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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역사, 기억하고 반드시 용서 구하라”피해국들 방문해 100년 전 악행 참회하는 일복인 노학자의 노정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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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3호] 승인 2019.03.13  1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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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소녀상 앞에 무릎 꿇은 타카미츠 무라오카 교수

일본으로 인해 고통 겪은 아시아 국가들을 자비량으로 방문해
그곳의 학자들과 학생들에게 자신의 전공 관련 지식과 그것들에 대한 열정 나눠

 

“영어 표현인 ‘용서하고 잊어버리다’(Forgive and forget)라는 말은 성서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게 너무나 관대한 것입니다. 이는 위대한 용서를 가능케 한 십자가상에서의 예수님의 죽음을 평가절하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흠 없고 점 없는 어린 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벧전 1:19)를 값싸게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아무리 아픈 역사라 할지라도 역사는 기억되어야 하고, 기억 속에 간직되어야 합니다.”

100여 년 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웃 국가들에 씻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던 일본의 역사, 아픈 역사라 할지라도 반드시 기억하고 회복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행동을 이어온 일본인 노학자의 ‘참회 기록’이다.

책은 일본의 성서 고전 언어 및 문헌학의 대가인 타카미츠 무라오카 교수(81)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피해국들을 방문해 속죄의 책임을 이행해가는 노정을 담은 기록이다.

저자는 일본 규슈의 한 시골마을에서 미국인 침례교 선교사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이후 이스라엘에서 재세례파 세례를 받았다. 그는 1964년 일본을 떠나 이스라엘 정부 장학생으로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학에서 공부,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 맨체스터대학, 호주 멜버른대학, 네덜란드 라이든대학에서 히브리어와 셈족 언어를 가르쳤다.

저자는 옮겨가는 곳마다 일본인에 대한 적대감이 큰 것을 경험했고 그것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만행 때문인 것을 알게 됐다. 또한 오늘에도 그 상처를 씻어내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목도했다. 그는 조국의 어두운 역사를 알고 난 후 일본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러한 역사를 알고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 <나의 비아 돌로로사>
타카미츠 무라오카 지음/
강범하 옮김/겨자나무

의 ‘참회 걸음’은 65세가 된 2003년 라이든대학의 히브리어 교수직을 은퇴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세기 초반 일본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로 고통 겪은 아시아 국가들을 자비량으로 방문해 그곳의 학자들과 학생들에게 자신의 전공 관련 지식과 그것들에 대한 열정을 나누기로 한 것. “수입의 10분의 1을 하나님께 십일조로 바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누리는 시간도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해 5주 이상을 일본으로부터 어려움 당한 아시아의 나라들을 방문해 그들에게 자비량으로 고전 언어를 가르친 것이다.

그가 방문한 첫 나라는 일본과 가장 가까이 이웃하고 있지만 여전히 100년 전 식민지 당시의 앙금과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였다. 그리고 그 걸음은 아시아의 9개 국가로 이어지고 있다. 강의 외에도 전쟁 중 일제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묘역을 찾아가며, 조국이 감추거나 왜곡하는 역사를 들추고 폭로하면서 피해국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저자는 자신이 방문하는 나라의 교사와 학생들에게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일본인 가운데 자신과 같이 이전 세대가 행한 일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전하면서 “그저 ‘죄송합니다’라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방식으로 제가 지닌 양심의 가책과 고통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일본인 그리스도인들마저 과오에 대해 너무 쉽게 ‘잊고 용서하라’는 말을 성서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크든 작든 이미 저질러진 악행은 손쉽게 용서하고 편하게 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값싼 은혜에 기초한 유사복음일 뿐이라고 일갈, 참된 용서와 치유를 가능케 하시는 분은 하나님뿐이시기에 우리가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기대하되, 저질러진 죄악을 기억하고, 사죄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각 나라에서 진행한 강의와 참회의 여정을 기록한 책을 통해 “평화, 정의, 화해, 인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등 보편적 가치가 전해지기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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