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승 진
(사)한국기독교
출판협회 사무국장

최근 극장가를 점령한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관람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로버트 다우 주니어가 열연한 아이언맨의 열혈 팬이어서, 그간 마블 시리즈 특히 아이언맨이 등장하는 영화는 최소 2회 이상 관람해야 했다. 이번 영화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로, 전작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악당 타노스의 의도대로 소멸된 지구의 생명체 반을 되살리는 영웅들의 모험을 그렸다. 그리고 마지막 전쟁에서는 결국 아이언맨이 숭고한 죽음을 맞으며 악당들을 물리치는 것으로 끝난다. 아들은 이 대목에서 울었고, 영화를 세 번 본 것도 모자라 유튜브에서 그 장면을 찾아보면서 여전히 감동하고 있다.

이 영화의 단초가 된 장면은 전작에서 찾을 수 있는데, 우주 어느 행성에서 마법사인 닥터 스트레인지가 악당 타노스를 물리칠 수 있는 경우의 수 140만여 가지를 살펴본 후,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 방법에 배팅한 것이다. 즉,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신이 가진 인피니티스톤(시간)을 파괴하거나 감추지 않고 타노스에게 주는 대신, 아이언맨을 살려달려고 ‘거래’하는데, 결국 그 승리의 열쇠가 ‘아이언맨’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이미 수많은 사건과 절망의 시간을 통해, 또 지구로 귀환한 뒤 연인과 아이를 낳고 살면서 아이언맨은 ‘숭고한 희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고하게 되고, 가장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던 그의 변화가 결국 최후 승리를 얻게 한다는 내용이다.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기독교적 상상력을 어떻게든 연결하려는 내 모습이었다. 영화의 장면 장면마다 계속 기독교인으로 세상을 사는 것과 예수님께서 교회를 허락하신 뜻이 연관되어 떠오르는데, 아이들과 전혀 다른 감동과 반성이 나를 울게도 했고 웃게도 했다. 사실 이쯤되면 ‘병(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 세계관이 기독교적인 것을 어쩌겠는가 말이다.

아무튼, 조금 억지스럽지만, 영화에 비추어 볼 때 기독교인으로 세상을 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듯하다. 바로 아이언맨과 타노스로 사는 방법이다. 영화에서 둘은 각각 악당과 영웅을 대표하는 캐릭터이지만, 기실 둘은 매우 닮아 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성향도 그렇고, 강력한 힘과 세력을 가진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것은 타노스는 신념을 이루기 위해 사랑하는 딸마저 죽였지만, 아이언맨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버렸다는 점이다. 즉, 타노스는 심판자였지만, 아이언맨은 희생자였다.

예수님이 2000년 전 십자가에서 죽으시면서 선언하신 것은 ‘다 이루었다’였다. 우리를 구속하는 죄의 심판이, 즉 사망의 권세가 당신의 십자가 대속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을 선언하신 것이다. 때문에 그 귀한 희생을, 그 선언을 ‘복음’이라고 믿고 고백하고 따르며,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사명이자 소명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교회의 모습은 과연 예수님의 바람대로인가? 복음을 전하는 사명자의 모습이 타노스와 닮아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기꺼이 우리의 이기적인 욕구와 가진 바 소유를 나누며, 같이 울고 웃고, 나의 행복까지도 희생하는 아이언맨이 되려고 하는가?

우리 주변에 많은 이슈들이 있다. 교회 밖으로는 동성애, 이슬람, 공산주의, 다문화가정, 외국인노동자, 세월호, 이단 등과 같은 민감한 사회적 이슈들이 산재해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 내에서도 세습, 성폭력, 이단세력 등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 이슈들이 불거질 때마다 아주 큰 위기감이 한국교회를 불안에 떨게 만든다. 그리고 곧 강한 메시지들이 강단에서 선포되곤 한다. 거리로 나와서 사람들에게 외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물론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그 열정과 소명의식 역시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타노스는 해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아이언맨과 같이 ‘희생’하는 사랑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140만 가지 가상 시나리오 중 유일한 승리는 심판자가 아닌 희생자에게서 얻어졌다. 가벼운 영화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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