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100주년 기념 특집 2-어제, 오늘, 내일] 인터뷰 / 예장통합 3.1운동 참여 교회 전수조사 전문위원 송인동 교수

양림동 역사 교회와
마을이 함께 살려내
오늘 더 풍요로워지는 것 확인

3.1운동 전수조사
‘완결본 아닌 첫 걸음’, 느린
걸음으로 오랜 시간 쏟아야

▲ 2011년 삼일만세운동 재현행사

“3.1운동 당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활동상을 희미한 기록에 의존해 찾는 일은 힘겹지만, 더 늦기 전에 사라져가는 역사를 기억하고 되살리는 데 매진해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진정한 투자입니다.”

예장통합(총회장 림형석) 총회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3년 전부터 뜻 깊은 작업을 진행해 왔다. 바로 3.1운동에 참여했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흔적을 찾는 일이다. 3.1운동에 참여했던 장로교인 1440 인물연구조사와 남한에 남아있는 3.1운동 참여교회의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그것을 자료집으로 펴낼 계획이다.

전수조사에 전문위원으로 참여, 광주광역시와 전남(서부권)을 담당한 송인동 교수(호남신대)에게 이번 조사와 연구는 더욱 특별했다. 자신이 호남신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25년 간 살아온 경기도 광주 남구 양림동의 이야기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와 문화는 마을을 하나로 묶는 귀한 자산이요 희망의 미래를 열어가는 동력인 것을 양림동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경험했기에 송 교수는 교단의 3.1운동 역사 찾기 작업은 어제와 오늘을 잇는 매우 소중한 시도라고 평했다.

▲ 송인동 교수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만든 양림동 문화지도


#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양림동

양림동은 한국 기독교 초기 미국 남장로교 광주 선교부가 자리했던 곳으로 선교 유적지가 마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을 주민들에게는 ‘양림동 뒷동산’, 기독교인들에게는 ‘선교동산’으로 통하던 양림산에 선교사 24명이 잠들어 있다. 이뿐 아니라 선교사들이 세운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제중병원 등 한국 선교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다. 또 양림동은 3.1운동 당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많은 피를 흘린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조사해보니 재판기록으로만 봐도 한 마을에서 80명 넘는 사람들이 3.1운동 당시 독립운동에 가담했어요. 기독교의 조직력이 큰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양림동은 선교사들이 사역하던 학교의 교사 및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광주 만세운동을 비롯해 항일운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곳곳에 역사 흔적을 품고 있는 양림동은 현재 근대역사문화를 바탕으로 광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떠오른 일명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이곳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와 관련해 마을의 변화 걸음에 함께했던 송 교수에게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마을의 역사와 변화를 다시 살핀 일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1994년 양림동에 왔을 때 기독교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곳이어서 기대했는데 돌아보니 많이 낙후되고 도시 공동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빈 집은 청소년들의 비행 장소가 되었고요. 이대로 가다간 소중한 역사가 묻혀 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주민들에게 역사의식을 깨우고 알리자고 나섰습니다.”

요즘이야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이 지자체마다 한창이지만 20여 년 전 자꾸만 비어가는 마을을 살리자고 당시 지역의 세 곳 교회를 교파를 넘어 만난 것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송 교수가 출석하던 예장통합의 ‘양림교회’와 교단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교회 두 곳(합동, 기장)에 찾아가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제안했고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만나면서 지역을 위한 고민을 나누고 방법을 찾는 가운데 2000년에 세 교회와 마을 주민들이 함께 1박2일 워크숍을 가졌다. 주제는 양림동 좋은 동네 만들기였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할까 논의하면서 처음엔 마을 중앙에 자리한 선교사들의 묘지를 ‘흉물’이라며 옮기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밤늦은 시간까지 토론이 깊어질수록 역사의 현장들을 잘 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게 됐고 특히 양림산은 양림동의 역사를 간직한 마을의 허브로서 보존을 위해 숲 가꾸기를 가장 우선한 사업으로 진행하자는 데까지 의견이 모아졌다. 숲 가꾸기는 양림산 생태문화 탐방로 조성 등 지금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07년에는 양림동의 역사적인 거점들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양림동역사문화지도’를 만들어 배포했다. 요즘 소통의 방법으로 통하는 스토리텔링과 지도의 의미를 합한 ‘스토리텔링맵’이다. 송 교수는 지도를 통해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양림동의 가치를 주민들이 알고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데 초점 맞췄다.

