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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를 공격하라 ②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징기스칸 제국_ 2
조효근 / 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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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6호] 승인 2019.04.17  2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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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가 운다.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왕 사제 요한과 헤어지기 싫다. 아름다운 인연, 고마운 친구. 그의 제국 카라 키타이를 징기스칸 제국에 병합시켜 버린 대장부 사제 왕 요한. 내가 언제까지 이 사람 곁에 있을 수 있을까.

   
▲ 징기스칸의 얼굴이 초원에 새겨져 있다.

사제 왕이 왔다. 호형호제하면서 함께 세계제국을 이뤄 예수의 가르침으로 새로운 세계인을 만들어내자고 굳게 다짐했던 친구가 왔다. 그러나 징기스는 그의 큰 거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왕 사제 요한이 온 줄도 모르고 비몽사몽간을 헤매고 있는지 얼굴을 찡그렸다가 웃기도 하면서 윗몸을 좌우로 흔들다가 아, 하는 비명을 지른다.

“대칸, 내가 왔소이다. 어찌하여 누워있소이까!”

징기스는 팅팅 부은 얼굴에 감추어진 눈을 뜬다. 눈을 떴지만 눈꺼풀이 눈을 덮어버린 채였다. 두 손을 휘젓듯이 들고 사제 왕에게 반가움을 표시했다. 사제 왕은 더 이상 앉아서 견디지 못하고 징기스의 상체를 보듬었다.

“아우님! 우리는 아직 할 일이 있어요. 힘을 내셔야 합니다.”

사제 왕의 턱수염이 징기스의 수염과 섞일 만큼 가까이 서로 얼굴을 마주했다.

“어허허, 형님!”

징기스가 두 손으로 사제 왕 요한의 두 어깨를 힘주어 잡았다. 서로 힘을 느낀다. 상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두 사람 모두가 느끼는 순간 예수이가 가냘픈 여성의 몸 혼자서 징기스의 윗몸을 힘껏 들어올린다.

“그래, 내가 아우인데 형님 앞에 무례할 수는 없지요.”

예수이는 징기스의 젊은 아내였다. 징기스칸은 그의 부친 예수게이의 이름을 따라서 그녀에게 예수이라는 이름을 주었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징기스칸 제국을 만드는 일에 내조를 다하라 했다.
새벽시간까지만 해도 하루를 더 넘길까 싶을 만큼 위태로운 병세였는데 징기스는 사제 왕 요한과 마주앉으니 잠시 사이에 얼굴의 붓기도 얼마간 가라앉았고 얼굴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서하로 달려갈 듯한 위용을 느끼게 했다.

“대칸, 어찌 이렇게 우리 시대가 저물어갑니까? 아직 우리 몫의 할일이 남아있습니다. 저 서양의 오만한 교황세력을 그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 동과 서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우리들이 말입니다.”

사제 왕은 징기스칸의 병든 몸을 계속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토록 건강하던 징기스가 어찌 몇 달 못보고 지낸 시간에 이런 모습이란 말인가. 사제 왕 요한은 수부타이를 곁눈질해보면서 원망스러워했다.

“요제국의 대왕이시여, 대왕의 나라 거란과 대칸의 몽골이 사실상 같은 형제요 사촌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

느닷없이 수부타이가 거란과 몽골의 두 부족을 들고 나온다. 이 사람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가?

“수부타이!”

“네, 대칸이시여!”

수부타이는 징기스칸의 호명에 크게 대답했다. 칸의 거실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이었다. 언제까지 징기스가 나 수부타이를 부르는 음성을 들을 수 있을까. 수부타이 자신이 생각해도 눈물이 났다. 수부타이는 실제로 그 크고 육중한 몸 사자처럼 생긴 얼굴에 자리한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어린애처럼, 이놈 울보야!”

징기스는 수부타이의 눈물의 의미를 알았다. 그러나 다들 안타까워하는 내 죽음은 크게 문제될 것 없다. 나를 세상에 보내신 몽골의 푸른 하늘 저 너머의 하나님이 이제는 나를 지켜줄 것이다. 수부타이가 징기스의 몽골과 사제 왕 요한의 거란이 돌궐과 함께 사촌지간임을 말하려는 의미를 징기스칸도 알았다.

“형님, 나는 형님을 만나기 전부터 형님의 조상이시고 나의 집안 어른이신 요제국의 창업자이신 야율 아보기 할아버지를 알고 그 어른의 큰 뜻을 내가 이루겠다고 맹세하다시피 했어요. 또 야율 아보기의 8대손이신 야율 대석 카간은 형님의 친할아버지시죠. 그럼 형님의 본명인 야율 아율은 야율 아보기 조상님의 10대손이 되는군요. 나의 증조부이신 카불 칸 할아버지가 대몽골 시대를 이끄실 때 바로 야율 아보기 대 카간의 삶을 모범 삼으셨다고 하셨어요. 내 선친 예수게이가 늘 기회만 주어지면 카불 칸을 뛰어넘어 거란제국의 창업주이신 야율 아보기 대왕을 본받으라 하셨죠. 내 모처럼 처음 드리는 말씀이 됩니다.”

징기스칸은 길게 말하면서 숨이 막히는지 몇 번이나 기침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가 지금 왜 이런 말을 할까. 그때 주치가 입을 열었다. 그는 징기스의 큰아들이다. 징기스의 외모를 많이 닮았고 호쾌하고 당당한 풍모였다.

