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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 유럽을 공격하다 ⑦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사제 왕 요한_ 끝
조효근 / 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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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4호] 승인 2019.03.27  16: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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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혹시 우리 카라 키타이와 몽골의 연합을 불만스럽게 여길 수 있겠으나 우리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럽 정복이 아니라 그들의 문을 열어서 동서가 서로 오고가며 서로의 필요를 주고받으면 하나님의 나라가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 징기스칸, 제국의 건설 영화의 한 장면

십자군 시대의 교황이 교활하다고 징기스칸이 잘라 말했다. 네스토리우스파 동방의 한나라가 수십만 명의 군대를 가졌다는 말, 그들이 투르크세력을 궤멸시키는데 십자군과 연합작전을 한다는 소문만 내는 저들의 저의가 무엇인가? 빤한 짓이다. 말뿐인 거짓으로 세상을 현혹하고 있다. 순박한 초원의 사람 징기스칸이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니 사제 왕 요한으로서는 더불어서 부끄러웠다.

“나의 사부님, 내게 맡기세요. 오늘 밤부터는 제게 예수 공부만 시켜 주세요.”

징기스칸은 사자처럼 무섭다고 소문이 널리 나 있으나 요한 왕과 마주치면 어린동생처럼 다가온다. 아홉 살에 부친을 잃고 살아온 흔적을 그의 마음가짐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감상적일 수 없다. 비록 동유럽 땅 문턱을 밟는 것뿐이지만 유럽인들은 동방 초원의 세력들이 몰려온다고 두려워할 것이다.

“대칸! 예수 공부보다 군사전략이 먼저 아닐까요?”

   
▲ 징기스칸 초상화

징기스칸은 의외라는 듯이 사제 왕 요한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제 왕이시여, 장차 세계가 어떻게 돌아갈까요?”

“그걸 내가 어찌 알겠소. 일단 우리가 유럽을 건드렸소. 전에 훈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시아의 용맹한 전사들이 유럽을 한 번 흔들었으나 말 그대로 한 번 흔들어보았을 뿐입니다. 우리도 겸허한 마음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전투력은 한계가 있지요. 세계 통일이나 제국의 세계성이란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우리는 유럽 기독교와 일단은 통상을 내세워서 만나는 일에 목표를 두면 좋을 것입니다. 제가 반평생 동안 생각하고 기도 중에 있는 부분을 말씀드리면 하나님은 바울 선생을 이방사도로 삼아 로마제국으로 보냈듯이 우리의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는 아시아를 구원하기 위해 유럽에서 내쫓는 방법을 선택하셨을 것입니다.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는 지난 8백여 년 동안 아시아의 구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셨습니다. 보세요. 이곳 중앙아시아, 몽골의 드넓은 세계, 중원대륙, 거란, 여진, 발해, 고구려, 신라까지도 우리의 복음이 전파되었고 인도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칸께 내가 소청이 하나 있습니다. 인다스 강 인근 박트리아나 카슈미르, 또는 라호르쪽에 터 잡고 카라 키타이국을 일으켜보고 싶소이다.”

징기스칸이 깜짝 놀란다.

“사제 왕이시여, 그냥 이곳 중앙아시아 제국을 지키소서. 이제는 누리실 때이지 나라를 세우실 때가 아니옵니다.”

“압니다. 다만 전략국가입니다. 징기스칸 제국 내의 소왕국 수준으로 인도 선교의 교두보를 삼아보자는 뜻입니다.”

“네, 형님 알겠습니다.”

징기스칸은 두 손을 모아 쥐고 사제 왕에게 존경의 뜻을 표했다.

“사실 우리 네스토리우스 교단의 아시아 지휘부가 메르브, 발흐, 헤라트, 칸다하르, 박트리아까지 자리 잡고 있어요. 페르시아의 바그다드는 인도와 아라비아, 아프리카 남부까지와 아시아 전체를 지휘하는 세계 본부지요.”

“아, 그러면 형님께서는 손바닥만큼 한 나라 만들자고 애쓰지 마시고 우리 제국의 종교와 서양 기독교가 서로 도우면서 세계를 하나의 교회로 만드는 일을 하시면 더 좋겠군요.”