지도에는 1904년 1월 25일 미국 남장로교 광주선교부가 지역민과 함께 첫 예배를 드린 곳에 세워진 선교기념비, 근대 광주정신의 태동지이며 문화예술인 창작의 산실이었던 양림미술관, 고독의 시인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시비, 선교사 묘원, 어린이들을 사랑한 제중병원장 우선일 선교사 사택, 광주 3.1 만세운동 기념동상, 1911년 세워진 수피아 여학교 등 24곳이 그 역사와 함께 등재됐다.

이 외에도 광주 근대 역사 문화 탐방, 근대 역사문화 해설사 양성 등 양림동 역사문화 마을 조성에 힘을 쏟았다.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우니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살아난 것은 물론이고 누구나 찾고 싶은 공간으로 바꿔져 갔다. 양림동은 ‘좋은 마을 만들기’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송 교수가 주력해서 지속해온 것 중 하나가 ‘광주 3.1만세운동 재현’이다. 올해도 3월 25일에 행사를 갖는다.

“3.1절에 맞춰 만세운동을 재현합니다. 이때가 방학기간이다 보니 3.1운동에 대한 교육이 부재한 것을 보고 다음세대에 3.1운동의 현장과 역사성, 의미를 전하기 위해 시작했어요.”

100년 전 청년 학생들이 민족의 앞날을 위해 목숨 걸고 3.1운동에 나섰던 것처럼 여성들은 검정치마와 흰 저고리, 남성들은 두루마기를 입고 태극기를 손에 들고 만세를 부르며 행진한다. 3.1운동이 일어났던 곳곳을 직접 밟아보고 그때의 역사를 새기는 시간이다.

 

▲ 송인동 교수

# 역사 조명, 10년 사업으로

송 교수는 역사를 찾고 새기는 작업은 느린 걸음으로,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단의 3.1운동 전수조사는 ‘완결본이 아니라 한국교회와 지역교회 역사에 대한 연구를 풍요롭게 하는 첫 걸음’으로 앞으로 10년은 더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년 전의 기록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은 데다 당시 일제치하에서 제대로 기록할 수 없었기에 정확한 자료를 찾으려면 전 방위로 자료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이번 전수조사의 의미에 대해 “교회와 선교학교들 또는 교회의 사숙의 구성원들이 광주와 전남 지역 대부분의 독립만세운동에 앞장섰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라면서 “지역 자치단체의 역사나 일반 역사에서는 교회와 관련 없이 거명되던 인사들도 이번 조사를 통해 교회와 연결짓게 되어 일반 역사 차원에서도 좀 더 다채롭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교회와 선교의 역사는 일반 역사 속에서 함께 쓰일 때 일반인들이 교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3.1운동 독립만세 운동의 역사는 한국의 기독교와 지역의 교회들이 역사의 도전 앞에 신앙으로 치열하게 웅전한 역사라는 점에서 일반 역사와 더불어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소개했다.

3.1독립만세운동의 역사도 냉철한 사실 확인과 따뜻하고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일반인들도 그 이야기 속에서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느끼고, 교회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덧붙였다.

송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일반 역사연구에도 제공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료들의 부단한 확보와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 “광주와 전남 지역의 3.1운동 기록은 지방 자치단체의 기록에 의존해 오다시피 했으나 지역 교회의 역사에 관심 가진 학자들을 통해 새로운 사료 발굴이 이뤄지면서 지방 자치단체의 역사 기술 등에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자신을 ‘종 치는 사람’이라고 자처했다. 역사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오늘에 되살리는 종지기의 삶을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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