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74)

▲ 이해영 목사
샘물장애인
복지회 대표/
샘물교회 담임

바다를 보고 싶은 집사님이계시다. 나에게 시간 될 때 바다가 보이는 곳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오늘에야 그분을 모시고 부안 채석강을 가기로 했다.

그분을 모시고 부안 채석강을 가는 동안에 그분의 일생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휠체어를 타야 생활할 수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남편도 장애가 있는데 한 번도 남편과 자신의 장애를 한탄하거나 슬프다고 말한 적이 없다.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왔다.

오갈 곳이 없는 장애인 두 분을 모시고 구십이 넘은 어머니와 가슴으로 낳은 중학교 2학년인 딸과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장애도 하나님이 허락하셨으니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산다고 한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서 돈 없다 불평하지 않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식당을 여럿이 가도 늘 자기가 먼저 계산하는 모습에서 주님의 마음을 보았다. 가난하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삶으로 주님을 기쁘시게 한다.

이 정도의 환경이라면 절망할 법도 하지만 그는 지켜주시는 하나님이 계시는데 무엇이 두려우냐고 반문한다.  늦게 가슴으로 낳은 딸이 열다섯 살이다. 누군가 대문에 놓고 간 갓난아이를 부모님과 형제들은 반대했지만 주님의 선물로 알고 키우기로 작정했단다. 호적에 이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고 불편한 몸으로 키우는 것이 힘겨웠지만 주님의 은혜로 잘 자라주어 감사하다고 했다.

힘들 때 새벽마다 교회에 가서 기도하며 현실의 어려운 문제를 주님께 맡기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했다. 자기 몸도 힘든데 더 아픈 사람들을 위해 나누려 하는 그 마음을 아시고 주님께서 함께하시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얘기를 듣고 있노라니 목사인 내가 부끄러워졌다. 분명 그가 살아가는 현실은 어렵다. 그러나 절망도 불평도 하지 않고 도리어 감사하다고 한다. 비록 휠체어를 탔지만 다른 아픈 곳이 없고, 어려웠지만 그때그때 주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부안 채석강에 도착해 먼저 식사하자고 식당을 가는데 오늘은  목사님 부부에게 회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하며 베풀고 싶은 마음 막지 마라달라고 말씀하신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횟집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남을 대접하면 하나님이 채워주시는 것을 경험한 그는 이번에도 주님이 채워주실 것을 믿으니 걱정 말고 맛있게 드시라는 간절한 말에 우리는 횟집에서 맛있는 회를 먹으며 행복해했다.

식사하고 바닷가를 거닐며 그분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불어 내 마음도 행복으로 가득해졌다. 목사님이 아니면 누가 우리 같은 장애인에게 바다구경을 시켜 주냐며 감사 또 감사하다며 좋아했다.
우리는 한참동안 바닷가를 걸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는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작은 사랑의 몸부림이라 말하지만 말씀이 삶으로 이어지는 그의 모습이 나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돌아오는 길에 내내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 집사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나는 부끄럽고 작아진 모습으로 기도했다. 주님! 나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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