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광 섭 목사
창현교회 원로

독일의 한 신학자는 ‘역사란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삶을 설계 및 추진하는 인간생명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했다. 나는 역사를 ‘사람들이 살아온 꼴’이라고 말하곤 한다. 문제는 그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것이다. 성서에 영향을 준 헬라문화의 역사이해는 크로노스적 사고와 카이로스적 사고가 있다.

크로노스는 시간적이고 수치적인 역사라면 카이로스는 크로노스적 역사 안에서 의미를 찾는 역사이해다. 카이로스적 삶은 주어진 조건과 상황 안에서 주체적인 자유를 가지고 목적과 가치 있는 삶을 열망하고 사는 역사창조의 노력일 것이다. 과거와 전통은 살아온 결실로서  현재와 분리 될 수 없다. 과거가 좋든지 가리고 덮고 싶은 것이든지 현재를 살고 미래를 지향하는 밑거름이 된다. 운명론에 매여 보다 나은 세상을 지향하려는 열망을 무모하다고 해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역사는 누구에게든지 가능성으로 활짝 열려 있어야 하고 모든 생명은 새 역사의 광장으로 자유롭게 나서야 한다.

우리 모두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나는 나다. 그 어떤 것으로도 바꾸거나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다. 각각의 생명은 유일한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철저하게 개별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너와 미래를 지향하는 공동운명을 가진 존재이기에 역사는 공동의 역사가 된다. 그래서 사람을 사회적 실존이라 한다. 너와 나는 역사의 뜻을 이어가고 새로움을 일구어 내어 미래를 지향하는 공동체적 삶을 지속하며 살아야 한다. 그 시대 그 때마다 독특한 사람들이 나타나곤 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영웅이라고 한다. 우리 시대의 영웅이 그립다. 요즘 세간에 오르내리는 이름과 그들의 행보를 보면서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영웅이 태어나기 위해서 세 가지가 맞아야 한다. 인물, 상황, 때이다. 이 셋이 하나가 돼야 비로소 영웅이 날 수 있다. 셋 중에서 어느 하나 혹은 두 가지가 맞아도 부족한 그 하나 때문에 영웅이 못된다. 무서운 것은 영웅을 조작해서라도 만드는 것이다. 조작된 사회는 그 사회를 이끄는 힘의 주역들에 의해 다른 사람들이 피를 흘리게 되고 또 모사가 순리를 삼켜버린다. 그런가 하면 낯간지러운 것도 있다. 스스로가 영웅을 자처하는 것이다. 말이 많고 또 이곳과 저곳의 말에 일관성이 없다. 그러니 그의 말과 행보에서 책임감이란 찾을 수 없다. 오직 순발력과 억지와 가벼움뿐이다. 조작되고 꾸며진 인물과 조직은 공통점이 있다. 법과 참됨과 신의가 없다는 것이다. 깜짝 깜짝 놀란다. 저래도 되나? 저럴 수도 있구나? 무엇을 믿고 저러나? 너무나 불안하다.

요즘 정치에는 대화가 없다. 입법 행정 사법을 책임진 권력자들 말이다. 서로 견제하고 협력해서 나라살림을 잘 하자고 했건만 서로 등지고 저 혼자 막 가는 것 같다. 개인이든지 조직이든 왜들 저러는지 오직 저희들끼리 사는 듯싶다. 함께 하기엔 너무 멀리 있는 사람이다. 나만 있고 너는 없다. 오직 혼자뿐이다. 만들어지고 조작된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역사는 큰 피해를 만나게 된다. 내가 죽어 대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대의를 이용해 나 살자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민족과 나라에 해를 끼치게 된다. 그런 사람이 권력과 힘을 소유하게 되면 많은 사람이 다치고 그가 소속된 단체는 허물어지고 나라는 어려움을 겪는다.

하늘을 자기 것으로 만든 사람들, 권력을 개인의 것으로 착각한 사람들을 향해 ‘위선자들아 겉을 아름답게 꾸몄지만 네 속엔 썩음이 있음을 하늘은 안다. 하늘의 벌을 피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날이 임할 것이다’ 하고 외친 사람이 있다. 꾸며지고 조작된 종교와 정치와 사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이다. 그는 거짓된 것에서 진실함으로 살아났다. 아니, 하늘이 그를 살려내셨다고 고백하는 후예들이 생겼다.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구주시다 라고 믿고 고백하는 신앙인이 그들이다. 신앙인에게는 그는 지금도 살아계신 하나님이시고 그리스도이시다. 지금도 말씀하신다. 회개하라! 하나님의 나라가 왔다! 신앙인은 살아계신 그리스도로부터 세상에 살면서 세상 속으로 보냄을 받은 자들이며 그리스도의 그 말씀을 이웃의 심령을 향해 외쳐야 하는 자들이다. 신자는 성령의사람 혹은 땅에 있으나 하늘나라 사람들이다. 성직자는 성직을 수행하는 한 사람의 신앙인이다. 고독할지라도 바르게 외치는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 모든 신앙인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일구는 하늘 역사 참여자이며 창조하는 사람이다. 당신과 내가 그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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