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명 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정년퇴직 후, 분명한 사명을 따라서 서울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산골 생활을 시작한지 13년이 되었다. 그동안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 예예동산을 이루고, 거의 일만 명에 가까운 이웃들에게 잠자리와 식탁을 나누고 “그리스도의 평강”을 함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가한 시간이면 거실 한가득 들어온 햇볕을 즐기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멋진 날들을 살게 되었을까?” 스스로 감격하며, 이끌어 오신 하나님의 손길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항상 미안하고 마음 무거운 일이 있다. 대학 강의를 하며 어린 남매를 키우는 딸을 바라볼 때다. 가까이 산다며, 손주를 키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맛있는 반찬도 떨어지지 않게 나누어 줄 수 있으련만. 그래서 가끔 우리를 보러 오는 딸에게 한 열 가지 반찬을 준비해서 싸 주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저녁에 피곤해서 들어오면 전기밥솥에 밥만 안치면 되니까. 그리고 쉽게 찌개를 끓이라고 새우가루, 멸치가루, 양파와 마늘을 갈아 넣고 다진 소고기와 함께 볶은 된장, 고추장을 한 통씩 준비해 준다. 감자나 호박이든 있는 재료에 두부 한 모만 썰어 넣으면 맛있는 찌개가 되도록 말이다. 이 노릇을 한 십 년 하다 보니 밑반찬 만드는 선수가 되었다. 오지랖 넓은 딸은 싸가지고 간 반찬을 이웃 아기 엄마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주었고, 모두 맛있다고 하더란다.

시골 생활을 시작하면서 시골 교회 출석이 어려워져서 자연스럽게 개척하게 된 교회가 한울섬김교회이다. 교회를 개척하고 보니 주위에 조금만 도와주면 꿈을 펼쳐 나갈 것 같은 어린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원도 고성의 결손 가정 남자 아이 하나가 목사님과 사모님이 운영하시는 읍내의 피아노 학원에 다니며 피아노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음악을 전공한 우리 목사님에게 이 아이를 도와줄 길을 의논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한섬재능나눔장학회’가 시작되었다. 10세부터 15세까지 음악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3년 간 레슨비를 보조하는 장학회이다. 그동안 삼십 명 가량의 학생들을 키웠고, 지금도 매달 1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장학생들은 일 년에 한 번 해외 연주 여행 프로그램을 갖는다. 아이들에게 보다 넓은 세상을 알려주려는 마음으로 미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 이탈리아 등 목사님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이 일을 해왔다. 덕분에 1기, 2기 장학생들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한국예술종합학교,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강원대학교 음악대학 등에서 음악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도 일본 도쿄의 선교사님을 통해서 일본 연주 여행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장학금을 지급하는 재원이다. 그동안 헌금 및 전시회, 바자 등 돈을 모을 수 있는 일들을 해서 지난 10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해왔다.

나는 일본 연주 여행을 진행할 기금을 만들기 위해 갈고닦은 솜씨로 ‘반찬 바자’를 하기로 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내 딸 같은 젊은이들을 위해, 그동안 예예동산을 다녀가 나의 음식 솜씨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3개월 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밑반찬 10가지 한 세트를 5만원씩, 장학 기금을 위해 바자를 한다”고 알렸다. 그리고 닷새 동안 주문 받아, 가장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구입했다. 교회의 자원봉사자 10명과 함께 2일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해서 110세트의 반찬을 만들어, 둘째 날 오후에 우체국 택배로 발송했다. 재료 구입부터 택배 발송까지 총 7일 간의 작전이었다.

“하하~ 호호~” 웃음소리와 함께, 맛있는 점심도 같이 만들어 먹으며 일한 덕분에 350만원의 기금을 한섬재능나눔장학회에 기증할 수 있었다. 교회 여선교회의 친목 도모로 이보다 더 멋지고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 기금은 우리들의 인건비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일이 끝나고 병이 난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 장학기금을 위한 바자가 벌써 여덟 번째이다. 이 일을 통해 장학금도 충당되었지만, 딸 같은 젊은이들을 도울 수 있었다는 기쁨도 크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 안의 여성들의 우정이 아주 돈독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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