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년 교황 인노센트 3세는 아시스에서 온 거지 떼 비슷한 용모의 프랜시스와 그 친구들의 알현을 받았다.

역대 교황들 중에 가문, 신분, 실력, 지도력 등에서 단연 탁월하다고 인정받은 51세의 노련한 눈에 27살 프랜시스의 순박한 모습은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청빈과 순명을 말하는 프랜시스를 향하여, “내 너를 만날 마음이 전혀 없었다마는 주께서 어제 밤 내게 오셔서 너를 만나주라 하셨기에 불렀다”는 말과 함께 당시로는 금기였던 탁발 수도단 인허를 해 주었다.

인노센트 3세는 콘스탄티누스의 증여문서가 가짜로 들통 난 그레고리 7세 이후 중세기가 저물고 교황권이 흔들리는 시대 위기를 볼 줄 아는 선견지명의 사람이었을까. 자기 자신을 “그리스도의 대리자”라고 거침없이 선언한 인노센트 3세는 교황권 전성기가 끝나고 중세 로마 가톨릭이 몰락할 위기를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그 자리, 교황권의 빈 공간을 프랜시스의 수도단 운동이 지탱해 줄 확신을 했을까. 프랜시스 운동에 힘을 실어준대로 성 프랜시스의 청빈과 순명의 수도단 운동은 중세의 위기를 근세로 이끌어 주는 르네상스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한 사람 지도자가 또 한 사람의 지도자를 발굴할 수 있을 때 시대는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오늘의 한국 사정이 분명히 위기인데 한치 앞을 보지 못할 만큼 미세먼지와 거짓이 진실을 비웃는 시대의 한복판, 그곳에 우리는 질겅거리는 늪에 빠져가고만 있으니 한스럽고 부끄럽다.

교권의 시대가 미신과 함께 물러가고, 청빈과 순명의 시대를 부른다. 낯익은 어휘, “만인제사”는 알겠는데 중세기 교황권 무기인 “성무 금지”나 “파문”보다 무서운 종교미신과 정통과 이단시비에 숨쉬기도 힘든 한국교회는 현실의 위기를 헤쳐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노센트 3세는 교황권의 몰락을 구원할 프랜시스 운동을 일으켰는데, 인노센트 3세 흉내내던 보니파시우스 8세는 아비뇽 유수(1309년)를 불러 망신은 당했으나 예수님은 오늘날 인간시대, 사람 중심시대, 인자(人子)시대를 부르기 위하여 골고다 십자가를 대안으로 주셨다.

한국교회여, 교회가 이때를 분별하지 못하고, 베트남 식 또는 중국식이면 되지 그리고 잘 하면 핵보유국도 되고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민족끼리라는 말도 솔깃하게 들려올 수 있을까?

그러지 마라. 공것 바라다가 겹치기 도둑 될라. 잔재주 부리다가 후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악업을 넘길까 두렵다. 그보다는 우리도 기도하자. 아시스 프랜시스를 불러낼 수 있는 인노센트 3세 같은 인물(교황)을 주셔서 난세를 극복하고 민족과 교회의 날에 축복을 불러오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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