“그거야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제 박트리아나 카슈미르 어느 한 지역에 인도대륙 선교 본부를 만들어 선교사를 대대적으로 훈련해 인도 땅이 힌두교와 불교의 나라지만 저들과도 서로 잘 지내도록 해보고 싶어요.”

“잘 알겠습니다. 형님은 나의 스승이시고, 겉으로나마 서양의 교황이 목을 쭉 뽑고서 찾는 시늉을 하는 거, 뭐 영어로 사제 왕을 뭐라 하던가요?”

“프레스터 존이죠.”

“그래요. 교황이 찾고 있는 프레스터 존이 찾아가거나 초청하면 잘 될 것 같군요.”

사제 왕은 해가 지고 석양이 붉게 물드는 해거름, 땅거미가 돋아 오르는 시간에 자기 처소로 돌아왔다.

사제 왕의 진영에는 박트리아 지역 사령관 보르키, 아무다리아 유드게스 사령관, 투루판  쿰가인 사령관이 와 있었다. 야율 직고 장군과 을지 고 대장군은 사마르칸트 왕성에 있는 카간 야율 성소를 보좌한다고 보고받았다.

사제 왕의 군진 주변으로는 3백여 개가 더 되는 몽골식 게르에 카라진 특수부대가 사제 왕 요한의 신변을 물 샐 틈 없이 관리하고 있었다.

“쿰 가인이 왕 사제이신 우리의 폐하께 보고 올립니다. 투루판 나이만의 쿠출룩 잔존세력이 몽골군에 의해 끝장났습니다.”

“거 안됐군요. 그들은 시대변화를 모르는 자들이기에 거기까지가 다입니다. 우리는 오늘밤 하나 의논할 일이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게 뭡니까, 하고 토 달고 나오지 않았다. 오늘밤은 만찬을 통해서 천천히 역사의 흐름에 떠밀려 갈 것인가 아니면 역사를 이끌거나 동행하는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해보고 싶은 사제 왕 요한의 마음을 그들은 알고 있는 듯했다.

“여러분이 혹시 우리 카라 키타이와 몽골의 연합을 불만스럽게 여길 수 있겠으나 우리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제국을 이루어 큰소리치면서 살 수도 있겠으나 저는 과감하게 징기스칸과 연합을 선택했어요. 나는 열다섯 살 무렵부터 징기스칸(테무진)과 동맹을 생각한 지 오십년이 되었어요. 먼 미래의 동반자를 열망했던 그는 훌륭하게 성장해 나와 함께 두 사람이 손잡고 유럽을 개방시키려 합니다. 유럽 정복이 아니라 그들의 문을 열어서 동서가 서로 오고가며 서로의 필요를 주고받으면 하나님의 나라가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나라가 있는 것은 나라의 백성들이 인간답게 살자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내게 ‘사제 왕’ 또는 ‘왕 사제’라 부르는 뜻이 무엇인가요? 사제 왕은 사제의 나라 왕이라는 겁니다. 우리 모두는 사제입니다. 사제가 그럼 뭔가요? 인간과 인간, 나라와 나라, 더 나아가서 하나님과 인간들 간의 화해와 사랑의 관계를 맺어주고자 부름 받은 심부름꾼들입니다. 내 말 뜻을 아시지요?”

듣는 이들이 박수치면서 ‘옳습니다’를 연발했으나 정진주가 불만을 쏟아냈다. 그녀는 일어나서 눈물까지 그렁거리는 눈으로 사제 왕 요한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여러분, 반대할 수는 없으나 제 가슴 한구석엔 불만이 있습니다. 왜 우리가 2등을 해야 하는가? 징기스칸이야 서로 형 동생 하면서 동반자의 입장을 지켜낸다지만 그가 백년을 살겠어요? 그의 지휘봉을 그의 아들들이 쥐고 호령할 때 과연 우리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도 박수만 치시지 말고 말씀해 보세요. 어서요!”

그녀가 몸부림치듯이 호소했으나 아무도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사제 왕 또한 아내 정진주의 고통을 참아가며 쏟아내는 말에 곧바로 해명하려 들지 않았다. 사제 왕의 참모 유드게스가 일어나서 입을 열었다.

