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역사의 사실은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그 사실에 대한 해석은 매우 다양하고 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지난 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지금 이후의 미래가 달라진다. 과거의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과거의 역사를 바르게 해석하고 거기에서 배움을 얻어야 희망의 미래가 열린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다른 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는 1910년 2월 14일 뤼순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가 이 소식을 듣고 편지를 써서 정근과 공근 두 동생 편에 맏아들 중근에게 전한다. 위의 인용문이 그 편지의 내용이다. 안중근은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마음을 굳게 먹고 항소를 포기하고 죽음에 이른다. 19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는 어머니가 보낸 하얀 수의를 입고 숨을 거둔다.

민족의 지도자 안중근의 삶은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를 빼놓고는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 조마리아의 신앙과 민족정신의 기개는 일본 사람들에게도 충격을 주어 영향을 끼쳤다. 삼일운동은 물리적인 차원에서 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총칼로 사람 죽이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군국주의 통치에 대항하여 비무장으로 독립을 외친다는 것이니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현실이 그러했다.

대표적인 사례 한두 건이 그 단면으로 충분하다. 김건실 독립기념관 연구원에 따르면 1919년 3월 10일 일본군이 맹산군 주민들을 헌병 분견소 안으로 불러들여 50여 명을 난사해 죽였다. 1919년 4월 15일 수원 제암리에서 일본군은 주민들을 교회로 모이게 하여 30명이 넘는 사람들을 집중 사격하여 학살하고 40가구 마을을 모두 불태웠다.

목숨을 잃을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제에 비무장으로 저항한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삼일 독립운동의 거대한 강물을 흐르게 한 그 시원은 무엇인가. 한 가지를 지목하여 이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에서 발생한 사건에는 가까운 원인부터 오래도록 이어져온 흐름까지 다양한 요인이 섞여있다. 그러나 어떤 각도에서 살펴도 언제나 관찰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이요 교회다. 삼일운동의 저변 또는 시원에 기독교 신앙이 있다는 것은 어떤 학자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독립운동은 전국의 교회 연결망을 타고 번져갔다. 그 당시 교회는 민족 전체를 품에 안고 역사의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의 기독교는 그렇게 역사의 험로를 뚫고 행진했다.

100년 전에는 그러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가. 이 땅에 존재하는 기독교 신앙, 기독교 신앙의 구현체인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성찰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와 한반도 공동체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난제들에 관하여 한국교회는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터하여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가. 그 대안을 실천하려는 의지와 결단과 행동이 있는가. 특히 현재 우리의 미래가 걸린 남북관계의 평화 프로세스와 통일 문제에 관하여 한국교회는 올바른 해석과 행동의 결기가 충분한가.

삼일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사회의 각 영역에서 다양한 기념식과 학술 세미나와 행사들이 펼쳐질 것이다. 한국교회에서도 나름 여러 가지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점이 있다. 교회가 사회 전체를 끌어안는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성경적인 교회론을 다시금 깊이 새겨야 한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어머니는 가정과 가문의 그 어떤 것에도 무관할 수 없다. 교회는 그 사회에서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삼일운동 백주년을 맞이하면서 안중근의 어머니가 그리운 것은, 우리 시대에 교회가 어머니다움을 잃어버려서인지 모른다. 삼일운동의 교회는 어머니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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