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사제 왕 요한_ 68

“바로 그렇습니다. 매우 현명하신 깨달음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몽골과 카라 키타이 연합군은 유럽과 세계를 정벌해도 그들의 생명을 함부로 대하거나 노예로 복속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오로지 동방 아시아와 서방 나라들이 서로 가진 것이나 지식, 또 기술이나 자원을 나눠가지면서 이 세계 곳곳에 살게 하신 민족들이 고루 잘 살게 해야 합니다.”

▲ 중국 내몽골 지역의 사막을 말을 타고 횡단하는 아이들.

보속완 태상왕은 그래도, 돌다리일지라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지혜를 거듭 말했다.

“고모님, 고모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우리 거란제국이 소자를 바라보는 소망을 저는 잊지 않습니다.”
야율 보속완 앞에서 자기 나라를 “거란제국”이라고 사제왕은 말했다. 그가 카라 키타이를 야율제국이라고 호칭한 모습을 지켜보는 을지고 사령관은 고개를 거듭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의 카라 키타이 백성들은 당나라를 멸망시키고 그 제국을 이어받은 야율아보기의 창업의 때(AD 907)부터 이어가고 있음을 사제왕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

“고모님은 물론이고 을지고 대장군님께 제가 감히 말씀 올립니다. 저는 야율아보기와 야율대석의  자손으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제가 징기스칸과 전쟁을 선언하면 우리는 둘 다 망합니다. 둘 다, 몽골이나 거란의 두 제국이 수천 년 전에 중원의 한족들에게 “흉노”라는 이름으로 쫓겨나서 오늘날 도리어 세계를 호령하고 세계 제국을 일으켜 인류 모두에게 축복의 앞날을 열어주면 그것으로 저나 징기스칸, 그리고 여러분 모두는 할 일 다하는 것이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자기 욕심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것이 오래 사는 길입니다. 나는 징기스칸이나 그의 자식들의 배신으로 내가 죽고 우리 거란이 저들 몽골족의 종이 된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사제왕 요한의 말을 들은 보속완은 일어나서 빙긋이 웃으며 사제왕을 덥석 껴안는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꼬, 조상님의 하나님은 얼마나 기쁘실까. 우리 대왕님은 예수님을 너무 많이 닮았어요.”

“소인도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상왕 마마….”

야율성소의 덕담이 이어진다.

“폐하, 내일 저의 부부가 징기스칸을 한 번 초청하고 싶습니다. 출정식도 겸해서 말입니다.”

을지고 대장군의 의견이었다.

“출정식입니까? 뭐 그렇게 하시죠.”
 

다음날 해질 무렵 징기스칸이 수부타이와 둘이서 을지고 대장군 숙소로 방문했다. 을지고 대장군이나 그의 부인 나비소 장군이 징기스칸을 맞이했다. 하얀 백발의 노부부의 초청을 받은 징기스칸과 큰 키에 매우 비둔한 몸매를 지닌 수부타이 장군이 함께 들어왔다.

“천하의 징기스칸을 이 늙은이 부부가 맞이합니다. 영광입니다. 수부타이 장군도 환영합니다.”

징기스칸이 을지고 대장군 앞에 깊이 머리 숙여 존경을 표했다. 나비소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징기스칸을 덥석 껴안아 준다. 거구의 징기스칸은 나비소의 포옹에 수줍은 듯 몸짓이 서투르다.

잠시 후, 사제왕 부부가 을지고의 집에 나타났다. 징기스칸이 반갑게 사제왕 요한을 맞아 서로를 뜨겁게 포옹한다. 정진주는 전투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방안에 전투복을 입은 사람은 사제왕의 부인 정진주 뿐이다. 그녀는 징기스칸과 군례로 인사를 나누었다.

“저는 저희 폐하의 수행자로 참석합니다. 초원의 대 칸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뵈오니 영광입니다.”

“….”

징기스칸은 잠시 말을 잃었다. 어정쩡하게 선 채로 사제왕과 정진주를 번갈아 보고만 있었다.

“아, 부부 동반 모임이 아닌지라 말렸더니 내 부장 자격으로 참석한다 해서 같이 왔습니다. 내 보호자입니다.”

사제왕 요한이 황후를 “보호자”라고 소개하자 징기스칸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어넘긴다.

“나도 보호자와 동행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자 수부타이가 벌떡 일어나서 “형님, 제가 잽싸게 달려가서 형수를 모셔올까요” 하면서 낄낄 거린다.

그들은 자리를 정돈하고 다시 자리를 잡는다. 정진주는 나비소를 도와 시중을 들었다. 징기스칸은 정진주의 재치 넘치는 처음 모습부터 그녀를 향해 눈을 쉽게 거두지 못했다.

“저희 둘은 카라 키타이 군의 의료와 복지를 책임지는 장수들입니다.”

나비소가 말했다.

“사제왕 형님! 저는 오늘 밤부터 형님 사제로부터 10년 쯤 예수님에 대해 공부하려고 합니다. 유럽 해방 전쟁 중이라 해도 하나님이 공부시간을 주시겠지요.”

그가 예수 공부를 꺼내자 모인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그렇소. 앞으로 우리 몽골제국과 카라 키타이 제국 연합 전선은 유라시아 평정은 물론 저 오만한 유럽의 교황도 예수님 앞에 무릎 꿇려야 합니다. 하늘 아래 유일한 왕은 하나님뿐입니다. 저들 서양 기독교는 그동안 자기들만 잘났다고 오만을 떨고 있습니다. 우리 연합군이 교황을 응징하고 그가 쓰고 있다는 삼층 금관을 벗겨내고 우리들과 같은 자리로 끌어내릴 겁니다.

