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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25년 만에 술 끊은 권사의 고백중독문제 교회와 함께 해결, 신앙공동체 유대 경험한 남양현 권사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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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4호] 승인 2019.03.27  16: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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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사업 부도로 전 재산 잃고
빚더미, 술로 고통 달래다 중독

“내가 권사이면서도 술·담배 중독에 빠졌다” 고백,
목회자와 온 성도 함께 기도로 힘 북돋워

 

올해 환갑을 맞은 남양현 권사(푸른소망교회)는 어린아이처럼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술·담배 중독으로 허우적대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야 떳떳하고 당당하게 그리스도인의 기쁜 삶을 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 막 신앙의 걸음마”를 뗀 것 같다며 기뻐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숨겨왔던 문제들을 교회에 공개할 수 있었던 것, 목회자와 온 성도가 함께 기도하며 힘을 모아 준 시간들을 돌아보며 “처음 교회 공동체의 유대”를 경험한 것은 교회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를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 성도의 문제, 교회가 밀어주고 끌어주고

성도의 신앙 고민과 삶의 문제를 교회에서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것, 당연한 일 아닌가? 하지만 남 권사는 “교회 분위기가 어디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교회에 오래 다녀도 서로 힘들고 어려운 얘기 털어놓지 못하고 가면 쓰고 지내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 아니냐는 것이다. 교회로 인해 아픔을 겪고 나서는 서로 선을 지키며 적당히 거리 두는 것이 교회생활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그래서 처음 교회 앞에 자신의 문제를 꺼내놓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스도인은 술·담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숨겨왔는데, 더 이상 ‘진실하신 하나님’ 앞에서 거짓된 모습으로 신앙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결심으로 용기 냈다. 자신의 중독문제로 괴로워하는 가족들을 위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삶의 변화를 향한 갈망도 컸다.

“괜히 술·담배 끊겠다고 말해놓고 다시 돌아가면 어쩌나 싶기도 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면 창피해서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나름의 계산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교회에서 “내가 권사이면서도 술·담배 중독에 빠졌다. 끊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더듬거리며 고백하는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목회자와 성도들 모두 당황했다. 10년 된 개척교회, 50여 명의 성도들 대부분은 젊은 초신자들이고 목회자 부부도 한참 어린데, 남 권사는 교회에서 최고령에 고위직(?)이니 그의 갑작스런 고백에 다들 놀랄 수밖에.

교회 다니면서도 술·담배 문제를 그리 크게 여기지 않았다. 남자가 사업하고 사회생활 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생의 거친 굴곡을 지나면서 어느덧 중독증상을 보였고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갔다.

“보증선 것이 잘못되고 연이어 사업이 부도나 재산을 모두 잃어버리고 빚더미에 앉았어요. 죽어야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달래준 것이 술이었어요.”

남 권사가 운영하던 전자부품 도소매업체가 부도난 것은 2008년 무렵이었다. 25억 부도로 가족이 살던 34평 아파트와 전 재산이 날아갔다. 아예 삶의 터전을 인천에서 서울로 옮겼다. 지하 셋방으로 전락한 모습, 남들 보기 창피해서. 그런데 상처를 더욱 후벼 판 것은 ‘입방아’였다. 수십 년 살뜰히 키워온 사업체가 하루아침에 부도로 넘어가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남 권사 가정에 대해 “야반도주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것도 함께 신앙생활 했던 교회 사람들 사이에서 수근 거리는 것이 아닌가. 아내를 태워다주기 위해 시작된 교회 출석, 자신이야 주일에만 겨우 성경책 들고 교회 문턱을 넘는 수준이었지만 모태신앙으로 두 자녀를 신앙으로 이끌며 교회 일에 헌신 봉사했던 아내는 교회가 삶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충격이 컸다.

사업이 부도난 후 남 권사는 한 달에 열흘 이상은 술에 취해 살았다.

“어느 순간 발동이 걸리면 3일 연거푸 술을 마셨어요. 술기운을 빌어 고통스러운 생각의 고리를 끊고 잠들 수 있었고, 잠에서 깨면 다시 술을 찾았지요.”