“아버지, 저희 네 형제는 사제 왕 폐하를 어버이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버지 건강 때문이 아니라 진작부터 이심전심으로 아버지가 형님으로 모시는 성자(聖者)이신 사제 왕을 큰아버지로 모시던 터입니다. 아버지는 세계를 하나의 제국으로 만드시고 큰아버지이신 사제 왕 폐하는 우리 대몽골 울루스(몽골제국)를 세계인의 대제국으로 만들어서 이 세상을 태평천국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소원합니다.”

“오호! 주치, 내 아들아! 네 참 생각이 많이 컸구나. 장하다, 내 아들….”

주치의 말을 따라서 둘째 차가다이, 셋째 우구데이, 막내 툴루이가 모두 두 손을 모아서 주치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응, 내 아들들아, 이제부터는 나의 형님이요 너희들의 큰아버지인 사제 왕 폐하를 너희들의 부친으로 모시고 그 가르침을 받으라.”

“네, 아버님. 저희가 명심하겠나이다.”

자기 몸의 서너 갑절은 더 되는 징기스를 떠밀고 있는 예수이 곁으로 세 명의 여인들이 다가왔다. 징기스의 등을 부축하는 일을 여인들에게 넘긴 예수이가 징기스의 두 팔뚝을 주무르면서 이제는 쉬었으면 하는데 사제 왕이 입을 열었다. 징기스의 네 아들이 공손하게 절을 하는 중인 그때 말이다.

“오냐, 내 기꺼이 받으마. 너희가 나를 아비의 예로 모시겠다니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해 듣거라.”

“네, 명심하여 받겠나이다.”

“그럼, 내 말을 받으라. 너희들 부친과 나는 우리들의 시대를 이어서 제국을 이끌어갈 후계는 너희들인데 대칸의 중요한 직무를 누구에게 맡기느냐가 행복한 고민이었다. 내가 봐도 너희들 넷은 지금 당장이라도 대칸의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태양은 하나다. 제갈공명이라도 네 사람 모두가 제국을 함께 이끌어 갈 병법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너희들 넷은 모두 대칸의 자격이 있다. 너희 중에 한 사람을 아마 아버지 징기스는 점찍고 있을 것이다. 누가 지명 받아도 나머지 셋은 대칸을 중심해 네 사람 모두가 대칸인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행동해 징기스칸의 아들들은 과연 다르다 함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하라. 알겠는가!”

사제 왕 요한은 힘찬 음성으로 네 사람 장부들을 죽 둘러보면서 말을 마쳤다. 징기스는 피곤해 진땀을 흘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더 이상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다.

사제 왕 요한이 일어났다. 네 아들을 비롯해 징기스칸의 여인들이 덩달아 일어난다.

“대칸이시여! 나의 동지여. 징기스칸의 제국은 드디어 세계제국을 이루었소이다. 우리들은 아들들에게 걱정 없이 제국을 맡기고 편히 쉬기로 합시다.”

징기스가 운다.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왕 사제 요한과 헤어지기 싫다. 아름다운 인연, 고마운 친구. 그의 제국 카라 키타이를 징기스칸 제국에 병합시켜 버린 대장부 사제 왕 요한. 내가 언제까지 이 사람 곁에 있을 수 있을까. 일어나서 그가 떠나는 걸음을 지켜볼 수 없고, 또 그가 내 아들들에게 어버이의 가르침을 내렸는데도 함께 차 한 잔을 나누지 못했네.

징기스칸은 더 오래 눈물을 보일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웃음 지으려 노력했다.
“형님, 곧 자리 털고 일어날 터이니 함께 육반산 계곡에서 만납시다.”

사제 왕은 더는 말을 안했다. 징기스 가까이 가서 온몸을 뜨겁게 포옹하며 두 볼을 조금은  거칠게 비비면서 평생 서로 그리워했고 함께 전투장에서도 싸워본 사나이 징기스와 말없이 작별을 고했다.

징기스의 네 아들들이 사제 왕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수부타이를 비롯한 장군들도 가까이 요한 왕 곁으로 모여들었다.

“수부타이, 장군은 대칸의 후계 문제로 혹시 불미스런 일이 없도록 해 주시오. 네 사람 아드님들은 의심하지 않아요. 이 사람들마다 주요 참모진들이 갖추어져 있어서 조직관리가 힘든 것이지요. 징기스는 하늘이 특별히 낸 영웅이요 여기 나를 아버지로 모시겠다는 네 아들들도 내가 믿기는 아버지에게 뒤지지 않을 세계사의 영웅들입니다. 우리들은 여럿이면서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기적은 신앙의 힘이죠. 아들들아! 징기스와 나의 아들들인 자네들 자녀나 안주인들은 모두 우리 함께 그리스도인들이야. 우리는 모두 징기스칸이 중심 되어 온 세계를 구원할 하늘의 구원군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 선택만이 우리들 모두의 영예요 영광이니라.”

“아버지 사제 왕 폐하시여, 우리에게 늘 가르침을 주소서. 내리시는 은혜에 보답하겠나이다.”

우구데이다.

“사제 왕 폐하시여, 대칸을 양보하시고 몽골의 군사보다 더 조직적이고 강한 군대마저 징기스칸 군제로 편입시키신 숨은 영웅이시여. 사제 왕은 하늘의 가브리엘 천사장이시고 징기스칸은 미카엘 천사장이십니다. 두 어른 위에는 하나님만이 계신 줄 저는 압니다.”

“오! 수부타이! 당신이 어떻게 미카엘과 가브리엘 천사장을 그렇게 잘 아시는가. 그대는 참으로 용장인줄만 알았더니 지혜가 넘치는 장군이구려. 나 그대를 친구요 동지로 두었으니 더 바랄 게 없구려.”
“아이고, 나 참 부끄럽게….”

수부타이, 그 육중한 몸짓으로 마치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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