“징기스 아우님, 내가 그동안에 왕 노릇을 잠깐 했으나 나는 사제입니다. 나만 사제가 아니고 여러분도 사제입니다. 성경에는 예수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왕 같은 제사장이라 했어요. 예수님이 직접 가르치신 말씀이랍니다. 역시 예수님은 왕, 오직 한 분 평화의 왕, 인류 모두의 왕일뿐 우리들은 그분의 제자들입니다.”

사제왕 요한은 징기스칸의 가슴팍에 그의 간절한 시선을 집중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또 이어서 말을 하려할 때 징기스칸이 질문을 했다.

“제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는 사제라 하신 것은 이해가 되는데 모두가 사제이면 징기스 나도 사제라는 겁니까? 또 세상 사람 모두가 사제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징기스칸의 말을 듣고 사제왕 요한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수를 따르던 제자가 열두 명 있었는데 그들도 사제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 자신도 사제가 아니었구요. 예수님은 그를 믿고 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제권이 있다 하셨어요. 이 말은 예수를 믿고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받으면 이 땅에 사는 모든 믿는 자들이 사제가 되는 것이니 특별히 사제가 필요없다고 하신 것입니다.”

“아하, 사제는 계급이 아니라 신앙 수준을 말한다는 뜻이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제가 없으면 종교의 전파는 어떻게 합니까?”

“그거야 일정한 수준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모두 예수의 복음을 온 세상에 다니면서 선전을 하는 것입니다. 대 칸을 수 년 동안 복음으로 인도해 온 파울로도 사제가 아닙니다. 저 자신도 십자군 사람들이 사제요 왕이라 불러왔기에 ‘사제왕’으로 호칭했을 뿐이죠. 그래서 ‘사제왕’보다는 왕이면서 사제처럼 보였으니 굳이 호칭을 하자만 ‘사제왕’이 아니라 ‘왕 사제’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제왕’이란 호칭은 저의 조부이신 ‘야율 대석 카간’을 인칭 했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 가르침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특별히 사제가 필요 없다면 왕 또한 필요 없는 세상이 와야만 참된 세상이 될 것 같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매우 현명하신 깨달음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몽골과 카라 키타이 연합군은 유럽과 세계를 정벌해도 그들의 생명을 함부로 대하거나 노예로 복속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오로지 동방 아시아와 서방 나라들이 서로 가진 것이나 지식, 또 기술이나 자원을 나눠가지면서 이 세계 곳곳에 살게 하신 민족들이 고루 잘 살게 해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 칸께서 이미 몽골의 거대한 초원의 40여 개 국가들을 통일하셨으나 어느 민족을 특별히 우대하거나 또는 멸시하신 일이 없으신 줄 압니다. 바로 그 정신으로 세계, 특히 유럽이나 저 먼 곳의 나라들도 골고루 아껴주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들 많은 나라를 묶어서 하나의 제국을 만들겠다는 욕망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죠.”

“네, 징기스 대 칸이시여!”

왕 사제 요한과 징기스칸의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던 을지고 대장군이 입을 열었다.

“몽골이나 우리 카라 키타이는 물론이고 저는 옛 고구려의 자손입니다. 우리들이 존경하는 대 칸은 몽골 출신이고, 또 대 칸의 휘하 군사들은 어떻습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대 칸의 몽골은 물론 우리들 키타이(거란), 말갈, 선비, 돌궐, 유연, 실위, 바이루쿠, 통라, 위구르 등 헤아릴 수 없는 민족들의 대 연합 세력들이 섞이고 헤어지는 등 길고 긴 역사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나이다. 오늘 밤 우리들이 존경하는 대 칸께서 소장의 집에 오셔서 옛 친구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듯이 다정스런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이 늙은이는 제가 한량없이 존경하는 사제 왕 님의 조부님이신 야율 대석 폐하와 함께 제국을 지켜왔으니 저의 사는 날이야 얼마나 남았겠나이까. 부디 대 칸께서는 우리의 왕 사제 요한을 형님으로 삼았으니 온 세계를 하나로 통일할 때까지 서로서로 오늘 이 밤의 정을 잊지 말아주시기를 소원합니다.”

“아, 대장군 님 소장 테무진 맹세코 장군님의 뜻을 배반하지 않겠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징기스칸이 몸을 일으켜 을지고 앞에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였다.

나비소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대 칸께서는 기독교 여인들을 특별히 존중하신다는 데 거기에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까?”

“네, 나비소 장군님. 바로 나비소 장군님이나 나의 형수님(사제왕의 부인 정진주를 말함) 같은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랍니다. 바로 유력한 기독교 훈련이 된 가문 출신들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들 몽골은 전투에 남자들이 나갔을 때 남은 가족의 부양, 다음 전투 준비는 물론 자식들 교육을 위해서 여자들은 남자보다 더 중요하답니다. 그리고 서유럽 기독교 문물에 익숙해 있지요. 몽골의 실력 있는 집안의 여인들은 거의 대개가 기독교 신자들입니다. 그들은 우리 몽골인의 사제이며 선생들입니다.”

“역시 대 칸은 사나이 중 사나이입니다. 지금 저와 함께 춤을 추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나비소는 징기스칸의 답변을 듣기도 전에 나비처럼 홀을 한바퀴 휘돌았다.

갑작스런 나비소의 제안에 겁에 질린 듯이 얼굴이 빨개진 징기스칸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런 그를 사제왕이 일으켰다. 둘이서 군무를 추었다. 마치 두 칼잡이가 양 손에 쌍칼을 쥐고 공격과 방어를 하듯이 말이다. 잠시 멈칫하더니 사제왕이 을지고 대장군을 이끌어 정진주와 춤을 추게 하고 나비소는 징기스칸을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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