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승 진(
사)한국기독교
출판협회 사무국장

얼마 전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A회사라고 밝힌 사람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데, 내게 ‘서울 소재 교회 매매건 안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첫인사는 이랬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서울 소재 교회 건물 매매 건이 있어 안내드립니다. 그리고 교회부동산 담보대출, 공사자금대출도 진행 가능하니 안내드리겠습니다. 필요하신 경우 아래 번호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010-8270-XXXX”. 이후 광진구, 강서구, 중랑구에 매물로 나온 교회 3곳에 대한 상세정보가 담겨 있었다.

솔로몬이 지어 봉헌한 예루살렘 성전이나 문화재와 다름없는 중세 가톨릭의 교회도 아니고, 교회가 편의점보다 많다는 오늘날 교회 건물에 대한 매매가 무슨 문제이겠냐고 되물을 수 있다. 소속 성도가 늘어나서 더 넓은 예배공간이 필요하다면 건축하거나 기존 건물을 팔고 새로운 건물을 사는 것이 문제될 게 없지 않으냐는 말이다. 그렇다. 그것을 문제 삼을 이유도 명분도 없다. 부흥한 교회가 필요에 의해 건물을 구하는 것은 반대할 일이 아니라 반길 일이다. 하지만, 내가 받은 이메일 속 교회들의 사정을 놓고 보면, 개운치 않은 사실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광진구 소재 교회는 매매(賣買)가 55억이라는데 현재 대출이 27억이다. 추가로 9억 원을 더 대출해줄 수 있다고 한다. 중랑구의 교회는 매가 70억인데 현재 대출이 36.2억 원이다. 추가로 6억 원을 더 대출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강서구의 교회는 매가 32억인데 현재 11억 원을 대출 중이고 추가로 5억 원을 더 대출해 줄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60%정도의 ‘빚’을 지고 교회 건물을 사라는 거다. 다시 말해서 기존 교회들이 교회 건물을 건축 혹은 매입할 때 그보다 더 큰 돈을 차용(借用)했다는 거다. 이를 두고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믿고 있는 대상이 ‘하나님’인지 ‘맘몬’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열왕기상 5~6장에 등장하는 예루살렘 성전은 건축하는 데에만 7년이 걸렸고, 레바논의 백향목과 금과 은으로 치장한 당대 최고의 건축물이었다. 화려했고 아름다웠다. 돈으로 환산하면 감히 사고팔 엄두도 못 낼 정도인데, 아무리 부자이고 강한 권력자인 솔로몬 왕이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건축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건축을 시작하는 교회는 으레 ‘솔로몬처럼 최고의 성전을 최고이신 하나님께 드리자’라는 구호를 외치곤 한다. 그런데 정말 그 구호가 솔로몬의 마음과 같은 것인지는 되짚어 봐야 한다. 즉, 솔로몬과 달리 “건축을 통해 일정한 규모를 갖춰야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계산이 먼저인 것은 아닌가 말이다.

2013년 판교에 세워진 한 교회가 경매로 이단세력에게 넘겨져 안타까움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다. 판교 신도시 개발에 맞춰 성도들의 증가를 미리 예상(계산)하여 교회가 갖춘 능력의 몇 배나 되는 빚을 지고 초대형 건물을 지은 탓에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제때 갚지 못하다가 결국 경매당한 것이었다. 최근 강남의 유력 교회는 건축 당시 관계기관 공무원들에게 로비하여 불법건축을 진행한 탓에 “불법한 일부분을 원상회복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새로 교회건물을 건축하는 곳마다 성도들은 자신의 집을 팔기까지 하며 작정하여 헌금을 드리는데, 정작 목회자와 장로들 간 다툼과 소송이 빈번하다. 교회 법정에 건축으로 인한 재판을 기다리는 교회가 넘친다는 얘기를 들었던 날을 잊지 못한다. 참혹한 심정이다. 오늘 우리들은 솔로몬처럼 유일하신 하나님을 경배하기 위해 하나님의 집인 교회를 짓고 있는가? 맘몬의 궤계에 빠져 강남의 입시학원처럼 그저 성도의 수를 늘리기 위해 현대적인 대형 건물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거듭 밝히지만, 성도가 늘어나고 회중 예배를 비롯한 다양한 모임의 필요에 따라 교회 건물을 건축하거나 사고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회(敎會)가 단지 건축물이 아닌 ‘하나님의 자녀들이 한데 모여 이룬 공동체’를 의미한다면, 성도의 수가 급격이 늘어난다고 해도 굳이 건물을 늘리는 데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연합, 나눔, 섬김’의 어느 단어를 갖고도 한 상가건물에 대여섯 교회가 입시학원처럼 들어선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사고 팔리는 당신의 집을 보면서, 하나님은 기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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