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75)

▲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
복지회 대표/
샘물교회 담임

병원에서 우리 교회 성도님의 투석을 마치고 진료를 위해 기다리다 낯익은 휠체어 탄 장애인을 만났다.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 사는지, 장애는 언제 입었는지, 불편한 몸으로 어떻게 사느냐고.

그녀는 우리 교회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마련한 밀알 예배에 참석하는 분이었는데 모임 때는 시간 제약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녀는 아픔의 세월을 걸어왔고 지금도 아픔 가운데 놓여있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로 장애를 입었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 결혼해 삼남매를 낳고 열심히 살았는데, 남편이 일찍 돌아가셔서 홀로 힘들게 자녀들을 키웠다고 했다.

그렇게 자란 자녀 중에 둘째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등졌을 때, 그 아들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했다. 동네에 교회가 있어 열심히 신앙생활 하며 힘든 순간마다 이겨냈는데, 아들의 죽음은 남편을 잃었을 때보다 더 서럽고 살고 싶지 않을 만큼 충격이 컸다. 주님은 왜 이토록 깊은 시름을 주시느냐고 기도하며 항변도 많이 했다.

그래도 주어진 삶인지라 시간이 지나면 잊겠거니 하며 열심히 신앙생활하며 살아가노라니 살아지더란다.

불편한 몸으로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주어진 일들을 감당하려 노력하며 살아온 세월, 자녀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다독여 세우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자녀들이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지나온 아픔의 세월이 감사로 바꿔졌다고 했다.

손주들이 태어나고 그들의 재롱에 시름을 잊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또다시 아픔이 찾아왔다.

결혼해 멀리 대구에서 사는 딸이 어느 날 흐느끼며 전화를 했다. 이유인즉 여섯 살인 딸아이가 갑자기 아이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딸의 인생길에 놓인 지극한 아픔과 오래 전 아들을 잃고 망연자실했던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깊은 슬픔이 엄습해왔다. 딸이 혹시 어찌 되지나 앓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왜 딸이 엄마의 인생을 닮아 가는가?

주님! 자식을 앞세운 어미의 가슴이 어떤 것을 내가 아는데 그 아픔을 딸이 겪어야 하다니, 너무도 가혹합니다. 왜입니까? 말 좀 해주세요.

기도하고 또 기도해도 침묵하시는 주님 앞에 그녀는 오늘도 기도하며 묻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인생길에는 우리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때론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앞에 망연자실할 때도 있다. 설명할 수 없는 불행을 당한 이웃에게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을 때도 참 많다. 그들의 아픔을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 아픔을 같이 슬퍼하며 곁에 있어주고, 그가 아픔을 딛고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오늘도 홀로 아파하는 이웃의 손을 잡아 주고 함께 아파하며 주님의 위로와 사랑을 간구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그 아픔의 자리에 내가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의 아픔을 같이 나누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한다면 오늘도 나는  그 이웃의 손을 잡고 주님의 위로와 사랑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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