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단체 사단법인 하나누리 이원정 사무처장의 통일 준비 이야기

북한 라선특별시에
손뜨개 목도리 7년째 전달,
소규모 지역사회 자립 위한
농장 조성

통일은 언젠가, 갑자기?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통일훈련 시작해야

 

▲ 이원정 사무처장
사단법인 하나누리

가까이 손에 잡힐 듯하다 다시 멀어지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한지 오래 되었지만 통일은 여전히 소원으로 남아있다. 지난해부터 남북,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이 시작되었고 이번에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높아졌지만 통일의 길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북지원단체 사단법인 하나누리(대표 방인성)의 이원정 사무처장(46, 나들목네트워크 나들목더불어함께교회 성도)은 “통일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했다. 통일을 준비하는 기관에 몸담고 있으면서 무슨 소리? 통일은 언젠가, 갑자기 이뤄질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통일훈련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통일이 이뤄졌을 때 남북의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더군다나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고 그 길을 열어가야 할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 ‘목도리, 남북을 잇다’

통일 훈련 실천의 하나, 추운 겨울 북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목도리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 하나누리는 지난해 북한의 경제특구인 라선특별시에 손뜨개 목도리 3천 개를 보냈다. 모두 하나누리가 진행하는 ‘목도리, 남북을 잇다’ 캠페인에 참여한 남측의 사람들이 직접 뜬 것으로 7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 통일보다 사람 간의 통일이 중요하지요. 목도리 하나로 체온이 3도 높아집니다. 난방 연료가 귀한 북한 사람들에게 직접 손으로 뜬 목도리를 전달함으로써 남북 간에 서로 마음이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목도리, 남북을 잇다’ 시즌 7은 지난해 8월 13일부터 시작해 올해 1월 13일까지 마감됐고 오는 4월이면 시즌 8을 시작, 참가자를 모집한다.

하나누리가 대북지원 사업을 펼쳐온 라선특별시는 1992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곳으로 북한의 북동부 끝에 위치하고 있어 추운 지역이다. 하나누리는 목도리가 북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사용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캠페인 참여 방법은 캠페인 기간 중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서울 중구 퇴계로 하나누리 사무실에서 목도리를 뜨는 방법이 있고, 목도리 뜨기 재료를 택배로 받아서 개별로 뜨는 방법이 있다. 3만원이면 2개의 목도리를 뜨는 재료비와 북한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포함된다. 참여자가 하나 뜨고 하나는 청소년들이 무료로 뜰 수 있도록 제공되는 방식이다. 목도리 1키트 당 12시간의 자원봉사 시간이 인정되어 몇몇 고등학교에서는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나누리는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에 심는다’는 비전으로 2007년 시작,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실천적인 활동과 연구, 교육을 진행해온 단체다.

하나누리가 진행해온 또 하나의 중요한 사업은 북한 소규모 지역사회의 실질적 자립을 돕는 남북 경협사업을 전개, 라선특별시에 농장을 조성해 작은 단위에서 경제적 자립의 가능성을 시도해 왔다. 지난해 거둔 큰 성과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농장 경작을 위해 필요한 기계를 빌려주고 사용 금액을 상환 받은 것이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꽉 막혀있던 때에도 해외 루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도운 것이 서로의 신뢰를 쌓는 발판이 됐다.

“그동안은 필요한 부분들을 무상으로 지원했지만 지난해부터는 10년에 나눠 상환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며 경제개념을 익히고 서로 간의 차이와 간격을 좁혀가는 일환입니다.”

▲ 하나누리는 북한의 경제특구인 라선특별시 사람들에게 손뜨개 목도리를 전하는 ‘목도리, 남북을 잇다’ 캠페인을 7년째 진행하고있다.


# 분단 70년의 두려움을 넘다

통일시대를 위한 훈련, 이 사무처장은 무엇보다 “두려움 넘어서기”를 제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습관적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되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제대로 아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통일을 위해 우리가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북한에 대해서 책도 보고 공부하며 알아가는 것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나누리에서는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정해서 읽고 마지막 주에 토론 시간을 갖는다. 지금은 일본 학자 와다 하루끼의 30년에 걸친 북한사 연구를 집대성한 <북한 현대사>를 읽고 있다.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북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이 사무처장도 그랬다. 전형적인(?) 보수적 신앙과 정치개념을 가졌던 그가, 고액연봉의 잘나가던 금융맨이 돌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통일시대 준비에 나서게 된 이유가 뭘까?

“우리가 걷고 있는 분단의 현실을 목도하고, 철책 너머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였어요. 그리고 그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경험하면서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할 형제라는 생각이 커졌어요.”

2008년 교회의 비전 트립으로 연변지역을 여행하면서 단둥과 도문에서 북한의 신의주와 남양 지역을 바라다보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남북이 나뉘어져 섬처럼 살고 있으면서도 분단의 현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것. 또 자신의 고향을 떠나 중국 공안을 피해 숨어 지내는 탈북자 모녀를 보면서 “저들의 고통, 내가 누리는 안위는 과연 정당한가”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당시 광우병 사태로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남북관계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돌아보니 정치, 경제, 교육, 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오랜 세월 분단체제가 지속되면서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보게 됐다.

분단 현실을 직시하고 통일시대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뜨거운 마음, 이 사무처장은 하나님이 주신 마음으로 깨닫고 그때부터 새로운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비전트립 이후 곧바로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자치주 연길시에 있는 연변대학에서 5년 동안 역사(관계사)를 공부했다. 왜 역사공부를 굳이 연변에서 해야 했을까?

“같은 공간에서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 재중동포들이 함께 공부했어요. 체제도 생각도 다르지만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구나 하는 걸 경험했습니다.”

처음엔 북한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만도 긴장되고 두렵고 떨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형’이라고 부를 만큼 서로 친해졌다. 공부를 마치고 북으로 돌아가면서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그리운 가족을 위해 무슨 선물이 좋을까 고민하는 모습에선 “나와 똑같은 사람, 똑같은 고민을 하며 사는 구나”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연변대는 서로의 차이를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을 훈련하는 장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이 사무처장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땅에 와 있는 조선족이나 탈북자들을 ‘통일시대의 마중물’로 여기며 함께 살기를 잘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남한 땅에서 차별을 경험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사무처장은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훈련에 교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기대했다. 내 안에 갇힌 편향된 시선이 아니라 늘 새롭게 세상을 바라볼 때 크리스천으로서 명확하게 하나님 나라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야 교회가, 그리스도인들이 이 시대에 또다시 변화의 흐름을 이끌며 복음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통일에 대한 기대를 물으니 이 사무처장은 “연변대에서 만났던 북한의 형들과 커피 한 잔 같이 마시며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유로운 만남의 길이 하루빨리 열리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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