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에 창안된 수도 안내서 ‘성 베네딕투스 규칙’ 조명

성 베네딕투스 규칙’에
나타나는 질서와 기도에는
근대가 잃어버린 초월성,
즉 하나님을 향한
갈망이 드러나 있으며,
초월성의 회복을 통해
오늘의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힘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제시

 

▲ <베네딕트 옵션>로드 드레허 지음/
이종인 옮김/배덕만 해설/IVP

“우리는 세상이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대응하는 일을 멈추고, 세상과 구별되는 공동체에서 충성을 쌓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안정성과 질서에 의해 특정지어진 삶의 방식으로, 공동체적이면서도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행하는 기도, 금욕주의, 타인을 위한 봉사의 일을 통해 성취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청년들의 이탈을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청년의 이탈에 국한된 문제일까? 유럽과 미국의 교회들은 기독교의 쇠락과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적대감 속에서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고, 이러한 시대에 삶의 방향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고민도 높아지는 현실이다.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최우선시하며 객관적 도덕 기준이 사라지고, 과거를 거부하며, 자기를 형성한 종교와 문화 등의 구속력을 거부하는 시대, 사회와 사회적 의무로부터 자기를 분리하는 시대, 교회는 어떤 대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정교회 기독교 작가인 저자는 오늘의 교회는 위기에 봉착했고 변화를 위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재촉한다. 교회가 현대사회와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위기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6세기 로마 문명의 붕괴에 대한 응답으로 수도회를 창건한 성 베네딕투스처럼 새로운 길을 제시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의 제안에 동의하고 이를 적용시키는 내용으로 전개한다.

성 베네딕투스는 원래 누르시아 총독의 아들로 태어나 출세를 위해 로마로 향했지만, 당시 쇠락하는 로마의 사회상을 본 뒤 도시에서 물러나 기도하고 관조하는 삶을 살며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하는 수도원의 유산을 이어받아 발전시켰다.

책은 단순히 6세기 수도사처럼 수도원으로 들어가자는 주장이 아니다. 고대부터 이어져 오는 지혜, 바른 정체성 형성을 위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세속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지혜롭게 사는 전략을 구사하자는 것이다. 세속의 가치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 충돌할 때, 그리스도인의 길을 걷기 위한 모판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주류사회에 속하려고 애쓰기보다 기독교 영성을 구현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제안에는 그동안 기독교가 자본주의, 물질주의 같은 세속적 시대정신과 타협하며 스스로 기독교의 가치와 존재 이유의 약화를 불렀다는 반성도 담겨 있다.

저자는 유명론,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 혁명, 계몽주의, 산업혁명, 세계대전, 성 혁명 등 중세 후기 이후 서구사회 속에서 나타난 굵직한 역사의 흐름을 짚어나가며 근대성 분석을 시도한다. 또한 6세기에 창안된 수도 안내서인 ‘성 베네딕투스 규칙’과 오늘날 이를 계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근대성의 특징과 대비되는 기독교 전통의 가치와 실천을 하나씩 드러낸다.

‘성 베네딕투스 규칙’에 나타나는 질서와 기도에는 근대가 잃어버린 초월성, 즉 하나님을 향한 갈망이 드러나 있으며, 초월성의 회복을 통해 오늘의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께 뿌리 내린 개인들이 공동체로 모여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세상을 환대할 힘을 갖추게 되는 것을 설명하면서 ‘규칙’을 따르는 삶은 엄격해 보여도 균형 잡힌 삶을 통해 그리스도인은 진리, 아름다움, 선함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나님이 결과적으로 우리의 신실함으로 어떤 일을 행하실지 누가 아는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명령어는, 그리스도인 시인 W. H. 오든의 말처럼, ‘기쁨 가운데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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