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이 지면에 <성서조선>을 읽기 시작하면서 느낀 소회를 적은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매일 조금씩 묵상하듯이 읽는다고 했지만, 실은 ‘목적이 뚜렷한 읽기’였다. 1927-1942년까지 통권 158호로 발간된 <성서조선>을 나를 포함한 6명이 나누어 읽으며 색인어를 추려내기로 한 것이다. 1941-1942년 치를 맡은 나에 비해 다른 분들이 맡은 것은 1.5배 분량으로, 깨알 같은 활자에다 독음 없는 한자가 그득한 700여 쪽의 텍스트를 무한 인내로 읽어갔다.
그 후 두 달에 한 번꼴로 중간점검을 겸한 검토회의를 했는데, 다들 여간 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특히 서양 인명과 지명. 지금과 달리 외래어 표기법이 없는지라 표기가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등장할 때마다 제각각인 것은 물론, 정확히 누구/어디를 가리키는지 실체가 파악되지 않는 것들이 속출했다. ㅇ픠히테(피히테J. G. Fichte), ㅇ바질(베르길리우스) 등 요즘 쓰지 않는 자음들이 있는 표제어도 우리를 긴장시켰다.
그래서 회의 때마다 매뉴얼을 손질하며 보완해 갔다. 표제어 선정 및 표기 기준부터 윤곽을 잡아 갔다. 자주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공식화된 이름 외에 표기된 것도 모두 살려, 가령 함석헌의 경우 ‘함선생’, ‘함선생님’, ‘함형’, ‘석헌’ 이라고 표기한 것을 모두 색인어에 포함시켰다. <성서조선> 발행과 관련된 인물들이 대부분 이런 식으로 표기되었다.
외국 인명과 지명도 조금씩 달리 표기된 것들을 모두 체크하여 표제어 뒤에 함께 나타냈는데, 요즘 쓰지 않는 한자어로 표기된 것들에 다들 탄성을 질렀다. ‘사옹(沙翁)-셰익스피어’, ‘우옹(虞翁)-글래드스턴’, ‘묵서가(墨西哥)-멕시코’, ‘백국(白國)-벨기에’… 이런 표기의 끝판왕은 ‘정말(丁抹)-덴마크’다. 정말이 덴마크라니, 정말 미치겠다!
색인 작업이 웬만큼 진척되면서, 새로운 문제들은 계속 등장했다. 특정 단어를 색인어로 넣을지 말지로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조선-’으로 시작하는 많은 말들은 어느 것을 빼고 넣을지 끝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성서에 등장하는 인명과 지명을 빼기로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김교신’도 색인어에서 제외했다.
읽기 시작한 지 10개월이 지날 무렵, 각자 작업한 것을 취합하고 정리했다. 미심쩍은 표제어들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1982년에 나온 〈성서조선〉 복간본을 책상 한쪽에 쌓아놓고 그때그때 재빨리 찾으면서 확인 및 보완 작업을 했다. 좀처럼 정체가 파악되지 않는 색인어들이 끝까지 애를 태웠다. 끝내 실체가 파악되지 않는 것들을 제외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모두 싣기로 했다. 어차피 이 색인집은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으므로, 미확인된 것들도 표기된 대로 살려두자는 것이었다. 결국 4,400여 개의 색인어가 남았다.
요즘 색인 작업과는 너무도 다른,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1년 넘게 계속된 작업이 우여곡절 끝에 일단락되었다. 참여한 분들의 오랜 수고가 모아진 것이지만, 발행인 겸 편집인에서부터 온갖 허드렛일까지 감당하며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김교신 선생의 고생에 비하면 우리의 노력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시간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오늘날 관점에서는 매우 이색적인) 색인어들을 살펴볼수록 가슴이 찡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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