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에 쓴 <로마사>, 로마와 희랍 민족의 시작과 분화 고찰

“근본적 재정비를 갖추지 못해 군데군데 곪기 시작…지리적 팽창을 통해 로마로 흘러들어온 막대한 부는 흥청망청 로마를 부패시켰고, 전통적 지배 계급이었던 원로원은 자기가 움켜쥐고 있던 권력을 놓지 않으려 스스로 분규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 <몸젠의 로마사 4>
테오도르 몸젠 지음/
김남우·성중모 옮김/푸른역사

위대한 고전으로 꼽히는 <몸젠의 로마사> 네 번째 책이다.

19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고전문헌학자 테오도르 몸젠(1817~1903)이 쓴 <로마사>는 로마 건국부터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사망까지를 그린 로마의 역사서로 기존의 로마사 연구서와 달리 역사적 증거물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진행돼 좀 더 실증적이며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년 전에 집필, 출간된 책인데, 방대한 분량으로 로마의 역사를 촘촘하게 그려낸 점이 놀랍다. 몸젠의 <로마사>는 1902년 12월 독일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몸젠의 <로마사>는 세 권으로 나뉘어 출판됐다. 제1권(제1, 2, 3책) 1854년, 제2권(제4책) 1855년, 제3권(제5책) 1856년에 각각 출간됐으며, 1903년 11월 사망 직전까지 개정증보작업을 진행했다.

한편 몸젠은 황제정 시대의 경제를 다룬 제4권과 카이사르에서 티오클레티아누스 황제까지의 로마 속주를 다룬 제5권을 기획했는데, 제5권(제8책)이 먼저 1885년 출간됐고 1904년에 제5판이 나왔으며, 제4권은 끝내 출간되지 않았다.

제1책은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 제2책은 로마 왕정의 철폐에서 이탈리아 통일까지, 제3책은 이탈리아 통일에서 카르타고와 희랍의 복속까지를 다루고 있다. 제4책은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그라쿠스 형제와 술라 시대를 다뤘고, 제5책은 이른바 삼두정치라고 하는 군정시대, 제8책은 로마의 속주에 대해 다뤘다.

푸른역사 출판사는 2013년 4월, 10년 내 완역본 출간을 목표로 <몸젠의 로마사> 1권을 출판한 후 이번에 네 번째 책을 내놓았다.

제4권(원서 제1권 제3책 8장~14장)에서는 카르타고 전쟁의 연장선에서 로마가 마케도니아와 갈등을 빚으며 희랍 세계까지 세력권을 확장하는 과정, 그리고 카르타고 전쟁 및 마케도니아 전쟁 과정에서 생겨난 로마의 국가 체제 변화 양상이 종합적으로 서술된다.

특히 4권에서는 로마가 카르타고 전쟁 이후 희랍 세계로 세력권을 확장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국가 체제에 큰 변화를 겪게 되고 종래의 구질서는 전복되고 다수의 사회 영역에서 개혁이 성취되었던 것을 조명한다. 안팎으로 로마를 강타했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변화를 감당할 수 없는 제도들은 철저히 도태되었고 건국 시부터 지켜온 이념은 시대의 뒤안길로 홀연히 사라지고, 현실적인 해결책들이 공식적인 것으로 권위를 얻고 승격되었다고 밝힌다.

또 4권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밖으로는 전 세계를 호령하게 된 패자 로마도 안으로는 근본적 재정비를 갖추지 못해 군데군데 곪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민회는 여러 도당들에게 휘둘렸고, 가문에 기반을 둔 소수의 엄격한 통치는 무너져 내렸으며, 지리적 팽창을 통해 로마로 흘러들어온 막대한 부는 흥청망청 로마를 부패시켰고, 전통적 지배 계급이었던 원로원은 자기가 움켜쥐고 있던 권력을 놓지 않으려 스스로 분규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고 짚는다. 이윤 추구를 궁극적 목표로 삼고 국가를 무시하는 투기 자본이 정치를 압도했으며, 로마를 받치던 주된 기둥이었던 자유농민은 힘센 자들의 세력다툼에 휘말려 파멸의 길로 내몰렸다고 밝힌다.

제목은 <로마사>이지만 몸젠은 책에서 로마의 역사가 아니라 이탈리아의 역사를 다룬다고 말한다. 국가 체계의 형태를 갖추고 난 이후 로마라는 도시 공동체가 이탈리아 반도를, 이후 세계를 지배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좀 더 높은 차원의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결코 그렇게 주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몸젠은 “흔히 로마 인에 의한 이탈리아 정복이라고 불리는 것은 기실 이탈리아 반도에 살던 전체 민족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합당하다. 로마 인들이 이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세력이긴 했으나, 아무튼 그들도 이들 가운데 한 부분이었을 뿐이다”라고 강조한다.

언어를 통해 이탈리아 상고사를 살핀 몸젠은 서양 문명의 두 축인 희랍(고대 그리스)과 이탈리아(로마) 민족의 시작과 분화를 고찰, 몸젠에 따르면, 인간 삶의 물적 토대에 해당하는 모든 부문에서 희랍 민족과 이탈리아 민족은 동일한 언어 및 풍습의 기원을 가지며, 이들이 하나의 민족을 형성하고 있을 때 두 민족은 지구가 인류에게 제시한 가장 오래된 숙제들을 함께 풀어나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신 영역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희랍 민족의 특징은 개체를 위해 전체를, 시민을 위해 공동체를, 공동체를 위해 민족을 희생시키는 것이며, 삶의 목표는 미와 선, 그리고 종종 학문적 여가에 있었고, 신을 부정하는 종교관을 갖고 있었던 반면 로마 민족의 특성은 인간이 신들을 경외하도록 만들고, 오로지 유용성을 추구하고 존경하여 시민들로 하여금 한시도 쉬지 않고 짧은 인생의 매 순간을 노동으로 채우도록 강요했으며, 국가는 전부이고 국가의 확장을 유일하게 높은 이상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대사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던 두 민족은 서로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만큼 서로 필적할 만한 맞수였다고 밝힌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