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광 섭
창현교회 원로목사

2019년 3월 1일은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지금의 분위기는 너무도 조용하다.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의 정세와 현실 상황과 각자에게 더 급한 일들이 있는가 싶다. 아니 더 이상 3.1독립만세 운동을 들추어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막는 숨어 있는 힘이 있는가 싶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나와 우리가 이 땅을 위해 무언가를 바르게 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선배들이 희생한 역사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1919년 2월 28일 일본 유학중인 학생들이 일본 도쿄에 있는 YMCA빌딩에 모였다. 일본이 조선을 합병이라는 미명 아래 자원과 문화와 이름과 생명까지 착취하고 있음이 부당하다고 일본과 세계를 향하여 외친 사건이었다. 이어서 1919년 3월 1일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바라며 한반도 전역에서 3.1독립만세 운동이 일어났다. 우리 민족의 근대역사에서 커다란 사건중 하나다. 고난의 민족을 대표하는 33인의 이름으로 파고다 공원이라고 불렸던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문이 발표 되었다. 선언문은 “우리는 여기에 우리 조선이 독립된 나라인 것과 조선 사람이 자주하는 국민인 것을 선언하노라”로 시작되었다. 

3.1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한 33인을 종교로 구분해 보면 장로교 7명, 감리교 9명, 천도교 15명, 불교 2명이다. 기독교는 3.1독립만세 운동을 거론할 때마다 기독교인이 16명이었다는 것으로 긍지를 말하곤 한다. 어쩌면 성공하지 못한 운동일 수 있다. 그래서 실패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영혼들을 깨웠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 어찌해야 하는지를 후배들에게 깨닫게 한 것이다. 그래서 3.1독립만세 운동은 악함을 이긴 운동이다. 

또 하나는 이 땅과 그 땅에 사는 영혼을 살리는 일에 종교인들이 너 나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표자로 자처하며 나선 어른들은 세계 역사를 읽을 줄 알았다. 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한반도에 살고 있는 조선인들이 겪고 있는 고난과 아픔의 현실을 모르는 척 하지 않았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른들은 종교인으로 바른 종교가 되게 하는 것이 무엇임을 보여주었다.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신앙을 삶으로 실천하였다. 

민족대표로 나선다는 것은 죽음이 뻔히 보이는 결단이었다. 그럼에도 3.1독립만세 운동은 조선을 향한 하늘의 재촉으로 여기며 나섰다. 이 신앙고백적인 행동이 모든 지역의 민족 백성에게 ‘따르도록’ 하는 힘이었다고 믿는다. 이것이 살아있는 건강한 종교요 종교인이다. 종교는 신앙 외의 세상일에 관심을 가지거나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막힌 종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종교와 신앙은 병들고 죽은 종교요 죽은 신앙이다. 종교는 그 종교가 있는 현장의 현실을 외면하거나 나와는 무관하다고 거리를 두어서는 안 된다. 신앙은 행동해야 한다. 

대표들은 선언문에서 독립운동의 행동방법을 분명하게 밝혔다. 질서와 무저항과 목표한 뜻의 절대성을 주장하며 자유와 독립이 이루어질 때까지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일깨워 주었다.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부피와 높이를 쌓아올리고는 보란 듯이 ‘나 잘했지’ 하는 우쭐 됨이 아니었다. 더구나 많은 사람 앞에 높이 들리어지는 것을 부러워하고 나도 같아지겠다고 따라하는 천박함이 없다. 목표가 아무리 좋아도 과정이 잘못되면 진실로부터 외면당하고 다수의 심령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래서 3.1독립만세 운동은 100년이 지난 지금 너와 나에게 묻고 있다. 후손으로서 그 자리와 직위 그리고 그 형편에서 어찌하고 있는가? 라고. 

신학대학원 종강 시간, 학생들에게 물었다. 신학교에 다닐 때는 데모하더니 목사가 된 뒤에는 왜 데모를 안 하나? 성직자라면 평생을 데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말하면서 필자는 성직을 수행하는 자로 하늘 앞에 신앙으로 바른가, 교단에 소속된 성직자로서 교단의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교리와 관리법을 벗어나고 있지는 않았나, 목회를 한다면서 섬겨야 할 심령들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자문과 성찰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에게 경전이 되는 성경을 깊이 읽고 넓게 해석하고 사생활 속에서 바르게 실천하고 있는지, 현실의 자기와 성직자인 자기가 싸워야 하는 것이 성직자가 평생 해야 하는 데모라고. 3.1절 정신을 오늘에 이어가야 하는 역할 속에 있는 우리는 그렇게 자기와의 싸움, 그리고 자기가 속한 사회와 민족의 여러 난제 앞에서 책임의식을 갖고 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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