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인간의 욕망의 발현이다. 그것이 가방이든 자동차든 집이든 욕망의 대상은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책도 명품처럼 인간의 욕망의 발현일 수 있다. 자크 라캉의 말을 음미해보자. “욕망을 손에 쥐는 순간 욕망의 대상은 저만큼 물러난다. 대상은 허상이 되고 다시 욕망만 남는다. 그리고 욕망이 남아 있기에 한 인간은 또 살아간다.”

 

최근 자크 라캉의 <에크리(ÉCRITS)>가 출간되었다. 번역은 25년이 걸렸고, 번역자도 4명이나 된다(이 책은 프랑스에서 1966년에 출간되었고, 한국의 출판사는 1994년에 저작권 계약을 맺었다).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들인 시간이 25년이라니 그동안 세상이 많이도 바뀌었을 것이다. 분량도 1,000페이지가 넘는다. 벽돌 책도 이런 벽돌 책은 없을 것이다. 웬만한 욕심을 갖지 않으면 완독할 수가 없다. 더욱 놀란 건 이 책의 가격이다. 무려 13만 원이다. 일반적인 단행본 10권 가격이다. 경매에서 팔린 책인 아닌, 시중에서 판매되는 책 중에서 가장 비싼 책일 듯싶다.

이 책은 자크 라캉이 쓴 유일한 책이라고 한다. ‘에크리’는 프랑스어로 ‘글로 쓰인 것’을 뜻한다. 저자가 1936년부터 1966년까지 발표한 서른 편의 논문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되자 국내의 거의 모든 신문사가 서평을 냈다. ‘지적 오르가슴 느끼게 완역’, ‘라캉 대표 저작 에크리, 국내 첫 완역본 나왔다’, ‘정신분석학의 경전(經典)’, ‘인간에 대한 가장 깊고 넓은 이해’ 등 자크 라캉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번역 기간 25년은 암호 같은 말들을 해독(解讀)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품에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구치 등이 있다. 모든 사람이 명품을 갖길 원한다. 명품에 해당되는 영어 단어는 럭셔리(Luxury)다. 럭셔리는 호사품이나 사치품이라는 의미가 강한데, 럭셔리가 호사스러움을 뜻하는 라틴어 룩수스(Luxus)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품은 모든 제품 중에서 최고 중의 최고 혹은 가장 비싼 제품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명품으로 내비친다.

책은 왜 명품 가방이 안 되는가? 가격이 일반적인 명품 가격에 턱도 없이 낮기 때문일까? 아니면 일반 서점에서 누구나 살 수 있을 만큼 희귀성이 없기 때문일까? 또 책을 갖고 있다고 그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까? 명품은 인간의 욕망의 발현이다. 그것이 가방이든 자동차든 집이든 욕망의 대상은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책도 명품처럼 인간의 욕망의 발현일 수 있다. 자크 라캉의 말을 음미해보자. “욕망을 손에 쥐는 순간 욕망의 대상은 저만큼 물러난다. 대상은 허상이 되고 다시 욕망만 남는다. 그리고 욕망이 남아 있기에 한 인간은 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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