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이 본 북한, 전통과 문화의 눈으로 북한 읽기 시도

어떻게 권력의 세습을 결단코 반대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권력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승계시키는 왕조국가 건설이 가능했는지?
또 어떻게 북한 사람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독재자에 대해
저항은커녕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심지어
찬양할 수 있는가? …‘사상과 미신을 자발적으로 혼동하는 체제’ 때문

 

▲ <붉은 왕조>파스칼 다예즈-뷔르종 지음/
김주노·원용옥 옮김/중민출판사

북한은 우리의 동족이요 철조망 사이로 마주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분단의 현실은 냉온을 반복하며 여전히 긴장 속에 있다. 프랑스인이 본 북한의 어제와 오늘, 왜 우리 이야기를 남에게 들어야 하는가 싶지만 70년 가까이 적국 관계로 살아온 속에서 우리에게 북한에 대한 정보와 분단 현실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정확하고 현실적인지 돌아본다면, 제3의 눈으로 본 북한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외교관이자 역사가이며 작가이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주한 프랑스 대사관 대학교육담당관으로 근무했고, 한국에 대한 책을 4권이나 저술했다. 한국 4부작으로 한국에 대해 다룬 <한국인들>, 한국과 관련된 편견을 설명하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전체 역사를 다룬 <한국의 역사-그 기원에서 현재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에 대해 조명한 이 책 <붉은 왕조>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70여 년에 걸쳐 북한을 지배하고 있는 김 씨 일가에 관해 다루는 책은 이처럼 한국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하는 속에서 쓰였다. ‘프랑스인이 본 북한의 겉과 속’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북한의 정치 이면의 보이지 않는 문화와 전통 속 북한의 모습에 집중한다.

저자의 궁금증은 어떻게 권력의 세습을 결단코 반대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권력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승계시키는 왕조국가 건설이 가능했는지? 또 어떻게 북한 사람들은 그런 지도자, 자신을 억압하는 독재자에 대해 저항은커녕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심지어 찬양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인들에게 북한은 수수께끼 자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은 단지 ‘이해 불가능한 나라’를 넘어 역사적 기능 속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을 시도한다. 요점은 단지 독재자 혼자만의 힘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체제가 유지 될 수 없다는 것, 70년간 이어진 북한의 기이한 역사는 독재자와 북한 인민 간의 상호작용으로 보았다. 즉, 북한의 김씨 3대는 북한 인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잠재워줄 눈에 보이는 신이라는 점에 초점 맞추면서 북한을 ‘사상과 미신을 자발적으로 혼동하는 체제’라고 분석한다.

조선조 말, 나라가 망하고 일제의 침략이 한반도를 할퀼 때, 민중들의 마음에 형성된 소망,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갈망을 김일성의 항일 투쟁, 백두혈통의 전통, 북한 체제의 등장에 연관시켜 서술한다.

저자는 프랑스의 인문주의자 에티엔 드 라 보에티의 ‘자발적 복종’ 개념을 대입해 북한 주민의 집합의식을 설명한다. 즉, ‘독재자는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부여한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수백만의 사람들이 비참하게 굴복하고, 고개 숙여 복종하며, 통탄할 속박의 굴레에 묶여있는 것은 철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 한 사람의 이름에 마법이 걸리고 매혹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책은 북한 인민들의 ‘자발적 복종’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 단적인 예로 저자는 책 도입부에 2011년 12월 28일, 김정일의 장례식이 거행된 평양의 풍경을 배치했다.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지고 망연자실한 상태에 빠져든 상황, 저자는 “북한은 그저 한 명의 지도자를 잃거나 그들 중 뛰어난 존재를 잃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최고 수호신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이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각각의 역사에는 ‘보편적인 양상’이 존재하는 만큼, 북한의 오늘을 밝히기 위해 조선과 고려, 일본 식민지 시대, 1950년 한국전쟁 등을 아울려 살피는 것과 함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등과의 비교도 시도한다. 이념적, 정치적 고정관념을 넘어 전통과 문화의 눈으로 북한 읽기를 시도한 점이나, 2015년에서 끝나는 원본의 역사서술을 보완해 최근의 지각변동까지 담아내는 등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