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100주년 기념 특집 2-내일을 위하여] 국제컨퍼런스 및 심포지움에서 여러 학자들, 진정한 3.1정신 오늘에 살려 나가는 과제 제시

윤경로 이사장 -
“그간 남북 사이 역사 이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로 확인하며 분단의 벽을 뛰어넘어 하나의 역사인식을
만들어가는 역사적 전기 마련했으면”

 

▲ 3.1 만세운동을 재현한 그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가적으로나 종교계, 시민단체들이 총망라되어 독립정신을 기리고 있다. 3.1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짚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미진한 상태로 놓여있는 한반도의 과제를 어떻게 실현해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교계에서 이뤄진 컨퍼런스에서도 그것을 엿볼 수 있는 측면들이 있었다. 두 개의 컨퍼런스, 심포지움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윤경로 이사장(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전 한성대 총장)은 2월 24일 롯데호텔서울에서 가진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에서 ‘3.1 운동의 역사와 한국 사회의 미래’라는 주제강연에서 “작금 우리 한반도의 급변하는 상황은 100년 전 <3.1 독립선언서>에서 천명한 ‘음침한 옛집에서 뛰쳐나와 흔쾌한 부활의 빛을 향해 힘차게 나가자’는 그 대목처럼 경천동지할 만한 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라고 강조했다.
 

●● 3.1운동의 과제를 논하다

3.1운동을 순수하게 혁명으로 일컫는 것이 맞다는 윤 이사장의 주장은 ‘현재성’으로 연결하고 있어 주목됐다. 윤 이사장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과 벽이 높고 두텁지만 분명한 것은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 변화의 물줄기는 결코 누구도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지난 70년간의 대립과 반목의 벽을 허물고 화해와 협력을 넘어 평화의 한반도, 하나 되는 그날을 향한 희망찬 행보가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 9월 남북정상의 역사적 만남에서 합의된 선언문 가운데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남북이 함께 하기로 했다는 것을 언급한 윤 이사장은 “70년 간의 정치적 이념적 분단으로 남북 사이의 역사이해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100주년 공동행사를 통해 우리민족이 하나임을 재확인할 뿐만 아니라 그간 남북 사이 역사 이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로 확인하며 분단의 벽을 뛰어넘어 하나의 역사인식을 만들어가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토로했다.

3.1운동사에 대한 남북의 이해가 열악한 게 사실인데, 앞으로 남북 역사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런 문제 등을 함께 토론하고 연구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독일의 위르겐 몰트만 교수(튀빙겐대학교 명예교수)sms 한국 통일에 대해 말할 수 없고, 그저 독일의 통일에 대해 보고할 수 있을 뿐이라고 언급하면서 “서독 정부가 동독에 대한 위협을 그치고 동독정부를 자주적 국가로 인정했을 때 비로소 통일은 시작되었다”며 매듭이 풀리게 된 수순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몰트만은 “외부로부터의 위기는 내적 통일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면서 “독일을 위한 평화협정은 ‘2 더하기 4’, 즉 양측 독일 정부와 4개의 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며, 우리는 우리의 영원이 아닌 현실주의적으로 사실들에 기인해야 하며, 그래야 현실적인 희망들이 미래에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이사장(동반성장연구소)은 불확실성 시대의 통일로 가는 길에 대해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과거 대북정책은 정권의 성격이나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했고, 대북 강경책은 북한을 굴복시키는 데 실패했고, 대북 포용정책 또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지 못했고, 오히려 남남 갈등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강경과 포용이 모두 한계에 봉착한 이유는 양자 모두가 주관적 희망에 기댔기 때문이며, 바람이나 햇볕이냐의 차이일 뿐 북한에 대한 인식은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변화된 현실에 걸맞은 대북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남북경협은 기존의 냉전과 당위를 넘어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국민적 합의 수준을 높여 정치가 마음대로 경제를 예속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통일기반 조성용 경제 협력사업 만큼은 일관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남북 교류 추진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남북경협은 남과 북이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체제와 이념, 민족 당위의 논리보다 상생공영이라는 남북한 동반성장이 통일논의의 중심으로 진입해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셋째는 남북경협과 통일은 상당한 혼란과 비용이 소요되는 과정인 만큼 준비 단계부터 북한경제의 발전과 이행을 추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통일이 가시화되기 전에 북한이 상당 수준의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나가도록 실질적 남북경협을 해야 통일 비용은 감소하고, 그 과정에서 남한 경제도 상당한 실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백영서 교수(연세대)는 ‘경계를 넘나드는 한인공동체와 동아시아 평화’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재일조선인과 중국조선족의 정체성 담론을 중심으로 풀어갔다.

백 교수는 한국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국경을 넘는 동아시아적 신체감각 또는 공감능력을 키우면서 자신을 상대화하는 훈련의 기회를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다양한 한국인의 경험에 대한 공감이 그들을 종종 소수자로 만들어내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과 차별의 양상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어우러져 현실을 변화시키는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한인 가운데 재일조선인, 한국 내 아시아계 이민자(다문화)의 현 상황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처해 있는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모두 소수자다’, 즉 소수자가 동등한 시민으로 설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정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히 자각하지 못한다면 소통과 민주주의를 강화하면서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되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높은 민주주의적 덕목’을 한반도에서 구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경계를 넘나드는 한국인에 대한 질문이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한층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한 활기찬 움직임으로 이어갈 때 한반도에서의 복합국가 건설을 향한 길은 그만큼 더 탄탄해질 것이 분명하다”며 “한국인의 정체성 문제가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의 매개적 쟁점이 되는 근거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손정도 목사가 말한 평화 -
“이 세상에 전쟁을 억누르고 평화를 얻으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음부의 권세를 근본적으로 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에 와서 깨달은 사람마다 자기 몸을
희생해서라도 음부의 권세를 이기고자 했습니다.”