“저는 당나라를 무너뜨리고 일어선 야율 아보기 자손으로 거란 제국과 흑거란이라 하여 ‘카라’ ‘키타이’로 호칭하는 오늘의 내 조국을 이 몸으로 삼고, 가슴에는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의 아시아 선교 열망을 이루고자 해왔습니다. 카라 키타이는 제 몸이요 내 영혼은 네스토리우스가 열망했던 아시아 선교 완성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보내사 이 못난 놈 유드게스를 오른팔처럼 신뢰하시는 사제 왕 님을 모시고 저 오만한 서양의 교황제국을 만나서 그들과 반드시 형제가 되는 일을 내 인생의 마지막 소원으로 삼겠습니다. 폐하! 나의 아버지 요한 사제 왕 폐하시여! 소장 유드게스를 꾸짖지 마시옵소서.”

어느 누구도 토를 달고 나서지 않았다.

그날 밤 그들은 넉넉하게 먹고 마시면서 그들의 포부를 말하고 서로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 오후 을지 고 대장군과 나비소가 달려왔다. 백마 두 마리가 끄는 전차를 몰고 왔다. 을지 고는 얼굴색이 좋았다. 90살이 넘은 늙은이지만 건강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폐하! 황후 마마와 함께 이 전차에 오르시죠. 우리 오늘은 아름다운 강산을 산책하면서 앞으로 폐하의 계획을 더 듣고 싶나이다.”

나비소 장군이 한 말이다. 사제 왕과 정진주가 을지 고 나비소 부부와 함께 전차에 올랐다. 그들은 마차를 메르브로 몰아갔다. 전란에 휩싸인 도시답지 않게 메르브는 평온했다. 선교본부의 주교들도 정상 활동을 하고 있었다. 사제 왕은 카라진 호위 병사들을 바흐, 헤라트, 박트리아에까지 배치했다. 카라진 3천명 전체 인원을 각기 나눠서 보냈다. 박트리아까지 여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사제 왕 일행은 해질 무렵 발흐를 지나서 헤라트에 도착했다. 이 지역들은 동방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는 물론 몽골과 중원대륙의 선교활동을 지휘하는 네스토리우스파 아시아본부들이다. 앞서 말한 대로 바그다드는 세계본부이기는 하지만 이슬람이 본격지배하기 시작한 9세기부터 바그다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교황과 대화가 제대로 되면 아시아본부는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로 정하고 싶소이다.”

“그곳은 사라센 투르크들이 버티고 있는데요….”

“아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소?”

정진주가 한마디 했다가 요한 왕의 핀잔을 들었다.

“교황과의 길을 열 때쯤은 콘스탄티노플에 투르크들은 없어야죠.”

나비소가 싱글거리며 말했다.

“그럼요.”

사제 왕은 나비소의 싱글거림에 덩달아 좋아라했다. 정진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린다.

“폐하, 오늘밤 이곳 헤라트에서 머물고 내일 새벽 일찍 박트리아로 이동하시죠. 카라진 전사들도 좀 쉬는 것이 좋을 듯해서요” 하는 을지 고의 말에 사제 왕은 “그러시죠”로 화답했다.

사제 왕과 왕비 그리고 을지 고 부부끼리는 아침 해 떠오르는 장관을 바라보면서 박트리아 성에 도착했다. 사제 왕 요한은 당나라 선교 초기 페르시아 출신 알로펜 주교의 제자인 유승 명예 주교의 무덤에 들렀다.

“유승 선교사는 주후 650년 경 알로펜 총주교의 지시로 페르시아 제국 마지막 황태자 일행을 신라의 수도 서라벌까지 안내했습니다. 또 그는 당시 삼국시대 신라의 고승 원효와 교제를 나눴고, 원효에게 기독교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본디 승려 출신이라 원효와의 사귐이 순조로웠다고 전해옵니다.”

일행은 무덤을 돌아보고 박트리아의 알렉산드라 도서관에 들렀다. 알렉산드로스의 동서문명 교류의 흔적이었다.

“폐하! 알렉산드로스의 황태자가 바로 박트리아 출신 왕비 사이에서 출생했음을 아시나요?”

나비소의 질문이다.

“그런가요. 그건 잘 모르지만 베들레헴 예수 탄생의 날 동방박사들이 박트리아 출신이었다는 것은 압니다. 저는 메시아 예수 재강림의 때가 오늘날이고 동방박사 세 사람 중에는 우리들이 끼어있으면 더없이 좋겠나이다.”

힌두쿠시 남쪽 자락 끝부분 인더스 강 줄기가 멀리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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