파 군대가 튀르크의 뒤를 공략하면 이슬람 군을 섬멸할 수 있다 했어요. 바로 그때 사제 왕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는 십자군이 위기에 몰려있던 1240년대였지요. 지금 저들은 4차 십자군으로 성지 탈환을 향해 가겠다더니 같은 기독교 도시요 법적으로는 교황과 십자군의 제국인 동로마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많은 전리품을 챙겼어요. 다시 말하면 십자군 전쟁이 변질되었어요. 제가 들은 정보로는 십자군이 이슬람 군과 서로 내통하면서 사업도 한다더군요.”

“쿰 장군! 나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징기스칸을 한 번 만나면 유럽을 뒤집어 엎어놓고 예수 제대로 믿으라, 아시아와 함께 하나님의 축복을 나누자고 요구하고 싶어요.”

“징기스칸과 연합군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유드게스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렇소. 그러나 지금 단정하는 것은 아니요. 징기스칸 그를 내가 만나봐야 압니다. 그가 단순한 정복자인가? 아니면 내가 파울로를 통해서 알고 있는 대로 그가 그리스도인인가, 또 그가 동서 인류의 공존과 궁극적 평화를 목표하여 군사를 일으켰는가를 헤아려봐야 하오. 그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거나 큰 틀에서 우리 동쪽 기독교와 서쪽 기독교가 만날 수 있는 확고한 다리를 놔줄 수 있는 목표를 가졌다면 연합전선을 과감하게 펴야 하겠죠.”

“을지 고 사령관님이 동의하실까요?”

유드게스 장군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세제에게 양위하고자 했을 때 을지 고 총사령관님과는 논의했지요. 물론 신임 카간은 물론 각 지역 사령관들과 모여서 충분한 논의는 해야죠. 그러나 나는 여러 지역 사령관들은 물론 신임 카간을 설득할 자신이 있습니다.”

“네, 나의 영원하신 사제 왕이시여, 소장은 사제 왕께서 불속으로 가신다 해도 따를 사람이지만 말씀하신 내용이 두렵습니다.”

“뭐가 두려운가?”

“저는 찬성입니다. 본디 몽골, 여진, 고구려, 그리고 우리 거란족은 다 같은 종족인 ‘동이족’의 이름으로 하나였어요. 이제 드디어 우리가 대연합군을 만들어서 교만하고 무례한 유럽 기독교에게 한 수 가르쳐줄 때가 온 듯합니다.”

쿰가인의 발언이다. 그는 당당했다. 동북아시아 문화의 으뜸이 동이요 동이가 중국을 만들었다는 문명설화까지 들먹이면서 드디어 그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노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제 왕 요한, 쿰가인의 숨은 뜻을 우러르듯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두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마주잡고 동감을 표시했다.

다음날 새벽, 요한 왕은 유드게스가 지휘하는 군사훈련에 참여했다. 용맹스런 군사들, 이들을 전쟁터로 내보내야 한다. 사제 왕은 피할 수 없는 유럽과의 전쟁으로 발전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운동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데 찾아온 이들이 있었다. 사제 왕은 깜짝 놀랐다. 유차홍 주교였다. 몇 년 사이 그의 모습은 알아보기 힘들 만큼 늙어있었다. 온통 흰 눈을 뒤집어 쓴 듯한 머리는 물론 그의 모습이 몹시 쇠약해 있었다.

“폐하! 이 늙은이가 폐하의 명을 따라서 교황청 사절로 갔던 유차홍입니다. 감히 폐하의 명을 이행하지 못한 신하가 목숨을 지탱하고 나타났나이다. 머지않아 징기스칸의 대병이 유럽을 향한다는 소문이 들린지라 이 꼴로라도 제가 경험한 사연들이 폐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추한 모습으로 이렇게 무릎을 꿇었나이다.”

“어서, 어서 일어나시오. 유차홍 주교님! 그간 고생 많이 하셨구려.”

사제 왕은 유차홍을 일으켰다. 그리고 유차홍 한두 걸음 뒤에 서있는 사내를 바라본다.

“폐하! 소인은 요하난 사제이옵니다.”

“어서 오시오. 고생 많았소.”

사제 왕 요한은 두 사람을 반가히 맞으며 그들과 그간의 콘스탄티노플 사정을 생생하게 들었다. 더구나 황궁이 있는 콘스탄티노플을 십자군 세력에게 빼앗기고 부르사에서 피난살이를 하고 있는 비잔틴 제국의 초라한 처지에 안타까움이 있었다.

“유차홍 주교님, 사절단 일행들 중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 잃어버린 것이 안타깝군요. 특히 바르바스 장군은 나라의 큰 인물인데….”

“폐하, 면목이 없나이다. 저희도 같이 죽었어야 하는데 구차한 목숨으로 어찌할까요. 부끄럽나이다.”
“어허, 거 무슨, 우리 목숨은 하나님이 지키십니다.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폐하! 저희 두 사람은 너무나 무능합니다. 폐하의 명령을 받았으니 실패했어도 보고는 하고서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음으로 나타났나이다. 이제 저희들은 잊어 주소서.”

“유차홍 주교! 어찌 그리 나약하오. 목숨이 몇 개인데 죽는다는 말을 그리 쉽게 하시오. 우리 목숨 살고 죽는 일은 저 하늘의 주이신 하나님께 달려 있소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를 통일할 수도 있는 큰 일을 준비 중입니다.”

사제 왕이 유차홍과 요하난을 위해 잔치를 벌이고 있는 시간에 사마르칸트에서 수백을 헤아리는 군마가 달려오고 있었다.

선발대로 달려온 총사령관 을지 고 대장군의 부장군이 사제 왕 앞에 보고한다.

“소장 지언덕입니다. 황비 마마를 모시고 왔나이다.”

황비이면 사제 왕 요한의 부인 정진주였다. 지언덕이 군례를 올리고 일어서는 시간에 전투복으로 완전 무장한 정진주가 나타났다. 사제 왕은 눈이 동그래지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웃음까지 비집고 나오려했다. 그녀의 군복 입은 모습 때문이었다.

“부인! 지금 어디에서 전쟁이 일어났소이까?”

“폐하, 폐하께서 서둘러 양위를 하셨는데 이 나라가 전쟁터가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소녀의 자세는 오로지 전선에 나서는 군사일 뿐입니다.”

“알겠소. 어서 오시오.”

당찬 여인이다. 고구려와 거란의 피를 물려받았다던가. 사제 왕의 정진주는 든든한 동지였다. 뒤늦은 결혼이지만 그에게 힘이 되었다.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채워주는 동반자였다.

다음날 새벽 특수훈련장에서 정진주가 지휘봉을 잡았다. 마상전은 물론 검술훈련에서 진검을 사용하는 위험한 훈련에도 당당했다.

휴식시간에 유차홍과 요하난을 불러 황비 정진주와 넷이서 콘스탄티노플 이야기 한 토막을 주고받았다.

“폐하! 콘스탄티노플 점령 십자군을 보면서 저는 묘한 생각을 할 때도 있었나이다.”

유차홍 주교의 말이었다.

“저는 십자군과 베네치아 상술에 휘둘리면서도 마치 동업자들처럼 보였나이다.”

요하난이다.

“동업자라니요?”

정진주가 호기심에 찬 눈을 깜박이면서 묻는다.

“도둑들 같았어요.”

요하난의 지혜로운 눈이 황비 정진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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