 

▲ 감리교 경기연회에서의 발제자들


●● 손정도 목사의 사랑과 평화사상

2월 25일 오후 2시 제암교회에서 가진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가 주최한 3.1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움에서 성백걸 박사(백석대 교수)는 ‘3.1운동의 신앙 정신과 그 현대적 의미’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손정도 목사의 복음신앙운동과 선교운동을 조명했다.

성 교수는 “손정도는 민족의 살길이 오직 일제의 식민지배로부터 자유하는 독립에 있다고 믿었을 뿐만 아니라 동양평화의 관건이 조선의 독립에 있다고 동아시아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여기에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이 직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자유 독립과 국민이 가져야 할 민족주의를 부르짖고 신앙 자유의 용기로 화평한 복음을 전하며 진리와 정의로 선한 싸움을 싸워보리란 결심으로 하나님께 약속하고 투신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 어떻게 평화와 생명 세계를 실현해갈 수 있을까? 손정도는 아주 독특한 사랑과 평화사상을 지니고 있는데, 그 인류 보편사적이고 우주사적인 의미와 가치가 환히 보인다고 소개했다. 천지 우주 만물과 인간들이 자기중심을 지니고 충돌하지 않으며 조화롭게 살도 창조되었는데, 그 생명의 중심이 바로 ‘서로 살리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自身)과 외신(外身)이 있습니다. 외신은 부모처자로부터 세계 인류까지, 그리고 일월성신까지 이르는 무궁무진한 것입니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외신과 서로 사랑하고 돕지 아니하면 세계는 한시라도 유지되지 못합니다. 만일 태양이 그 빛을 잃으면 땅이 곡식을 내지 못하고, 물이 맛을 내지 못하면 세계는 망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섬기지 못하면 자멸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실 때에 천하 만물의 중심을 가지고 지으셨습니다. 그러나 만물이 그 중심을 잃으면 공중의 무수한 별들이 피차에 부딪혀서 망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 모든 사람은 서로 섬기는 마음을 가져야 서로 부딪쳐 멸망하지 않고 흥하게 되는 것입니다. …피차에 덕으로 행하고 서로 도우면 공덕이 됩니다.”

이런 손정도 목사를 향해 성 박사는 “실로 놀라운 통찰”이라면서 “그런데 인간 생명의 중심은 곧 사랑의 근원인 하나님 안에 뿌리를 내리는 믿음인데 이 생명의 깊은 중심인 산 믿음을 상실한 데 인류 충돌과 전쟁 비극의 원인이 있다”고 짚었다.

“사람의 의지가 하나님을 믿는 생명의 중심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죄 된 불행한 인격을 정의롭고 행복한 인격으로 변화시키고, 새롭게 하나님을 아는 맘이 그 생명 속에서 발아되고 그 마음의 중심을 하나님께 두어야 합니다. 그럴 때 사람에게 만물에 대한 새로운 마음이 일어나게 됩니다. …나의 사랑이 나타납니다.”

손정도는 그 사랑의 길과 평화 세계를 새로 연 구원자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랐다. 그는 “지방이 지방을 다투며, 나라가 나라를 다투며, 민족을 황색·흑색·백색으로 분간하고, 동쪽과 서쪽으로 분간해서 이처럼 야단스럽게 물고 늘어져 서로 눈을 부릅뜨고 칼을 겨누며 서로 대포를 겨누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너희들이 가지고자 하는 것이 너희가 죽이는 사람보다 더 귀하며, 더 친하며, 더 아름다우며, 더 보배스러운 것이 무엇이 있는가? … 악하고 어두운 세계를 철창으로 질그릇처럼 부스러뜨리듯 하고 평화의 세계, 즉 사랑의 세계를 짓고자 하노라”라는 큰 비전으로 투신했다고 소개했다.

“이 세상에 전쟁을 억누르고 평화를 얻으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음부의 권세를 근본적으로 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에 와서 깨달은 사람마다 자기 몸을 희생해서라도 음부의 권세를 이기고자 했습니다. 공자도 그런 사람이고 석가도 그런 사람이고 모하메드도 그런 사람입니다. 그들의 행함에도 많은 효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음부의 권세를 이기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면 세상을 이기고 음부의 권세를 멸한 분은 누구입니까?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성 박사는 “사망의 권세와 전쟁의 세력을 극복해온 효력으로 유교의 공자와 불교의 석가와 이슬람의 모하메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부의 권세를 멸한 결정적인 분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고백되고 있다. 여기서 종파와 벽을 넘어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대의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며, 손정도를 비롯한 당시 한국 감리교인들은 이것을 독립운동에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실로, 손정도는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부활생명 안에서 인류 우주사의 새 생명으로 꽃피어나기를, 동북아시아의 평화 질서를 세우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실현하기를, 종교전쟁과 지배 이데올로기의 우상과 망상과 허상을 깨고 인류의 평화와 사랑의 세계를 여는 예수 생명화의 복음 선교 실천하기를 간절히 외치고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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