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명 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예예동산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곧잘 ‘예예동산’의 뜻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 13년 전, 나의 노년을 섬김의 공동체 ‘쉼과 기도의 집’을 만들어 보기로 정하고, 그 정체성을 고민하다 예수 안에서 삶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머물렀다. 삶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려면, 우선 삶을 옥죄고 있는 죄의 사슬에서 완전히 해방되어야 한다. 그런데 평생 교회 생활을 하다 보니, 복음을 확실히 깨닫고 회개한 사람들도 삶을 기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참 많았다. “아하! 이래서 예술의 존재 의미가 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

‘창의적’이라는 말은 천지를 말씀으로 창조하신 하나님의 본질 중 한 부분이기도 하다. 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은 “창의적 자유”이다. 나는 예예동산의 다른 ‘예’자 하나는 삶을 예술로 살아가는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예예동산’은 ‘예수 안에서 삶을 예술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천국 가는 그날까지 함께 기도하며 찬송하며 살아가는 곳’이라고 이곳의 정체성을 정했다.

화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며 컸고, 자연스럽게 미술 대학에 진학해서 ‘화가’의 길을 걷게 된 나도 도대체 시각예술가인 화가가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것은 중년 이후이다. 그 전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유명한 화가’로 출세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나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보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얻을 것을 얻게 된 어느 날 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로서 전혀 아름답지 못한 나의 모습을 뼈저리게 깨닫고 회개하게 되었다. 한국교회가 기독교 문화 예술을 키우고 지켜야 한다는 각성이 시작된 지도 한 30여년은 된 듯하다. 문화를 인식하지 않는 교회 성장과 선교가 기복신앙과 독선적 아집에 빠져가는 현상을 보면서 1990년대 초 우리 기독화가들은 ‘한국 미술인 선교회’를 만들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교회 부설 전시장을 갖추고, 기독화가들의 전시회를 늘 진행하고 있는 교회들이 많이 생겼다. 춘천에서 새로 개척한 우리 교회도 ‘갤러리 오르’라는 아담한 전시장을 만들고 계속 전시회를 유치하고 있다. 그림을 걸어놓고 관람하다 보니 교인들에게서 “어떤 그림이 잘 그린 거예요?”, “그림은 어떻게 감상하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그 질문에 “보기 좋은 그림이 좋은 것이지요”라고 쉽게 대답했는데, 그 답이 결코 옳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의 본성은 잠언의 말씀대로 “대저 그 발은 악으로 달려가며 피를 흘리는데 빠름이니라”(잠 1:16) 그대로이다. 얽어 맨 사슬을 풀고 나면 주어지는 자유를 아름답고 마땅하게 사용하기가 참 어려운 것이 죄성을 가진 우리의 모습이다. 현대미술이 보여주는 난해하고 추악한 모습들이 바로 그 증거이다. 기독 미술인들은 우리의 예술을 “생명의 미술”, “찬송화”, “말씀의 시각화” 등으로 설명한다. 목적 없는 자유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보여주는지를 우리는 잘 깨달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속해 있는 시각 예술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공간의 느낌과 움직임을 의식하고 표현한 작품이 좋은 예술이다. 그림이라면 평면(1차원) 위에 공간(2차원)이 형성되어 있어야 하고, 그 공간 속에 움직임이 표현되어야 한다. 둘째, 정신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즉 혼이 담겨야 한다. 우리말로는 ‘얼’이라고도 표현한다. 나는 그 위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곧 영적인 내용, 영성이다. 그 작품 속에 하나님의 숨결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예술이 영원한 생명을 지닐 수 있고,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진정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평범한 이야기 같지만, 예술가들이나 감상자들이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예술을 삶 속에서 즐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진정 기쁘고 즐거운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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