그러면서도 교회 출석은 중단하지 않았다. 2년 전 아내의 부탁에 못 이겨 찾은 알코올 중독 치료 센터, 비로소 자신의 중독증상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됐다. 이쯤이야 괜찮다고 여겼지만 서서히 삶을 잃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술 생각을 잊으려고 일부러 대리운전기사, 탁송기사 일을 했어요. 운전하는 동안에는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온전히 끊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일하다 기분 상하는 일이 있으면 손님과 싸우기도 하고, 그럴 때면 다시 술을 찾았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의지가 약해졌다. 결국 교회에 내놓고 도움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 신앙은 관념 아닌 삶, 진실함으로

남 권사의 갑작스런 고백에 놀라긴 했지만 푸른소망교회 이삼열·정선영 목사 부부는 남 권사의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다. 서울로 이사 간 후 혼자 이 교회에 출석해온 남 권사 큰딸의 기도제목은 늘 “아빠가 술·담배 끊고 온전한 믿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고 교회와 함께 기도해왔기 때문이다.

서울로 떠난 지 10년 만인 지난해 다시 인천으로 이사 오면서 남 권사 부부는 딸이 다니는 교회에 출석하게 됐고 술·담배 문제를 고백한 것이다. 남 권사의 고백은 이미 딸의 오랜 기도가 심긴 결과였다.
남 권사는 교회에 고백한 동시에 금주·금연에 들어갔다. 최근에 딸이 일 관계로 남태평양의 섬 피지에 가면서 부모님을 초청해 4개월간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한인교회에 출석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예배에 참석해 술·담배 문제를 놓고 기도했다. 그곳 목사님께도 “내가 술·담배를 끊으려고 기도 중에 있다”면서 도움을 구했고 목사님은 “같이 기도하자”며 매일 새벽 함께 기도를 모았다. 그 기도의 끈은 다시 3월 1일 귀국해서도 이어져 계속 새벽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안하던 새벽기도를 하려니 쉽지 않았다. 어쩌다 새벽 2시에 귀가한 날, 기도시간을 지키기 위해 각성효과가 있는 에너지드링크를 마셨다가 이틀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처음엔 어렵더니 점점 기도시간이 늘어 요즘은 1시간을 거뜬히 채운다. 새벽기도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감격,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만족감으로 가득하다고.

새벽예배로 인해 본의 아니게 목회자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피지에서나 한국에서나 작은 개척교회다보니 참석자가 없는 날은 예배를 가정에서 드렸다는데, ‘혹시, 나 때문에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 피지에서는 4개월 동안 새벽예배에 목사님과 남 권사 둘뿐, 목사님은 남 권사를 태워 교회 가서 예배드리고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기를 매일 반복했다.

고민하다 대놓고 물었다. “목사님, 피곤하시면 오늘은 쉴까요?” 대답은 의외였다. 피지의 목사님은 “기도 동지가 없어 혼자 외로웠는데, 권사님 덕분에 목사인 제가 더 은혜 받는다”며 고마워했다. 푸른소망교회 이삼열·정선영 목사도 자비량으로 목회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에 부칠 때가 있는데 남 권사를 비롯해 새벽을 지키는 성도들로 인해 “동역의 힘과 큰 사랑을 받는 듯한 든든함이 전해진다”고 했다. 이 목사는 요즘 남 권사의 기도가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문제뿐 아니라 목회자를 위해서, 교회의 부흥을 위해서 뜨겁게 기도하고 새신자들에게 다가가 섬기는 모습에서 하나님이 일하고 계신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남 권사로서도 자신의 문제를 위해 시작한 새벽기도였지만 성도를 향한 목회자의 뜨거운 사랑과 척박한 목회지를 지켜가기 위한 분투를 본 것은 큰 은혜요 감사라고 고백했다.

이제 술은 전혀 생각나지 않지만 담배는 매일 한 갑 반 씩 피우던 것을 2개비로 줄였다. 담배도 곧 끊을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남 권사의 변화에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건 가족들이다. 남편이, 아빠가 이렇게 변한 것이 꿈만 같다며 행복해하고 있다.

남 권사는 더욱 진실한 신앙의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25년 동안 교회 다니고 권사 직분까지 받았으면서도 신앙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힘쓰기보다는 자기 안위를 간구하며 기복적이고 이중적인 신앙이었던 것을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내 뜻이 아닌 하나님 뜻대로, 계획하심을 기쁨으로 따라가는 어린아이와 같은 진실한 모습으로 신앙의 길을 걷고 싶다”며 환갑의 나이, 참된 신앙의 삶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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